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드롬이 ‘중도 낙마’ 고건‧반기문과 다른 세 가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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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과 날 세운 윤석열, 풍파 견딜 ‘맷집’이 강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 사퇴 이후 단숨에 대권주자 1위로 뛰어올랐다. 일각에선 ‘윤석열 신드롬’이란 어구를 사용하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반응은 엇갈린다. 윤 전 총장이 과거 제3지대 대망론을 형성했으나 중도 낙마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고건 전 국무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당장 여권에선 “윤석열도 훅 갈 것”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반면, 야권에선 “이번엔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반 전 사무총장은 2017년 대선 국면에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얼마 안 가 중도 낙마했다. 견제 세력의 각종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히면서다. 윤 전 총장은 이들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는 모습 ⓒ 연합뉴스

#1 풍파 견딘 윤석열, 네거티브 공세 버틸 수도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차이점으로 ‘강인한 이미지’를 꼽는다. 고 전 총리는 행정 관료로서, 반 전 사무총장은 외교관으로서 온화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윤 전 총장은 검찰 출신으로서 날이 서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이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버틸 ‘맷집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윤 전 총장은 이미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숱한 풍파를 견딘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를 밀어붙이다 좌천됐으나, 이후 지검장으로 복귀하더니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으며 정직의 위기에 봉착했지만, 징계 결정을 뒤집으며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권주자 윤석열’도 정치권 공세를 이겨낼 것이란 관측이다.

2017년 1월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공항으로 입국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시사저널
2017년 1월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공항으로 입국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반 전 사무총장은 제3지대 대망론을 형성했으나, 정치권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귀국 이후 20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 시사저널

#2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스토리’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정치권에 호명된 계기도 과거와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윤 전 총장 스스로 정치적 길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나 반 전 사무총장은 당시 정부에 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은 여권에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 대안세력이란 이유 하나 만으로 존재감이 ‘반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쟁하면서 ‘발광’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살아있는 권력과 직접적으로 마찰을 빚은 만큼 윤 전 총장에겐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검찰총장직에서도 내려온 그가 정권을 잡지 못한다면, 정부를 겨냥했던 칼날이 스스로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반 전 사무총장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한 뒤 2019년 문재인 정부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정치 원로로 입지를 굳혔으나, 윤 총장에겐 이마저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윤 전 총장에게 정치는 숙명이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

#3 제3지대 ‘선배’ 안철수, ‘킹메이커’ 될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빠진 것도 윤 전 총장에겐 기회가 됐다. 국민의힘 측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국민의당 측 안철수 대표 모두 이번 보선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내년 대선에서 윤 전 총장과 맞붙었을 인물들이다. 윤 총장으로선 누구든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와 손을 잡고 세를 키우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독자 세력을 구출할 수도 있지만, 국민의힘에 화려하게 입당하거나 국민의당과 협력하는 것 모두 윤 총장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선택지다.

특히 과거 3지대 돌풍을 일으켰던 안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힘을 보태고 있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다시 제3지대 대망론에 탄력이 붙으며 야권발 정계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안 대표는 ‘킹메이커’를 자처해 윤 전 총장과 함께 야권 재편을 주도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연합뉴스·시사저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연합뉴스·시사저널

다만 이제 막 검찰총장 명함을 뗀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반문’ 성향을 보이며 여권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 이외에, 정치인으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분야에 어떤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친문 대항마’ 윤석열이 아닌 독자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윤 전 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도 칼을 휘두른 전력이 있는 만큼, 야권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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