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싸우는 文대통령…‘적폐청산’ 카드, 이번에도 통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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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 과거 정부로 화살 돌린 與, 특검‧전수조사 돌파구 될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허탈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부동산 적폐를 끊어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과거 정부의 잘못을 상기시키며 현 정부의 책임론을 비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 정부 지지율의 근간이었던 적폐청산 프레임은 이번 위기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 일제히 ‘적폐청산’ 구호…정면돌파 신호탄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LH 사태가 불거진 이후 2주 동안 줄곧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15일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16일에도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틀 사이 ‘적폐’라는 단어만 8차례 썼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적폐로 규정한 것은 현 정부 뿐만 아니라 과거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이번 사태를 정면 돌파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관행을 현 정부가 바로잡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촛불정신’을 언급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여당 주요 인물들도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구호에 즉각 화답했다. 여권의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평소라면 기득권의 저항으로 요원했을 부동산 개혁이지만, 온 국민이 부동산 불로소득 혁파를 요구하는 지금은 역설적으로 결정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법무주 장관도 “적폐청산, 검찰개혁에 이은 부동산 개혁은 이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자 목표가 됐다”며 “바야흐로 적폐청산, 검찰개혁에 이은 제3기 핵심 개혁과제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라고 평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들어간 여권이 문 대통령의 의지에 발을 맞추면서 이번 사태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LH 특검에 전수조사까지 판 키우는 與野, 최종 승자는

그러나 이번 사태에 적폐청산 카드가 통할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적폐의 칼날이 여권을 향하고 있어, 잘못하면 역풍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다. 이미 민주당 등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사례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상황이다.

다만 역풍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일제히 LH 사태 ‘판 키우기’에 나섰다. 여야가 LH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과 전수조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이 같은 방침은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이에 더해 국정조사와 전수조사의 범위를 청와대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역제안했다. 광범위한 수사나 조사가 진행될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의혹이 고구마 줄기 캐듯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일단 사정의 칼날을 전방위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LH 특검을 계기로 적폐청산 프레임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을 수용한 국민의힘을 향해 “늦게나마 현명한 결정을 해줘서 다행”이라면서도 “민주당은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원내대표는 “공직자 투기에 대한 국민 의혹어린 시선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씻어내야 한다”며 “여야협의를 통해 국회가 부동산 적폐청산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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