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 서정호 인천시의원, 주말마다 택시기사로 변신 화제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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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택시운전”
승객으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의정에 반영하기도

주말마다 택시 운전대를 잡는 인천시의원이 있다. 서정호(47)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택시운전사 자격증을 딴 것은 13년 전이다. 직접 택시를 몰고 다니면서 대중교통 정책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인천시의원 배지를 단 뒤에는 민심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승객으로 만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의정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발로 뛰는 ‘현장형 시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호(47)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본인 제공.
서정호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시사저널 이정용

택시기사를 하게 된 계기는.

“택시정책을 공부하고 싶어서 2008년에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했다. 인천시내를 돌아다니는 택시는 약 1만4000대나 된다. 사납금 문제 등 택시기사님들의 처우가 궁금했다. 여러 곳의 법인택시회사 택시를 몰고 다니면서 많은 승객들을 태웠다. 2018년 7월에 제8대 인천시의회 개원 이후에는 주말 저녁시간대에 약 6시간씩 택시를 몰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택시기사로 번 돈은 대부분은 법인택시회사에 입금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주말에 열리던 행사들이 없어져서 더 많은 시간을 택시운전에 할애하고 있다.”

승객들에게 시의원이라는 사실을 얘기하나.

“현역 인천시의원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승객을 목적지에 모셔다 드릴 때까지 대화만 나눈다. 시민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요즘에는 마스크를 쓰고 운전하기 때문에, 말을 걸기 보다는 승객들의 말을 경청하는 편이다. 승객들에게 명함도 건넨 적도 거의 없다. 민심이 어떤 지가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다. 정치인들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서 승객들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주말에 택시를 운전한다는 사실은 아주 가까운 지인들 말고는 거의 모른다.”

택시운전이 실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나.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원도심과 신도시의 교육격차다. 승객으로 만난 학부모들을 통해 원도심과 신도시간의 교육격차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저녁시간에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를 데리고 오려고 택시를 타는 학부모님들을 많이 만났다. 학부모님들의 걱정은 항상 아이들이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도시의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원도심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10월에 시의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을 20명 내외로 조정하고 스마트교실을 만들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승객의 의견이 의정에 반영된 사례도 있나.

“50대 여성 학부모를 승객으로 태운 적이 있다. 목적지는 용현동의 한 아파트단지였다. 당시 옥련여고 통학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옥련여고의 하교시간이 오후 9시30분인데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불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승객의 얘기를 꼼꼼히 챙겨 들었다. 당시 실제로 옥련여고에 가보니, 비좁은 통학로 주변에 폐가가 있었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집행부 등에 대책을 요구했다. 최근에 다시 가봤더니 통학로에 가드레일도 설치되는 등 주변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큰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의정활동에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앞으로도 계속 택시운전을 할 계획인가.

“최근에 3월1일자로 개교한 신설학교 8곳을 동료의원들과 방문한 적이 있다. 학생들의 급식은 어떤지, 장애학우들의 수업환경은 어떤지 직접 물어보고 체험했다. 오는 15일부터 재방문을 할 계획이다.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보완해야할 사항이 없는지 점검해볼 계획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상에 앉아서는 절대 현장을 알 수 가 없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승객으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계속 택시를 운전할 계획이다. 큰 욕심일지는 모르겠지만, 인천시민들의 기억 속에 ‘현장형’ 시의원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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