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의 시론] 吳의 과제, 安의 기회 그리고 尹의 교훈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6 17: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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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起死回生)! ‘우여곡절 끝에 야권 단일후보가 된’ 오세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국민의힘 경선 때 대다수의 사람은 ‘나경원 승리’를 예상했다. 8대 2 정도였다. 예선 1위에 ‘여성 가산점’이라는 보조 안전장치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오세훈의 출발은 삐걱거렸다. ‘조건부 출마선언’부터 스텝이 꼬였다는 말이 많았다. 어떤 때는 한 정치인의 ‘퇴장 전조’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한때는 서울시장 보선에 정말 관심이 있는 건지도 분명치 않아 보였다. 갑작스러운 안철수 출마 등에 따라 어찌어찌하다 나서게 된 건 아닌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겸 국민의힘 서울시장 공동선대위원장이 3월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겸 국민의힘 서울시장 공동선대위원장이 3월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과제는 분명하다. “지난 10년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고 스스로 담금질하면서 마음의 빚을 일로써 갚을 날을 고대해 왔다”는 자신의 언급을 실천하는 것이다. 운 좋은 사람은 당할 수 없다는데, ‘오세훈의 포르투나’ 말고 ‘오세훈의 비르투’를 보여줘야 한다.

승리의 마무리는 시작이다. 분위기나 흐름이 나쁘진 않지만 결코 쉬운 승부는 아니다. 어느 쪽이 이기든 51대 49의 게임이다. 오세훈은 시정과 권력 운영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수권 대안세력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사람들에게 확인시키는 출발점이 오세훈 시장이다. ‘습관성 사퇴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벗어나 현안과제에 집중하는 게 자신에게도 좋고 공동체에도 이익이다. 잘하면 ‘차차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망과 아쉬움! 안철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언제나 그래왔다’지만 시작은 화려했는데 끝은 그렇지 못했다. ‘2승 5패’. 5패 중 두 번을 중도사퇴의 무승부로 쳐도 선거 3연패는 치명적이다. 왜 패배했을까? ‘타이밍 실패’의 정치 때문이다. “국민의힘 후보로는 승리가 어려워 합당은 불가”라고 했지만 결국에는 다 받아들였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먼저 스스로 기대나 예상보다 빨리 했어야 하는데 등 떠밀리듯 했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은 거다.

제3지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토론 방식과 횟수 등을 둘러싼 금태섭 후보와의 논란도 보기 좋지 않았다. 부자 몸조심하듯 자신에게 유리한 걸 고집하는 모습이었다. “토론도 못 하는 사람이 무슨 시장을 한다는 거냐”라는 한마디로 토론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이미지와 상황은 정리되고 말았다. 전략전술적 패착과 실수의 근본원인을 성찰하는 게 더 중요하다. 방향이 분명치 않을 때 수단의 실패는 불가피하다. ‘10년째 찾아다닌다’는 새정치의 내용을 채우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엔 기선을 제압하고도 ‘불쏘시개’로 전락하지 않는다.

당장은 서울 승리가 안철수의 기회다. 오세훈과 국민의힘에 ‘부족한 2%’를 채워줘야 한다. 안철수에 대한 사람들의 안쓰러움(?)과 중도 확장의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 해도 아직은 남아 있다. 희생과 헌신의 자세가 출발점이다. 수권과 대안의 야권 플랫폼은 안철수에게도 기회의 창이다.

구조 과정 분석! 야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과 결과를 주시했을 ‘윤석열의 시간’을 요약하는 말이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나갈지 보여줘야 한다. 윤 버전의 시대정신이다. ‘10년 담금질’도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세력화와 조직적 뒷받침도 결정적이다. 최소한이라도 기본적인 세력의 체계적 뒷받침은 현실적 요구다. 시대정신의 비전과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권력의 필요조건이다. 특히 누구와 함께하느냐는 상징적이다. ‘말 한마디와 어떤 인물과 함께하느냐’는 상징이 된다.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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