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아동학대’ 어린이집 원장에 아른거리는 권력의 그림자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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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 인천시장 선거캠프 특보단서 활동
관광단체 사무국장 재임…인천시장 정무라인 추천
특보 12명, 인천시 산하 기관·단체 주요 보직 꿰차

인천시 서구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원장 A씨의 뒤에 박남춘 인천시장 정무라인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시사저널 2021년 3월3일자 ‘아동학대 구속영장 청구된 어린이집 원장, 인천시장 선거캠프 특보단 활동’ 기사 참조)

A씨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였던 박 시장의 선거캠프(봄캠)에서 특별보좌단(특보단)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드러난 데 이어 박 시장 정무라인의 추천을 받아 인천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채용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천시관광협의회는 인천시로부터 인천시내 관광안내소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민간단체다.

A씨는 인천시관광협의회에서 퇴사한 후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공립 어린이집의 위‧수탁자(원장)로 선발됐다. A씨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산과 사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단체와 기관의 업무를 연이어 맡게 된 것이다. 아동학대 피해자의 변호인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수사 내용을 토대로 “A씨가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고, 이를 이용하려고 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방조 혐의를 받는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전 원장 A씨가 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 방조 혐의를 받는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전 원장 A씨가 3월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봄캠’ 특보단 단체 대화방 27명…절반 ‘요직’ 꿰차

시사저널은 최근 봄캠 특보단 27명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의 대화내용 등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대화방에 참여한 특보들 중 12명은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 인천시 산하의 기관과 단체, 센터 등의 주요 보직이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의 주요 당직을 꿰찬 것으로 파악됐다.  

특보단의 단장은 현재 인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고, 간사는 인천시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총무는 2020년 10월부터 민주당 인천시당 여성국장을 맡고 있다. 또 일부 특보들은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송도국제복합단지개발, 인천글로벌시티, 인천노인인력센터, 인천광역자활센터, 인천환경공단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주목할 점은 A씨가 2019년 4월12일에 사단법인 인천시관광협의회의 사무국장으로 채용됐다는 점이다. A씨는 박 시장의 정무라인에 채용된 특보단 출신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올해 인천시관광협의회에 민간단체 법정운영비 명목으로 1440만원을 지원했다. 인천시관광협의회의 인천시로부터 인천시내 관광안내소 11곳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인천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약 3달간 근무했다. 이어 2019년 12월18일 인천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의 위‧수탁계약자로 선발됐다. A씨는 보육교사 6명을 직접 채용했고, 어린이집은 2020년 3월에 개원했다.

당시 위‧수탁자 계약의 경쟁률은 8대 1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A씨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산과 사무를 위탁해 운영하는 민간단체와 기관의 주요 직책을 연달아 맡게 된 것이다. 인천시 서구는 2020년 3월부터 12월까지 A씨의 경력에 맞춰 책정된 호봉의 80%를 예산으로 지급했다. 

“경력단절 불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선발…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아동학대 피해 부모는 3월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A씨가 정치활동 이력을 활용해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에 취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동학대 피해 부모는 “경력이 4~5년 단절됐는데도 무려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자리에 앉았다”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이집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는 원장은 근무시간에도 어린이집에 대부분 있지 않았고,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비극을 방지하려면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절차로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가 채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동학대 피해 부모의 한 변호인은 3월4일 열린 A씨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A씨는 정치인과 공무원 등 여러 사람과 친분이 있고, 이를 이용하려고 한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피해 부모는 “검찰조사에서 A씨가 기초단체장과 간부 공무원,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고, 이들 중 일부에게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시사저널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희경 부장검사)는 3월9일 A씨를 보육교사 6명이 2020년 11월부터 12월까지 어린이집에서 원생 10명을 300여 차례 학대한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아동학대 방조)로 기소했다. A씨의 재판은 3월22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413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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