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중국발 사이비종교의 국내 암약 실태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6 10: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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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 내세워 신도 복종 강요하는 ‘전능신교’ 신도들 집단거주…외부 출입 철저 봉쇄

어긋난 믿음의 대가는 가혹했다. “동창 모임에 갔다 오겠다.” 윤영출씨(가명·48·경남 양산)가 지난해 1월초 아내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사흘이 지나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폰도 꺼져 있었다. 윤씨는 실종신고를 했다. 그리고 1년2개월이 지났지만, 아내는 감감무소식이다. 윤씨는 “집사람 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가 우리 가족 전 재산인데 그것마저 팔아 떠났다”며 아내가 ‘전능신교(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에 빠져 가정을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중국인 진헝걸씨(60·랴오닝성 다롄시)가 한국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긴 딸 양양(33)을 찾는다는 광고가 제주 지역 일간지에 실렸다. 중국에서 체조코치로 활동하던 딸은 6년 전 더 발전해 오겠다며 한국으로 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수소문 결과 전능신교에 빠졌다는 소문만 전해졌다. 진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착한 딸이었는데 한국에 간 뒤로 5년 동안 연락이 없다. 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며 눈물로 하소연했다. 

이들은 왜 가족을 버렸을까? 어긋난 믿음 속에 감춰진 진실,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발 사이비종교 ‘전능신교’의 실상을 추적해 봤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전능신교 합숙소ⓒ시사저널 박치현
 충북 보은군에 있는 전능신교 합숙소ⓒ시사저널 박치현

“중국 여성의 몸으로 재림주 왔다”고 선전

전능신교는 중국 이단교회 호함파 출신의 조유산(趙維山·62)이 1989년 창시한 사이비종교다. ‘동방번개’는 이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조유산은 성경 예레미야서를 왜곡해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인 양향빈(楊向彬)을 ‘성육신(成肉身)’ ‘동방에서 나타난 번개’ ‘전능신(全能神)’으로 내세웠다. 여성의 몸으로 부활한 여(女)그리스도인 양향빈을 믿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며 신도들을 모집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마태복음 242장 27절을 임의로 해석해 중국 여성의 몸으로 재림주가 동쪽(중국)에 왔다고 해서  동방번개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말론을 주장하며 신도들의 복종을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자신들을 따르지 않으면 무차별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주변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14년 5월 중국 산둥성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30대 초반 여성이 집단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중국 경찰은 “남녀 5명이 전능신교 포교를 위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피해 여성을 ‘악마’라 부르며 집단폭행해 사망케 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은 이 일을 계기로 전능신교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사교(邪敎) 조직으로 판정하고,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조유산은 중국 출신 해외 신도들을 대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능신교 신도는 중국에만 500만 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권에는 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일본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까지 세력이 퍼지고 있지만 정확한 신도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능신교는 2011년 한국 내 중국인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수원에 들어와 비공개적으로 신도들을 모집했다. 《전능신교의 정체》 저자인 강경호 목사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한 해에만 한국 주요 일간지에 600여 회 전면광고를 싣고 포교활동을 공격적으로 전환했다. 강 목사는 “수백억원의 막대한 언론홍보비 출처가 베일에 가려 있다”고 말했다. 

전능신교에 빠진 딸을 찾는 중국인 아버지의 신문광고ⓒ제주일보

횡성·평창에 유스호스텔 사들여 집단거주

전능신교는 본격적인 포교를 위해 서울 구로동에 5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한국본부를 차렸다. 정윤석 기독교포털뉴스 발행인은 “먼저 서울 구로동에 포교 집회 장소를 마련하고 신도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 강원도와 충청도의 유스호스텔 같은 위락시설을 매입해 집단합숙소로 쓰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이단단체 등에 따르면 국내 전능신교 신도는 2000여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2월12일 이들이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화동리의 한 유스호스텔을 찾아 갔다. 출입문 입구에는 CCTV 3대가 설치돼 있었다. 차량 차단봉과 출입감지센서가 외부인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샛길로 돌아가 봤지만,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었다. 주민들은 100여 명 정도가 이곳에서 집단생활을 한다고 전했다.

