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지배 회사에 일감 몰아준 동아쏘시오그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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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역주행하는 중견기업 내부거래 실태 ② 동아쏘시오그룹
서울 용두동에 위치한 동아제약 본사 ⓒ연합뉴스
서울 용두동에 위치한 동아제약 본사 ⓒ연합뉴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공정경제가 화두로 제시되면서 정부는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내부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에 골몰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실태를 차례로 분석해 보도한다.

동아제약이 주력사인 동아쏘시오그룹 후계자는 당초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의 차남 강문석 전 동아쏘시오 부회장이었다. 1987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온 그는 2003년 동아제약 사장에 오르며 경영 최일선에 나섰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2004년 사장에서 해임됐고, 이후 동아쏘시오 부회장직이 주어졌지만 명예직에 불과했다.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이다. 이후 강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했고, 2008년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그룹을 떠났다.

지휘봉은 4남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게 넘어갔다. 경영권 지분 승계도 강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는 현재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 27.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너 일가 중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유일한 주주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현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2017년 불법 리베이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강 회장이 출소하면서 그의 경영 복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내부거래는 다소 특이한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형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를 통해 김 회장이 간접 지배하는 회사가 내부거래의 수혜를 받고, 그 수익이 다시 동아쏘시오홀딩스를 거쳐 김 회장에게 전달되는 구조다.

동천수와 수석, 철근종합건설이 그런 경우다. 이들 회사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100% 자회사이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생수업체인 동천수의 생수를 계열사인 동아오츠카에 판매하는 형태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천수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52.63%였다. 2019년에는 전체 매출 247억원 가운데 40.81%에 해당하는 101억원이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용기 생산업체인 수석도 계열사에 유리병이나 캔 등 용기를 납품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천수와 같은 기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8.65%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내부거래율이 74.63%(총매출 1318억원-내부거래액 983억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밖에 건설업체인 철근종합건설은 그룹 계열사의 각종 건축 및 공사를 도맡으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60~70% 사이를 오갔다.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무관한 브랜드 수수료와 배당금 수익 등 지주사 관련 수익을 제외하면, 이 회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9.11%로 나타났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9년 전체 매출(676억원) 중 지주사 관련 매출(481억원) 외 용역과 건물 임대료 등 기타 수익이 194억원이었고, 이중 75.40%에 해당하는 146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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