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국가들이 우리 미얀마를 지켜보고만 있나?”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4 08:00
  • 호수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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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얀마 시민 A씨가 전하는 현지 상황 3탄
“피 흘리더라도 싸울 준비 돼 있어…유엔이 그런 유혈 사태 생각하는 건지”

녹음파일로 전해지는 미얀마 시민 A씨의 목소리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 2주 전 “우리가 이길 것”이라던 자신감, 한 주 전 “절대 다시 군부독재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결연함과 달리 이번에는 “유엔이나 민주국가들이 (미얀마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나”라고 항변하는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2월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거하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에 나선 이후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는 데서 오는 지쳐감일까, A씨는 답답함을 표출했다. SNS를 통해 계속 현지 상황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미안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3월11일 오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의안이 아닌 의장성명이었다. 의장성명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발표일 뿐이다. 미얀마 군부를 지지하는 중국·러시아의 반대 탓이다. 유엔 발표에 대한 미얀마 현지 분위기를 묻자 A씨는 “피를 흘리더라도 우리가 싸워야 한다면 싸울 준비는 돼 있다. 그런데 유엔이 그런 유혈 사태까지 생각하는 건지, 그걸 바라지는 않는 건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시사저널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3주에 걸쳐 현지 시위대에 참여하고 있는 A씨와 SNS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 실력이 상당한 편이어서 가급적 그의 음성 녹음을 워딩 그대로 싣는다. 다만 A씨의 신변 보호를 위해 실명은 물론 그의 신상 관련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3월8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들이 시위 도중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가 해산하고 있다. ⓒAP 연합3월6일 양곤 외곽의 타르카타 타운십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면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AP 연합
3월8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들이 시위 도중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가 해산하고 있다. ⓒAP 연합

3월9일     

지난 3월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는 미얀마 시민이 많을 듯한데.

“중국이 유엔에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걸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중국의 실제 마음을 이번 시위 통해 제대로 알게 된 것도 (시위를 통해) 얻어낸 성과라면 성과이다. 지금은 국민들이 참고 있지만, 아마 앞으로 (국민들이) 반격하면 미얀마에 있는 중국 회사를 쫓아낼 것이다.”

곧 락다운이 올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러면 전기도 인터넷도 완전히 끊기는 건가.

“락다운 애기는 나오는데 아마 소문이라 생각한다. 걱정 안 한다. 국민도 신경 안 쓴다.”

사망 발표 외에 알려지지 않은 시민들의 피해로는 또 어떤 게 있나? 많이 잡혀가거나 실종되기도 하는가.

“군부가 트럭 몰면서 오토바이 탄 시민, 걸어가는 시민들 막 치고 넘어지는 시민들 때려서 잡아가는 일이 많다. 어제는 양곤 등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잡으려고 낮부터 집에 들이닥쳐서 잡아간다. 잡혀갔다가 실종되는 것도 많고, 고문 때문에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신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군부와 경찰이 잡혀가는 사람들을 돈 받고 풀어주기도 한다. 거의 깡패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수치 여사의 측근 인사가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수치 여사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가.

“수치 여사 측근을 처음에는 잠깐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데려갔는데, 결국 고문으로 사망한 것 같다. 수치 여사 상황은 얼마 전에는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 

미얀마 현지 언론들이 군부에 의해 보도 금지, 폐쇄 등의 탄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집회나 현장 영상이 별로 안 나온다. 촬영하는 사람은 (군경의) 우선 타깃이 된다. 밤에도 그 사람들 행방을 찾아서 잡아가고, 영상 촬영이 도심에선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들은 다 차단하고, 국영방송과 군방송 두 군데만 방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거짓 방송이라고 안 믿는다. 그래도 시민들이 열심히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으로 올리면 인터넷방송으로 시민들은 보려고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비폭력시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갈 수 있다고 보나.

“지금 국민들이 화가 나도 분노를 일단은 참는다. 일단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88년 항쟁을 주도했던 민꼬나잉씨도 있고, 지금 유엔에서 미얀마의 국민대사 역할을 하는 의사 사사씨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자 얘기하는 순간 그 타이밍에 따라 국민들이 비폭력에서 폭력시위로 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아직은 기다리고 있다.” 

지금 미얀마 시민들은 유엔 등 해외에 어떤 기대와 요구를 갖고 있나.

“빨리 유럽이나 유엔이나 미국이나 와서 도움을 줬으면 하는데, 이런 인권 침해에도 (유엔 등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진짜 우리나라 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간다. 내가 전에 한국에 있을 때 해적들이 한국 선박 잡아가고 하면 해외 여러 나라에서 역할하고 도와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군인이 우리 국민들을 쏘고 죽이는데도 민주국가라는 나라들이, 민주화를 제대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이걸 그냥 눈으로만 지켜보고 말로만 하는 이런 행동만 할 수 있는 건지, 그게 정말 우리 국민들이 궁금한 거다.”

3월8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들이 시위 도중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가 해산하고 있다. ⓒAP 연합3월6일 양곤 외곽의 타르카타 타운십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면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AP 연합
3월6일 양곤 외곽의 타르카타 타운십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면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AP 연합

3월10일

오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채택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렇게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데, 유엔이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민주국가라는 나라들이 그냥 (미얀마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을 건지. 예전 태국에서 어린이들이 동굴 갇혔을 때 독일에서도 구하러 가고, 여러 나라가 가서 도와주고 해서 구출하는 걸 봤다. 지금은 미얀마를 그냥 지켜보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우리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만약 당신 얘기대로 국민들이 반격에 나선다면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일어날 텐데, 총과 무기를 든 군부에 맞서 대항할 수 있다고 보나.

“1988년 항쟁 때 군부 상황과 지금은 많이 차이가 있다. 지금은 모든 공무원이 다 군부의 명령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행정이 중단된 상황이다. 지금에 비하면 1988년 땐 더 어려웠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부통령까지 뽑고 유엔 대사도 해외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군부와) 맞서서 싸운다면 집의 칼이라도 들고 나가서 싸워야 한다. 88항쟁 땐 군경이 군복과 경찰복 입고 못 다닐 정도였다. (우리가 반격하면) 군부 가족, 경찰 가족의 안전도 보장 못 한다.”

 

3월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의제를 채택했는데, 제재 조치도 없이 군부의 강경 진압에 대한 경고 정도만 나왔다. 이 정도로도 군부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말로만 하는 건 군부한테는 큰 효과가 없다. 그나마 관심 갖고 얘기해주는 건 고맙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들을 유엔에서는 그냥 지켜보고 말로만 할 수 있는 건지 그게 궁금하다. 민주화를 얻기 위해서는 피를 흘리더라도 우리가 싸워야 한다면 싸울 준비는 돼 있다. 그런데 유엔이 그런 유혈 사태까지 생각하는 건지, 그걸 바라지는 않는 건지 그걸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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