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여론조사] 국민 과반 “LH 사태, 과거 정부부터 이어진 문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9 10:0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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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땅 투기 의혹 여론조사 실시
"MB 정부 때도 '공정' 사회 내세워…불공정은 뿌리 깊은 문제"

LH 사태는 공정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던 문재인 정부에 치명타가 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공정 가치 복원이라는 이 정부의 심장부를 제대로 가격한 사건”이라고 LH 사태를 정의했다.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정을 집행하는 자들이 가장 공정하지 못해 발생한 모순”이라고 꼬집었고,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국민은 이미 이 정부에 걸었던 공정의 열망이 허구였음을 알게 됐다. 정부는 이미 스스로 불공정한 존재, 즉 적폐가 됐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0세 이상·TK·강원에선 현 정부 책임

임기 중 벌어진 공공기관 부패의 1차적 책임은 단연 현 정부에 있다. 그렇다면 출범 후 12년간 공룡 권력이 돼 버린 LH의 문제를 현 정부‘만’의 책임으로 볼 수 있을까. 여론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LH 직원들의 투기가 현 정부의 책임이라는 의견과 과거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문제라는 의견 중 어느 것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53.8%가 ‘과거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문제’라고 답했다. ‘현 정부 책임이 크다’는 응답(43.6%)보다 10.2%포인트 높았다.

연령대마다 응답률은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만 19세부터 50대까지는 과반이 ‘과거 정부’를 택했다. 특히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인 30대와 40대는 각각 66%가 ‘과거 정부’ 문제라고 답했다. 반면, 60세 이상 응답자들은 ‘현 정부(58.0%)’를 ‘과거 정부(39.1%)’보다 더 많이 선택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강원과 대구·경북에선 ‘현 정부’를, 나머지 지역에선 ‘과거 정부’를 주 책임원으로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회가 공정에 민감해졌다는 긍정적 신호”

학자들도 LH 사태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공정의 훼손을 비단 문재인 정부 문제로 가둬 보아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 공정이 현 정부 들어 갑자기 떠올라 갑자기 무너진 게 아니기에, 좀 더 전방위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얘기다. 공정성연구회 총괄을 맡은 김석호 서울대 교수의 말은 이렇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임기 4년 차에 국정전환을 시도하며 내세운 게 ‘공정사회’였다. 공정은 IMF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그로 인한 박탈감이 커지면서 정부마다 계속 관리해야 했던 상수였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LH 사태를 포함한 일련의 불공정 논란이 사회 전체에 긍정적 신호라는 주장도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LH 사태 또한 과거엔 한 점 잘못이 없다가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당연하게 불공정했던 것들이 지금 사람들의 관심과 분노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는 사회가 공정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사회가 발전하는 데 홍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공정은 한동안 이슈의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1년 후 차기 대통령선거 국면에서도 공정은 가장 뜨겁고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들어 인국공·조국·LH 사태 등 다양한 형태로 공정 담론이 떠올랐듯, 공정은 여러 모습으로 대선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석호 교수는 “공정이란 가치는 결국 불평등 해소, 투명성, 부패 척결 등 우리 사회 모든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누구부터, 무슨 제품을 맞을 거냐를 두고 공정이 거론된다. 방역에 있어 대기업은 봐주고 소상공인은 희생시킨다는 주장 속에도 공정 문제가 담겨 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느냐 마느냐도 공정으로 귀결된다”며 “공정 문제는 앞으로 더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을 비롯해 미래사회 정책 대안을 연구하는 LAB2050 이원재 대표 역시 “정보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를 이용해 부까지 거머쥐려고 하지 않는 상태가 될 때까지 공정을 둘러싼 분노와 갈등은 해소되지 않으리라 본다. 즉 비단 차기 대선에서만의 화두가 아니고, 누가 정권을 잡느냐와 관계없이 계속될 문제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의뢰 / 시사리서치 조사 /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 3월16일 / 무선 100%·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 응답률 5.2% /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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