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기레기 표현, 모욕적이지만 위법은 아냐”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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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아 기소된 네티즌,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인터넷 기사에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비방성 표현이 담긴 댓글을 달았어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모욕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해당 댓글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지만, 게시자를 처벌까지 해선 안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레기란 표현은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기레기란 표현이 비교적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점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들의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해 볼 때 이씨 댓글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16년 한 자동차 전문지 기자가 작성한 MDPS(자동차 조향 장치) 관련 기사를 보고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아 해당 기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댓글을 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고, 작성한 댓글은 기사를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은 모욕죄라고 판단했다. 1심은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누군가를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은 “이 사건 댓글이 작성되기 전에도 이미 ‘흉기레기 기자야’ ‘기레기야’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해당 기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여러 개의 댓글이 게시돼 있었다”라며 “이씨는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댓글들에 동조하며 작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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