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국민  “AZ 백신 맞아도 되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9 13:0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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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럽 국가 ‘혈전 부작용’ 논란에 WHOㆍ전문가들 “혈전 위험 증거 없어”
코로나19 추진단 “백신 공급 순서에 따라 75세 이상에 화이자 백신 접종”

3월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아도 괜찮나. 위험하지 않나”라는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맞아도 된다. 질병관리청 직원도 모두 접종하고 있다. 안전성에 대해선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국민의 관심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쏠린 이유는 3월7일부터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이 백신을 접종한 뒤 혈전(혈액 응고)이 생성됐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이상 반응과 백신의 연관성을 명확히 밝힌 나라는 없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2주간 연기한 덴마크 보건 당국은 3월11일 성명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중 심각한 혈전 생성 사례들이 보고돼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아직 백신과 혈전 생성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뒤 사망 신고된 사람 중 혈전이 생성된 사례가 1건 파악됐다(3월17일 현재). 관련 조사를 벌인 방역 당국은 혈전이 백신과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김중곤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은 3월17일 “사망자는 장기간 기저질환이 있었고 의무기록상 다른 사망원인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어 예방접종보다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사망자를 진료했던 의료진의 사인 판단은 흡인성 폐렴이었다. 물론 이번 환자는 부검이 진행 중이므로 특이사항이 있다면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신과 혈전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20여 개국은 예방적 차원에서 이 백신의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3월12일에 이어 또다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제약사는 14일 성명을 내고 “유럽연합과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1700만여 명에 대해 모든 가능한 안전성 자료를 신중히 검토한 결과 폐색전증, 심부정맥 혈전증 또는 혈소판 감소증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증거가 어느 특정 연령대, 성별, 백신 제조단위 또는 어떤 특정 국가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EMA “AZ 백신 접종, 위험보다 이득 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이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3월12일 “혈전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백신 접종 인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치보다 높지 않다”며 이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15일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경험이 많은 MHRA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혈전 부작용’ 논란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로선 이 사례들이 백신 접종으로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 생명을 구하고 심각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백신 캠페인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2건의 혈전증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됐다는 근거가 없으며,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에게서 신고된 혈전색전증 환자 수가 일반 인구에서 보인 것보다 더 많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혈전증 추가 사례에 대한 조사를 벌인 EMA는 3월18일(현지 시간) 혈전증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무관하다는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 백신에 대한 일시 접종 중단을 풀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백신으로 인한 혈전 생성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WHO와 EMA의 발표 내용처럼 최근 유럽에서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은 자연 발생률보다 높지 않고 백신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도 않았다. 의학적으로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서 혈전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서 일부 중증이나 사망이 생겼으나, 자연 발생률 수준이고 백신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2만 명이 아니라 수천만 명에게 접종하는 실제 상황에서는 그런 사례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백신 사용 허가 후 안전성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또 코로나19에 걸린 후 색전증 등 혈액 응고 관련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백신으로 인한 사례는 없었다.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백신 접종 후 혈전 증상이 우연적 발생인지 아니면 유럽 인종 특성 때문인지, 식습관 때문인지는 아직 모른다. 서양인은 비만율이 높고 색전증도 잘 생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ㅍ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75세 이상은 화이자, 65~74세 AZ 백신 

당초 우리 정부는 이 백신에 대해 65세 이상에 대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발표되는 3월말 이후 접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3월11일 6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영국이 3월1일 공개한 ‘실제 효과(real-world effectiveness)’ 보고서다. 여기에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이 약 2개월간 백신을 접종하면서 확보한 실제 효과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연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0~80대 고령자에게 감염(유증상)·입원·사망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백신 효과는 유증상 감염 예방, 중증 입원 예방, 사망 예방으로 나눠볼 수 있다. 유증상 감염 예방 효과를 본 임상시험에서 화이자 백신은 95%,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2%로 나타났다. 중증 입원 예방과 사망 예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0~80%로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령자는 코로나19 감염의 고위험군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65세 이상이 94%다. 따라서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배경택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3월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유럽에서 신고된 일련번호의 백신이 국내로 수입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접종한 58만여 명 중 혈전색전증 등 유사한 이상 반응으로 신고된 사례는 없다. 세계적으로 약 3억350만 회 이상 접종했지만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견되지 않았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260만 명 이상이다. 백신 접종의 중요성은 국제사회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고령자의 나이에 따라 투여하는 백신을 달리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3월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2분기 시행 계획’을 통해 75세 이상에 화이자 백신을, 65~74세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고 발표했다. 정 청장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4월부터 75세 이상 어르신들을 시작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나이에 따라 백신 종류를 달리하는 이유는 특정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백신 공급 순서 때문이라는 것이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정 청장은 “고령층은 예방접종의 최우선 대상자며 요양병원과 시설의 고령층은 가장 먼저 들어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75세 이상 어르신은 코로나19 중증도가 크기 때문에 먼저 접종하는 것이고 3월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80대에서 20%, 70대에서 6~7%인 점을 근거로 75세 이상과 65~74세에 대해 각각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사실 이 백신은 임상시험 때부터 용량 문제 등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65세 이상에 대한 백신 효과를 확인할 데이터가 부족해 일부 국가는 이 백신 접종을 65세 미만에만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일부 유럽 국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하자 국내에서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 고령층의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후에 국내 접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윤방부 연세대의대 명예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은 임상시험에서 확인했지만, 고령자에 대한 백신 효과를 판단할 데이터가 부족하다. 물론 고령자에게서 코로나19 중증과 사망을 낮추지만, 화이자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3월말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후에 접종을 결정해도 될 것 같다. 또 이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로서도 이와 같은 국민 불안은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반드시 해소하고 넘어가야 할 부담이다.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3월15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오는 23일 공개 접종한다. 문 대통령 내외가 65세 이상 가운데 우선 접종함으로써 일각에서 제기된 안전성과 효과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솔선수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부부의 예방접종은 6월 영국 G7 회의 참석을 위한 조치로, 질병관리청에서 마련한 필수목적 출국자에 대한 예방접종 절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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