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불공정 땅 투기 파문’ 광양시장으로 옮겨 붙나?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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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민, 국민청원…“광양시장 재산증식 의혹 조사해달라”
특혜시비 중심에 선 광양시장의 ‘땅’…개발이익 수혜 논란
누구 위한 광양읍 중심상업지역 ’시장 땅‘ 도로 개설인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비공개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의 재산증식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LH발 ‘불공정 땅 투기 파문’이 옮겨 붙을지 지역 관가 주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광양의 한 시민이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현복 광양시장 재산증식 의혹, 전수조사가 시급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광양읍에 개설 중인 한 도시계획도로가 정 시장과 아들 소유의 땅을 관통하거나 정 시장이 아파트 건설이 예정된 요지에 고가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혹의 중심에 정 시장이 소유한 ‘땅’이 서 있다. 

청원인은 “광양시민들은 광양시장이 오랜 세월 동안 공직의 자리에 있으면서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재산증식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며 LH 임직원주택사건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불거진 의혹에 선을 그었다.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호북도시계획도로 공사 현장 ⓒ시사저널 정성환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호북도시계획도로 공사 현장 ⓒ시사저널 정성환

겨우 땅 ‘33평’ 도로에 내주고 막대한 이익 챙기나?

정 시장과 관련된 최대 쟁점은 역시 도시계획도로 신설 논란이다. 광양시가 추진 중인 도시계획도로가 정현복 시장과 시장 아들 소유 땅 위를 통과하면서 시장 일가가 재산상 이익을 얻게 됐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광양시는 예산 23억원을 들여 광양읍 칠성리 17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이 신설도로는 현재 21필지에 대한 지장물 철거가 완료됐으며, 토공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기존 4차선 간선도로와 불과 40m 가량 떨어진 후면에 개설되는 이 구간은 2014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됐으나, 순위에서 밀려 공사가 늦춰져 왔다. 문제는 사업 추진 배경으로 주민 민원 해소와 도심지 교통체증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인근 주민들조차 왜 거기에다가 도로를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벌써부터 도로개설로 남은 정 시장 소유의 잔여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사방팔방이 도로와 맞물리며 땅값이 지역 최고가를 상회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상황이다. 광양시민 김아무개씨는 “LH공사 임원은 사전정보를 이용해 투기하고, 광양시장은 지위를 이용해서 자기 재산 가치를 높이고 있어 마치 생선 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다”고 성토했다.

이같은 불신은 공정성을 기해야 하는 도시계획과 힘 있는 공직자 소유의 땅이 연관되면서 증폭되는 측면도 있다. 정 시장은 해당 토지를 1990년 6월쯤 본인 명의로 구입한 후, 칠성리 177-8번지로 분할해 2018년 8월 아들에게 증여했다. 정 시장이 보유한 토지 569㎡ 중 108㎡가, 아들 소유 토지는 423㎡ 중 307㎡가  각각 수용돼 보상이 이뤄졌다. 부동산업계에선 공시지가의 2.5배 가량 보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 시장은 2억원대 초반, 아들은 5억원 안팎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더구나 이 도로가 정 시장이 민선 7기 시장에 취임한 후 도시관리 계획 재정비(2014년 6월~2017년 9월)에 포함됐다. 일각에서 교통 편의를 위한 ‘필요’보다 ‘시장 땅값 올려주기’ 위한 도로 개설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정현복 광양시장 소유 광양읍 칠성리 소재 토지 ⓒ시사저널 전용찬​
​정현복 광양시장 소유 광양읍 칠성리 소재 토지 ⓒ시사저널 전용찬​

개발계획 유출됐나…외지업체, 석연찮은 ‘토지매입’

사전에 도로 개발계획 유출 의혹도 불거졌다. 청원인은 “대구소재 모 법인이 도로개설 구간 내 토지 600여평을 도로개설 계획 전후에 매입했다”면서 “구입 당시에는 맹지였으나 토지 한가운데로 도로가 뚫리면서 금싸라기 땅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어떻게 대구 사람이 이런 맹지를 미리 구입했는지 그 과정도 반드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 도로개설 구간 중간에 대구소재 건축회사인 A법인이 공동주택 건립 목적으로 수백평의 토지를 맹지인 상태에서 구입하는데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교로운 건 A법인의 토지 구입 시점이다. 광양시가 호북도시계획도로 개설을 입안한 것은 2014년 6월이다. A법인은 이 도로 계획 입안 1개월 후인 2014년 7월에 전체 600여평 중 1차로 257평을 구입한 뒤 나머지 부지는 2018년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 개설이 가능해질 것을 알고 땅 매입에 나섰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후 A법인은 아파트 건립을 위해 광양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진입도로 확보 미흡 등의 이유로 수차례 반려 당한 끝에 사업 추진을 중단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이 토지 중앙으로 도로가 관통하게 돼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개발계획이 새 나간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대구에 소재지를 둔 A법인이 굳이 광양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게 된 배경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밖에 정현복 시장의 재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 시장의 2020년 3월 당시 공직자재산등록 현황을 보면 재산총액은 27억573만원이다. 서울에 정시장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를 각각 1채씩 소유 중이다. 광양읍 성황동 아파트 건설 예정지 부근에 대지 350㎡와 답 1704㎡ 등 본인신고가 5억4400여만원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정 시장은 광양에는 별도의 자가 주택없이 민선 6기 취임 이후 줄곧 광양매일시장 부근에 위치한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

​​‘정현복 광양시장 재산증식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정현복 광양시장 재산증식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광양시 “황당한 억측…문제없다”

반면 광양시 측은 “황당한 억측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의혹의 시각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주변 주민의 민원 해소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주거지와 상업지의 경계 지점에 도로를 개설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LH 파문으로 민감한 시기에 마치 단체장과 특정업체 등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처럼 비춰져 곤혹스럽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 시장 땅 도로 편입과 관련해서는 “개발 계획과 설계, 시행 과정에서는 정 시장 사유지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최근에야 듣게 됐다”며 “땅 소유자는 도시계획 결정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해당 법인이 아파트 사업을 위해 토지를 구입했으나 도로가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바람에 사용 용도나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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