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의 올림픽 2연패 길 열렸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8 12: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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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 불투명했던 도쿄올림픽 열릴 듯
메달 경쟁보다 더 치열한 태극마크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

골프 여제 박인비(34)의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이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차례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당초 올해 7월 개최도 불투명했으나, 최근 최소 관중으로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선발 가능성도 높아졌다. 천하의 박인비도 태극마크를 달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여자골프는 세계 최정상급이다. 1년 전만 해도 박인비는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5위였다. 한 국가에서 최대 4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는 탓에 박인비의 국가대표 선발 가능성은 위태로웠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 활약하며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비교적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박인비는 1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골프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바 있다.

ⓒAP연합

세계랭킹 1·2·4위인 고진영·김세영·박인비는 확정적

도쿄올림픽 골프 종목의 여자부는 8월5일부터 8일까지 도쿄 인근의 사마타이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되며, 남자부는 그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올림픽 골프는 남녀 60명씩 출전하며 국가별 2명으로 출전 선수가 제한된다. 하지만, 세계골프랭킹 15위 이내에 들면 국가별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한국 여자는 4명, 남자는 2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여자골프는 오는 6월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 끝나는 순간 세계랭킹 순으로 출전자가 확정된다.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은 도쿄행 4장의 티켓을 누가 손에 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변이 없으면 3월29일 기준으로 현재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26)과 2위 김세영(28), 4위 박인비의 출전이 거의 확정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미지수다. 티켓 한 장을 놓고 메달 경쟁보다 더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지난해 LPGA투어에 합류하지 않고,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하며 상금왕에 올랐던 김효주(26)가 현재는 세계랭킹 8위에 올라 있어 가장 유리한 입장이다. 김효주는 3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기아클래식에 출전하며 LPGA투어에 집중한다.     

2016년 8월21일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획득한 박인비(가운데)가 은메달 리디아 고(뉴질랜드·왼쪽), 동메달 펑샨샨(중국)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올림픽 출전이 평생 ‘꿈’인 한국 여자선수들은 남은 기간에 ‘진땀’ 나는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 4월말부터 5월초까지 열릴 LPGA투어 아시아 지역 3개 대회(싱가포르·태국·중국)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포인트를 획득할 대회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6월까지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려면 대회 하나하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선수들은 포인트가 큰 메이저대회에 집중해야 한다. 6월까지 메이저대회는 US여자오픈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등 2개다.

2년 동안 출전한 대회 성적으로 산정되는 세계랭킹 포인트는 LPGA투어, KLPGA투어,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LET(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중 LPGA투어의 배점이 가장 높다. 나머지 KLPGA·JLPGA·LET투어 등은 배점이 비슷하다. 메이저대회를 기준으로 LPGA투어 대회 우승자는 100점, 나머지 투어 대회 우승자는 20점 안팎이다.

현재 여자 세계랭킹 15위 이내에는 한국 선수가 6명, 미국 5명(한국계 1명), 일본 2명, 캐나다 1명, 호주(한국계) 1명 등이 있다. 한국 선수 중 최상위권인 고진영·김세영·박인비 외에 김효주·박성현(28·11위)·이정은6(25·13위)·유소연(31·16위) 등 네 선수의 포인트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간발의 차여서 치열한 샷 대결이 예상된다. 메이저대회만 우승하면 바로 순위가 상위권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는 누구일까. LPGA투어 시즌 초반 기세만 보면 세계랭킹 3위인 넬리 코다(23·미국)에게 힘이 실린다. 넬리 코다는 3월1일 게인브리지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가면서 한국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파행 운영된 LPGA투어에서도 무려 6승이나 합작했다. 재미교포 대니엘 강까지 합하면 7승이다. 특히 국내에 머무르던 고진영이 가장 경제적인 골프를 했다. 고진영은 마지막 4개 대회에 막판 합류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상금왕에 올랐다.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에 올랐으니, 이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LPGA에서 2승이나 올리며 올해의 선수에 등극할 정도로 샷 감각이 살아 있는 김세영도 “올 시즌 두 가지 목표는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밝혔다. 박인비도 “기아클래식부터 레이스를 시작해 올림픽까지 최대한 경기력을 끌어올려 올림픽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할 것”이라며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상승세’ 탄  男 임성재·김시우 메달 가능성도

임성재(23)와 김시우(26) 등이 최근 PGA(미국프로골프)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남자골프도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PGA투어는 지난해부터 세계랭커들의 ‘박빙’으로 경기가 전개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외국 선수들은 올림픽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PGA투어에 집중하겠다”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올림픽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국 선수에게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존슨은 빠지지만 2위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 톱랭커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3월22일 현재 세계랭킹 17위인 임성재와 48위인 김시우는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세계 최강인 미국은 토머스를 비롯해 4위 콜린 모리카와, 5위 브라이슨 디섐보, 6위 잰더 쇼플리 등 4명의 출전 가능성이 높다. 또 한 명의 강력한 우승후보인 랭킹 3위 존 람(스페인)은  “올림픽 출전은 큰 영광이다. 반드시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남자골프는 오는 6월20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스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이 막을 내리면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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