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땡’ 이어 ‘오나땡’?…박영선 캠프의 이유 있는 오세훈 때리기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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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무산 노린 전략적 오세훈 키우기였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발목이 잡힌 양상이다. 박 후보 측은 LH 특검과 신도시 전수조사 등 승부수를 띄웠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 놓였다.

선거 구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박 후보로선 ‘오세훈 때리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당초 여권에선 ‘안나땡(안철수 나오면 땡큐)’이란 입장이었으나, 최근 들어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오세훈 저격수’라 불리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입을 통해 연일 강경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박 후보 측이 오 후보 비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한 모습 ⓒ 시사저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한 모습 ⓒ 시사저널

박영선이 오세훈 때리자 지지율은 승승장구

정치권에선 박 후보 측의 ‘오세훈 때리기’가 노골적인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후보 측 선거 캠프에 합류한 고민정 의원이 총대를 잡고 오 후보 측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고 의원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낸 7개의 논평 가운데 6개는 오 후보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박 후보 측은 10년 묵은 오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을 꺼내들며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비판의 비중은 적은 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후보 측이 공세 수위를 높일수록 오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박 후보와 가상 양자대결을 벌였을 때 격차가 점차 줄어들더니 역전까지 하게 됐다. 에스티아이가 지난 14일(12~13일, 서울 유권자 1000명 대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51.8%를 기록, 박 후보를 18.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오 후보는 야권 단일화 최종 협상을 해야 하는 안철수 후보와의 격차도 좁혔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15일(13일 서울 유권자 802명 대상 조사) 발표한 자료에서 오 후보는 야권 후보로서의 ‘적합도’와 본선에서의 ‘경쟁력’에서 모두 안 후보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합도와 경쟁력 면에서 오 후보는 각각 36.5%와 40.5%를 기록, 33.2%와 37.5%를 보인 안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따돌렸다.

문제는 오 후보 측이 승승장구할수록 야권 단일화는 삐걱댄다는 점이다. 선거 초반 ‘화학적 결합’을 말했던 야권은 최근 원색적 비판까지 서슴지 않으며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오 후보는 14일 “늘 야권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로의 단일화는 내년 대선에서도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안 후보를 저격한 데 이어 15일에도 “안 후보로 단일화 하고, 거기에 당 외곽 유력 대선주자가 결합하면 내년 대선은 분열 상태로 치러지는 최악의 대선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 역시 “작년 문재인 정부의 서슬이 시퍼럴 때 어디 계셨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라며 오 후보를 저격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시사저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시사저널

삐걱대는 야권 단일화, 박영선에 득 될까

이 같은 흐름은 박 후보 측 입장에선 기회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박 후보 캠프 측에서 야권 단일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일부러 오 후보의 주목도를 높여 안 후보와의 경쟁에 불을 댕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후보로선 양자 구도보다 3자구도가 유리한 지형이어서다.

양자대결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에도 안 후보보단 오 후보와 붙는 것이 박 후보에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중도 확장성을 놓고 볼 때 안 후보가 오 후보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 표심을 가져와야 하는 박 후보로선 상대적으로 오 후보를 상대하는 것이 쉬울 수 있다. 실제 앞선 머니투데이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단일화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중도 성향에서 안 후보는 42.8%로, 오 후보(40.1%)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다만 박 후보로선 어느 선택지 모두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당초 3자 구도를 전제로 치러진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가 야권 후보를 모두 앞섰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자 대결에서 오 후보(35.6%)가 박 후보(33.3%)에게 2.3%포인트 차로 앞섰다. 안 후보는 25.1%였다. 최종 후보 등록일인 19일까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격동의 구도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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