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언론 통제’ 미얀마, 다크웹으로 본 참상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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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영상 보니…경찰 3~4명이 시위대 향해 기관총 조준 사격, 야간 사격에 물대포 직사까지

※‘다크웹(Dark web)’은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의미한다.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언론 통제’에 나서자, 접속자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다크웹’을 통해 현지 실상을 알리기 위한 ‘미얀마 Z세대(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원주민 세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월 미얀마 다크웹 사용자 수는 전달에 비해 700% 이상 폭증했다. 다크웹을 통해 시위·진압 영상과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다크웹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진압부대원 3~4명이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을 ‘조준 사격’하고 있다. 또한 ‘야간 사격’은 물론 물대포를 ‘직사(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직접 발사)’하는 영상도 있다. 미얀마 시위대의 사망자 수는 3월24일 기준 3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영상은 유튜브 ‘시사저널TV’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 2월 다크웹 사용자 754% 폭증

다크웹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디지털 보안업체 에스투더블유랩(S2W LAB)에 따르면, 미얀마의 다크웹 일평균 사용자 수는 1월 748명에서 2월 6376명으로 754.2% 증가했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전 세계 국가 중 미얀마가 1위다. 이에 따라 미얀마의 다크웹 사용자 순위 역시 1월 100위에서 2월 41위로 수직 상승했다.

에스투더블유랩 관계자는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지난 2월15일 국가 전체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인터넷 우회 접속자들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군부의 인터넷 차단과 접속자 추적에도 일부 기자와 시민들은 시위 영상, 시민 탄압 영상 등을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이때 인터넷 접속 채널로 IP(인터넷 주소)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크웹은 접속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네트워크 기술로 구축된 인터넷 세상”이라면서 “익명성이 강조되다 보니 여러 가지 불법적 행위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국가에서 보장하지 않는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대가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카친주’의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장면ⓒReddit
미얀마 군대가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카친주’의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장면ⓒReddit

실제로 언론의 자유가 통제된 국가의 경우, 많은 언론매체가 다크웹을 통해 정부·기업의 비리를 제보받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20 언론자유지수’에서 35위를 차지한 영국에서는, 국영 방송사 BBC조차 제보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다크웹을 활용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휴대전화 인터넷을 차단한 데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을 아예 차단했다. 로이터통신은 3월18일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 접속이 끊긴 곳이 대부분이라고 보도했다. 북동부 지역 타칠렉 통신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웃 국가인 태국과 이어진 케이블을 미얀마 인부들이 자르고 있다고 전했다.

군부 대변인 조 민 툰 준장은 3월23일, 인터넷 접속 제한에 대해 “법에 의한 지배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폭력이 온라인에서 조장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인터넷 접속 제한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탄압도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화 시위를 적극 보도한 언론사 5곳을 강제 폐쇄했고, 또 다른 독립 언론매체의 기자 10명을 고소하고 12명을 재판 없이 구금했다. 또한 미국의 AP통신 사진기자와 기자 5명은 시위 취재 중 수갑까지 채워져 연행됐다. 미국의 전문직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 등은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언론 자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의 존 퀸리 선임분석가는 CNN방송을 통해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이 자행하는 폭력행위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면서 “완전한 보도 통제 상황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인 A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공개한 미얀마 현지 사진. 그는 사진을 공개하며 “다웨 지역에 사는 ‘코진’이란 남성이 길을 건너려 대기하던 중 군용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그들은 총격만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비인간적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사진이 찍힌 시점은 미얀마 현지 시간으로 3월23일 오전 11시33분이다.ⓒ시사저널 입수사진

지휘관 지시에 따라 시위대에 기관총 난사

그러나 다크웹에는 미얀마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영상과 글이 무수히 유통되고 있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영상에는, 미얀마 군대가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카친주(州)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장면, 미얀마 카인주(州) 미야와디에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2명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을 조준 사격하고 있는 가운데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주위에 있던 다른 경찰에게 지시해 2명이 추가로 기관총을 난사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어두운 도심에서 폭죽 터지듯 불빛이 번쩍거리는 것으로 봤을 때 야간 사격을 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대포를 시위대에 직사하고, 소총 개머리판이나 곤봉으로 시민들을 구타하는 장면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3월14일 계엄령을 선포함에 따라 군경은 시위대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총을 발포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얀마 군부대에서 탈영해 인도로 도주한 병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필요하면 주저 없이 시위대에 자동소총을 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군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군경이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저격용 소총과 경기관총을 비롯해 중국제 RPD 경기관총 등으로 무장했음을 확인했다”면서 “미안마 군부는 평화적인 시위대와 행인들을 대상으로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치명적 전술과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상당수 살인은 군부의 계획에 따른 초법적 처형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3월27일 ‘타마도(군)의 날’을 계기로 반(反)쿠데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얀마 경찰이 시위 집단에 물대포 공격을 가하는 장면ⓒReddit
미얀마 경찰이 시위 집단에 물대포 공격을 가하는 장면ⓒReddit
미얀마 시민들이 경찰에 대항하는 장면ⓒReddit
미얀마 시민들이 경찰에 대항하는 장면ⓒReddit

최대 변수는 소수민족 반군이다. 무장단체인 소수민족 반군이 군부와 시위대 중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미얀마 사태는 급변할 수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소수민족 반군들은 군부가 보낸 ‘군의 날’ 초대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소수민족 반군 중 최대 조직인 카렌민족연합은 “우리는 존엄성과 인간애, 정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자유를 보여주는 행사에만 참석할 것”이라면서 “쿠데타와 군부독재에 맞서는 시민불복종 운동과 시위를 지지한다. 이런 운동과 시위를 지지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군정에 맞서는 문민정부의 임시정부 ‘연방의회 대표위원회’도 소수민족이 지배하는 지역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시위대가 풍선을 날리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에 응답하듯 유럽연합은 미얀마 군부 11명에 대해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제재를 부과했다.

반면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중(反中) 정서를 억제하기 위해 군부에 언론 통제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은 미얀마와 중국을 연결하는 원유·천연가스 수송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 수송관 사업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중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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