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정부 조사 길어지면 범인의 증거 인멸 시간만 벌어줘”
  •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2 16: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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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수사 이렇게 하라…조사와 수사 병행은 문제 많아

정부의 정부합동조사단이 국토부 직원 4500여 명, LH 직원 9900여 명 등 1만4500명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3월11일 발표했다. 1차 조사 결과 총 20여 명의 투기 의심자가 확인됐다. 여기서 이어질 2차 조사에서는 국토부와 LH 직원의 가족, 지자체 직원(6000여 명), 지방공기업(9000여 명)과 그 가족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된다. 조사 대상자만 족히 수만 명을 훌쩍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불법적인 투기를 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근원적으로 무너뜨리는 부패범죄다. 발본색원과 일벌백계는 당연하다.

3월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 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3월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 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사람 따라가는 수사에서 땅 중심으로 방식 바꿔야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조사’와 ‘수사’ 병행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남은 2차 조사 대상자 수를 짐작해 보면 조사기간은 상당할 것이다. 문제는 조사기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증거 인멸의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혐의에 대한 증거 인멸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폐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휴대폰을 버리는 행위는 1초면 가능하며, 죄를 물을 수도 없다. 향후 수사 대상자가 된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휴대폰을 잃어버려 새로 구입했다”고 변명하면 더 이상 추궁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필수적이다. 조사와 수사의 병행이 아니라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수사 착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수사의 방식’뿐만 아니라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려면 ‘무엇을 수사해야 하는지’도 과제다.

현재의 수사는 사람을 따라가는 수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무작정 사람을 따라가는 수사를 한다면 수사의 범위만 확대될 뿐이다. LH 직원의 가족에서 인척으로, 여기에 직원의 지인까지 포함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면 이른바 ‘답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차명거래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차명거래자까지 추적에 나선다면 수사 대상자와 범위는 무한정 확대되고, 수사의 성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

차명거래를 통한 부동산 투기는 사람이 아니라 땅을 중심으로 수사해야 한다. 예컨대 신도시 개발지역 최근 5년간의 토지 거래가 이뤄진 땅을 중심으로 거래 당사자의 금융거래 내역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제수사가 필요하다. 연결계좌 등을 계속 추적해 자금 흐름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발견되면 바로 당사자를 소환해 피의자 신문 혹은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 따라와야 한다.

 

부패범죄 찾다 기껏 ‘행정법규 위반’으로 그칠라

수사를 꼼꼼하게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재판을 통해 유죄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정의다. 이를 위해 현재 적용 가능한 죄명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공특법)이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공특법에서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남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정보’ 부분이다. 수사기관의 역량이 많이 필요하다. 당시 개발계획에 관련된 사람들의 범위를 확정(입안-중간결재-최종결재 라인, 택지개발 결정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사람 등)하고 이들의 이메일, 휴대전화, SNS계정 및 땅의 금융계좌를 추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법적인 신개발 토지 거래 당사자들과의 관계 및 접촉 여부까지 살펴봐야 한다.

강제수사를 통해 LH 직원들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를 포착한다고 해도 다음 과제가 남는다. 직원과 부동산 거래 간의 ‘업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 수위가 현저히 낮아지거나 처벌이 불가능할 수 있다.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맹탕’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공직자윤리법상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이 적용되면 형사처벌은 요원해진다. 차명거래로 판명된다 해도 ‘부패범죄’가 아닌 단순 ‘행정법규’ 위반(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그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모두 ‘솜방망이 처벌’밖에 되지 않는다.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LH 사건과 관련해 대형 부동산 투기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검사가 본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를 담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기 위해서는 대상 범죄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어야 하며, 그 수사 대상의 신분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신고 대상자이어야만 한다. 부패범죄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으나, LH 관련자들은 공직자윤리법상의 재산등록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국무총리실 주재로 ‘검경 수사실무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현재의 구조는 전체적인 수사를 국가수사본부가 담당하고, 검찰은 필요한 사안에 대한 자문을 맡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로는 수사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의의 공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번 LH 사건을 계기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인한 ‘정의의 공백’을 메움과 동시에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수사권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왔다. 현 시대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이 급변한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과 직결된 수사권은 ‘혁명’ 혹은 ‘개혁’이 아니라 ‘보완’ 또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오늘따라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천천히 빨리(Festina lente)’라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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