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등판에 마음 급한 與…대적할 인물은 누구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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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은 대선…이낙연‧이재명‧정세균 3강구도 속 ‘제3의 후보’ 설도 지속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으로 대권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당장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후 실시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등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정권을 사수해야 하는 여권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2021년 대선까지 남은 1년 동안 여권 내 주요 대권주자의 지지율 흐름도 수차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뜨자 文대통령‧민주당 지지율 내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에서 전격 사퇴한 4일 이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수직상승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다.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3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직전 조사(17.9%)와 비교하면 무려 14.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뒤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24.1%, 이낙연 대표가 14.9%였다.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YTN 의뢰, 3월 2~5일 조사, 만 18세 이상 2006명 대상)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1.7%포인트 하락한 40.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1%포인트 오른 55.7%였다. 정당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은 1.9%포인트 떨어진 31%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은 32%로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을 앞질렀다. 윤 전 총장을 필두로 하는 야권발(發) 정계개편을 기대하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 전 총장은 이미 이낙연-이재명으로 짜였던 양강 구도를 허문 전력이 있기도 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에서 존재감을 키우던 올해 초 윤 전 총장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30%를 넘기며 1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대권 출마를 공식화하면 윤 전 총장은 기세를 더욱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尹과 지지층 겹치는 이재명, 친문 견제구까지 감내해야

윤 전 총장의 상승세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여권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1위 독주 체제를 이어갔으나, 윤 전 총장이 몸을 풀자 2위로 밀려났다. 특히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지지율의 기반이 무당층과 중도층이란 점은 우려를 키운다. 정치 상황에 따라 투표를 달리 하는 이른바 ‘스윙보터’들이 언제든 이 지사를 떠나 윤 전 총장 쪽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지사는 여권 내에서도 견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친문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친문 진영에서 흘러나온 경선 연기론이 이 지사 견제를 가시화했다. 재난지원금 보편지급과 기본소득을 둘러싼 이 지사와 친문 진영 간의 신경전도 이 지사의 불안한 위치를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30일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청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7월30일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청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보궐선거 명운 건 이낙연, 틈새 노리는 정세균

여권의 대권 구도는 4‧7 보궐선거 이후 새로 짜일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대표가 보궐선거에 명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했다가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전의 계기를 노리던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하기로 했다. 본인의 책임 하에 기존 당헌을 바꿔 후보 공천을 결단한 데다 직접 선거운동까지 뛰어드는 만큼, 선거 승패가 이 대표의 공과로 연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궐선거의 승패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 생명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러나 보궐선거 구도가 녹록치 않아 여권 내에선 ‘제3의 후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유력 대권주자 2강인 이 지사와 이 대표 모두 각각의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제 대선 판에선 또 다른 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3의 후보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새해 들어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과거의 온화한 이미지를 버리고, 각종 정치 현안에 날 선 메시지를 내며 대권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가장 먼저 견제구를 날린 여권 인물이기도 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총리가 보궐선거 이후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주요 인물들. 왼쪽부터 ⓒ 연합뉴스·시사저널
ⓒ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주요 인물들. 왼쪽부터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용진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 연합뉴스·시사저널

민주당, 1강 2중 다약(多弱) 구도…‘13룡’ 꿈틀

정 총리 이외에도 여권 내에선 이른바 ‘13룡’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그 주인공으로는 주인공으로는 ‘이재명·이낙연·정세균’을 제외하고 ‘김경수·김두관·김부겸·박용진·이광재·이인영·임종석·양승조·최문순·추미애’ 등이 꼽힌다. 이 지사 1강, 이 대표와 정 총리 2강 구도에 피로감을 느낀 여론이 나머지 잠룡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다. ‘유치원 3법’으로 이름을 알린 박 의원은 “20대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청년 세대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용광로가 돼야 한다”며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가장 먼저 소환을 받고 있는 것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다. 원조 친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 확정 판결 여부에 따라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문재인 정부 첫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586세대를 대표하는 ‘친문적자’ 정치인이란 점에서 차기 대선 등판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최일선에서 뛰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추 전 장관은 지난 5일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정말 더불어 잘사는, 희망 있는 대한민국에서 무엇이라도 하라고 그러면 기꺼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면서 대권 도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윤 전 총장과의 정면 대결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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