이 유스호스텔은 전능신교 측이 지난 2016년 매입해 한국에서 집단생활 첫 근거지로 사용하고 있다. 강 목사는 “이곳에서 신도들은 철저한 통제 속에 전능신교 교리를 공부하고 표교활동 방법과 대상 등을 논의하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이방인들의 발길이 닿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경계심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주민 이영복씨(가명·48)는 “수년 전부터 낯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일절 소통하지 않으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이비종교 집단이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는 걸 알고 모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에 따르면 전능신교는 평창군에 있는 또 다른 유스호스텔을 사들여 집단합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36억원에 매입한 이 건물의 명의는 중국 조선족 여신도인 권아무개씨로 확인됐다. 1000여 명 동시 수용이 가능하고, 식당·강당·수영장·운동장·헬스장·테니스장·야외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근거지를 넓히고 있는 전능신교의 국내 침투는 점점 더 조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능신교 한국본부는 서울 구로구에 있다. 한국인 명의로 돼 있는 5층 본부 건물에서는 예배와 포교전략 수립, 지도자 교육, 조선족들의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한 한국어 수업 등을 실시하고 있어 이곳이 전능신교의 사령탑으로 추정될 뿐 모든 게 비밀에 가려 있다. 주민 이상달씨(가명·68)는 “몇 년 전까지는 신도들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동시 인쇄된 전단지를 살포하는 모습이 간혹 눈에 띄기도 했지만, 요즘은 교회 주변이 적막강산”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취재 요청을 위해 전능신교 홈페이지에 등록된 대표전화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 지난해 ‘신천지 사태’ 이후 전능신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들어 부쩍 ‘몸조심’하는 듯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전능신교 한국본부 건물. 시사저널 취재진이 방문했지만 내부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다.ⓒ시사저널 박치현

시골마을에 거점 마련 집단생활…주민들 불안

전능신교는 최근 사람이 북적이는 도시보다 한적한 곳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있다. 전능신교의 충북 보은 지역 부동산 매입세가 예사롭지 않다. 보은군에 따르면 전능신교는 지난해 5월 산외면 신정리 문장대 유스타운 건물 5796㎡를 10억원에 매입했다. 또 농업회사법인 ㈜가나안과 굿랜드(주)를 내세워 주변 밭·임야·대지 13필지 2만1411㎡를 25억7800만원에 사들였다. ㈜가나안의 대표와 굿랜드(주) 대표는 중국에서 귀화한 전능신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 두 개 법인의 임원으로 중국 국적의 이사가 각각 2명씩 등재돼 있다.

전능신교가 보은 지역 토지 매입에 적극 나선 건 2018년부터다. 최근 3년 동안 산외면을 비롯해 보은읍, 삼승면, 수한면, 탄부면에서 토지 27만236㎡를 구입했다. 땅값으로만 78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들이 매입하고 있는 부동산은 논·밭·임야·과수원·대지·건물 등 다양하다. 주변 시세보다 20~40% 비싼 값에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 변양수 산외면 길탕리 이장은 “이들은 농사를 직접 지어 자급자족하고 영농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사이비종교가 마을 전체를 흡수하는 것 같아 지자체에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불평했다. 현재 보은군에는 160여 명의 전능신교 신도가 수련원과 유스호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주민 예순희씨(가명·54)는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포교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살인을 하는 종교단체와 한 마을에 산다는 것 자체가 무섭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쫓겨난 전능신교 신도들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수가 2013년 1574명에서 2019년에는 1만5452명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난민 신청을 하면 6개월간 한국 체류 자격이 생긴다. 또 난민 신청에서 패소해도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4~5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전능신교 신도는 2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와중에 난민 브로커가 유죄를 받기도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월 난민 신청자들에게 1인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중국인 184명에게 허위 난민 신청서를 만들어준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둔 지난 1월 중국 현지 가족들이 한국에 와 있는 전능신교 신도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며 전능신교 한국본부에 보내온 편지가 공개됐다. ‘“너무나 그립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춘절을 맞이하는 게 소원입니다” 산둥성 빈저우시 딸 류OO 올림’, ‘“여동생아 더는 미로에서 헤매지 말거라. 내 핸드폰 번호 바꾸지 않고 있으니 꼭 연락해라” 허난성 융청시에서 오빠가’, ‘“손자 위천이 엄마, 아빠 그립다고 할 때 내 마음이 몹시 괴롭다. 어서 돌아오너라” 산둥성 빈저우시에서 아버지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등이다. 강 목사는 “일단 전능신교에 들어가면 가족을 버리게 한다. 그리고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면 무차별 폭행 등 가혹행위를 일삼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능신교 피해 사례는 국내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손명순씨(가명·51·부산)는 “아들이 2018년 네덜란드 유학 시절 인터넷으로 동방번개와 접촉한 후 전능신교에 빠져 학업을 그만뒀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형철씨(가명·56·대구)는 “딸이 2017년 중국에 1년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종말론에 빠져 그릇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기독교 신자였던 60대 가장이 성경 질문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전능신교에 빠진 사례도 있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피해 가족들의 상담 내용들인데 국내에도 전능신교가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깊숙이 침투해 있는 전능신교는 우리 사회에도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이 말하는 예수님도 구원도 없이, 가혹한 대가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성경을 왜곡 해석해 양향빈을 재림 예수로 둔갑시켜 믿음을 강요하고 구원을 주장하는 사이비종교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는 팬데믹의 시대, 전능신교는 종말론을 내세워 공포심을 조장하며 빈곤한 영혼을 파고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전능신교 ‘경계경보’가 내려진 상태지만, 위험한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만약 중국에서처럼 전능신교가 한국에서도 번개처럼 퍼져 나간다면 지난해 ‘신천지 사태’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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