돌아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속도 붙는 후계구도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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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후계자 김동관에 따라붙은 불편한 꼬리표 셋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뉴스뱅크이미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뉴스뱅크이미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에 공식 복귀했다. 그는 2014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집행유예와 특경법에 명시된 취업 제한 기간을 거쳐 지난달 말 (주)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임원으로 돌아왔다. 눈에 띄는 대목은 김 회장이 이들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을 자처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후계작업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 회장이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시기 그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 등은 일선에 전진 배치됐다. 이 중 그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는 김동관 사장이다. 이번 김 회장의 복귀로 승계작업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사장은 재벌가 3세들 중에서도 내로라 할 ‘모범생’으로 꼽힌다.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에 재학 시절 미국 내 중·고등학생 중 가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된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 회원에 선정됐고, 이후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상태다. 그는 한화를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김 사장에게도 불편한 꼬리표는 있다. 먼저 편법 승계 논란이 있다. 김 사장 등 한화가(家) 삼형제는 비상장사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한화S&C(현 한화시스템)를 통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2018년까지 김동관 사장(50%)과 김동원 상무(25%), 김동선 상무보(25%)의 지분율이 100%이던 한화S&C는 매년 5000억원 내외의 매출 중 절반 가량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한화S&C는 에너지 관련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합병(M&A)해 사세를 확장했다. 후계자가 소유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재벌가의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한화S&C는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할 때마다 ‘나쁜 예’로 거론됐다. 이에 공정위는 2015년 10월부터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전산 시스템 구축 관련 일감을 한화S&C에 부당하게 몰아줘 한화가 3세 삼형제에게 부당한 부의 전달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 86곳 중 29곳에 대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총수 일가가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지시나 관여한 정황 입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5년 조사에 나설 당시 과거 자료 대부분이 사라져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진술과 2015년 이후 자료를 중심으로 증거를 확보하려 했으나 한계가 명확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한화그룹의 편법 승계 의혹은 심증만 남긴 채로 일단락됐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다른 그룹들과 비교할 때 내부거래 비중이 적은 편이었다”며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수십 년 전 자료까지 증거로 삼았던 만큼 자료가 없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총수 일가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이슈는 현재진행형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김 회장의 누나이자 김 사장의 고모 일가가 지배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22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화솔루션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화솔루션은 운송 관련 일감을 한익스프레스가 전담하게 하면서 시장가 대비 현저히 높은 운송비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부당지원 행위 건은 김 회장이나 김 사장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며 “공정위도 연관점을 찾지 못해 총수 일가를 고발하지도 못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니콜라 사기 논란’도 김 사장의 리더십에 리크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전기 수소차 업체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니콜라는 지난해 기술역량과 파트너십, 제품 등에 대한 정보를 거짓으로 발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는 김 사장 주도 하에 한화솔루션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니콜라에 1억 달러를 선제 투자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6월 니콜라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가치는 급등할 때까지만 해도 니콜라 투자는 김 사장의 업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사기 논란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충분한 기술 분석이나 검토 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현대차는 니콜라의 투자 제안에 대해 기술 수준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니콜라 사기 논란은 아직 미국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김 사장은 당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니콜라 투자에 대한 조언을 준 것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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