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H 전관 카르텔, 경쟁입찰에서도 돌아가며 수주 받아”
  • 조해수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6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축사사무소 내부 고발자 “로비 금액, 심사위원 1인당 발주 금액의 1%”

LH(한국토지주택공사) 땅 투기 의혹에 이어 ‘LH 전관 특혜’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이 업계 내부 고발자 A씨를 통해 단독 입수한 ‘주요 건축사사무소에 재취업한 LH OB(전관) 명단‘에 따르면, 주요 건축사사무소 47개 업체는 93명의 LH 전관을 영입했다. 이를 통해 2015년부터 2020년 11월30일까지 1조434억원에 이르는 LH 용역을 싹쓸이했다([단독]LH 퇴직자 영입 ‘전관 회사’, 1조원대 LH 용역 '싹쓸이' 기사 참조). A씨는 신분 노출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부패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LH의 전관 특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LH 해체에 버금가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괄호 안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연합뉴스

LH 전관 특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묵은 문제다. 이 분야(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워낙 오래된 문제라 어디서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4~5년 전쯤(2017년)에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와 9개 공기업을 퇴직한) 건설기술자(5275명)의 경력증명서를 조사한 일이 있었다. 퇴직 공무원들이 허위 경력증명서를 이용해 고액 연봉을 받고 기업에 들어간 후 정부 용역을 무더기로 수주한 것이 적발됐다(수주 건수 1781건, 수주 금액 1조1227억원). 이때만이라도 제대로 대처했으면, LH가 지금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LH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용역을 맡긴다고 해명하고 있다.

“최근 LH는 심사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주요 건축사사무소는 LH 전관을 중심으로 이미 ‘카르텔’을 형성한 지 오래다. 경쟁입찰에서도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수주를 받고 있다. 이번엔 B업체, 다음은 C업체… 이런 식으로 (수주할 업체가)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시자저널 임준선

LH 전관을 통해 로비가 이뤄지나.

“주요 업체(건축사사무소)들은 LH 전관을 영입해 회장, 부회장, 사장 등의 직책을 준다. 보통 LH 고위직 출신의 연봉은 1.5억원이다. 지난해는 1.2억원 수준이었고. 하지만 차량, 사무실, 법인카드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연평균 3억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비싼 돈을 주고 이들(LH 전관)에게 무슨 일을 시키겠나. 이들의 주요 업무는 한마디로 LH 현직들과 골프 치고 접대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내부 정보도 빼내고… 지상목표는 결국 (LH 용역을) 수주하는 것이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LH 전관들은) 내부 심사위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LH 출신이 개설한 소형 건축사사무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 지분 10% 정도를 할애해 준다. LH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LH 출신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도면 한 장 안 그리고 오로지 내부 위원 상대로 득표 활동만 한다고 보면 된다.”

심사에는 내부 위원 외에 외부 위원도 참여하지 않나.

“외부 위원에 대한 로비도 물론 이뤄진다. 일단 (LH 전관 출신 등) 임원들이 LH 심사 풀(Pool)에 속해 있는 전국 대학 교수들을 사전 접촉해 자기 회사의 설계안을 홍보하면서, 심사위원에 선정되면 바로 연락 달라고 부탁한다. 심사 당일 새벽 6시에 추첨을 통해 심사위원을 뽑는데, 선정되고 나면 오후 2시까지 진주 LH 본사로 가야 한다. 이 틈을 이용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사례를 약속하거나 또는 중간 지점에서 만나서 직접 현금을 전달한다.”

로비 액수는 대략 어느 정도인가.

“심사위원 1인당 발주 금액의 1% 정도가 업계 관행이다. 예를 들어 30억원짜리 용역일 경우 1인당 3000만원을 ‘실탄(로비)’으로 준비해야 한다. 다만, 단독 응모의 경우 (로비 액수가) 낮아진다. 임원들은 심사가 임박하면 전국 각지의 연고 있는 교수들을 방문하고, 현찰 들고 뛰는 것이 주요 업무일 정도다. 지방대 일부 교수들은 외부 위원으로 선정되기를 학수고대한다.”

LH 전관들이 직접 건축사사무소를 만들기도 하는가.

“물론이다. 어차피 전관 인맥을 활용해 수주를 따내는 거니까 자신이 직접 회사를 만들어도 상관없다. 중소형 프로젝트일 경우 LH 출신이 개설한 건축사사무소가 대부분 (수주를) 따낸다. 지난해 직원 6~7명 정도의 건축사사무소 D가 LH 수주를 받아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1인당 매출액으로 따져보면, 4억원 이상이다. 이는 일반 건축사사무소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것이다.”

ⓒ시자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전관 특혜를 통해 LH 재직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LH 내부에서) 어느 정도 직위까지 올라가거나 좋은 경력을 쌓으면 꽃길이 열리는 거다. 예를 들어 아파트 설계 경력이 있는 LH 직원들 다수가 회사를 퇴직하고 프리랜서로 전직하고 있다. 시중에 일이 많아서 팀장급 경력이면 작년 기준 월 1200만원 이상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설계 능력에 따른 대우가 아니라 단지 LH 출신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비(非)LH 출신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이 얼마나 심하겠나.”

LH 출신 외에 어느 기관 출신이 대우를 받나.

“공공 관련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대형사의 경우 LH 외에도 서울시, 각종 공사, 군 등에서 나온 퇴직자를 10여 명 보유하고 있다. E건축사사무소도 지난해 일이 떨어지자 부리나케 LH를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 출신들을 영입했다. 어쩌겠는가. 수주를 받기 위해서는 능력보다 ‘전관 인맥’이 더 중요한데… 기업들의 담합이나 비리도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기업들 위에서 편안히 누워 잇속을 챙기는 것은 다름 아닌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