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어긋난 박영선의 20대 ‘구애’…무상급식 키즈 표심 잡힐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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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유세로 20대 공략했지만 ‘무인점포’ 건의로 구설수 올라

공식 선거운동의 첫 번째 행선지는 상직적 의미를 지닌다. 후보의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택한 곳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애용 계층인 2030 청년층을 향한 구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민심 이탈’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박 후보로선 이들의 표심을 붙잡는 것이 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유세 첫날부터 잡음이 들렸다. 박 후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알바)생의 고충을 들은 이후 점주에게는 ‘무인슈퍼’를 건의하면서다. 당장 박 후보는 누리꾼들로부터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후보는 멀어져가는 20대의 표심을 붙잡을 수 있을까. 

4·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자정께 첫 선거운동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자정께 첫 선거운동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편의점 알바생 앞에서 ‘무인점포’ 언급, 공감능력 부족?

4‧7 보궐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25일 0시 박 후보는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으로 향했다. 20대 남성 직원과 1시간가량 매대 정리를 한 박 후보는 먼저 알바 생활의 고충을 들었다. 박 후보는 직원이 5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공약인 ‘청년 월세 20만원 지원’과 ‘청년창업 5000만원 무이자 대출’ 등의 청년 정책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박 후보는 편의점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선 무인점포 설립을 건의했다. 무인점포가 가게의 영업이익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 알바생의 밤샘 노동도 덜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후보는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인스토어를 하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무인 운영으로 인한 이익만큼 알바에게 (임금을) 더 지불할 수 있다. 그러면 알바생은 올빼미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후보의 의도와는 별개로, 박 후보가 무인점포를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알바생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소식을 전한 페이스북 글에 일부 누리꾼들은 “알바생의 고충을 듣고는 무인슈퍼로 일자리를 박살내겠다는 것이냐” “일이 힘들다 그랬지 일자리를 없애 달라 그랬나”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야권에서도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보궐선거 선대위 김철근 대변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달나라에서 하고 왔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코로나 상황으로 힘든 편의점 점주들의 상황과 청년들의 고통을 알고 하는 이야기인지 되묻고 싶다”며 모든 일은 때와 장소가 있다. 아르바이트 구하기 힘든 청년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 8월2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모습 ⓒ 연합뉴스
2011년 8월2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모습 ⓒ 연합뉴스

무상급식 ‘키즈’ 통해 오세훈 ‘원죄’ 부각하는 전략, 통할까

한편 박 후보가 선거 유세의 첫 타깃을 20대로 잡은 이유 이면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전략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후보가 2011년 반대했던 무상급식의 대상이 지금의 20대여서다. 20대를 향한 구애를 펼치는 동시에, 오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무상급식 프레임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박 후보는 편의점 유세 이후 이어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아이들의 밥그릇을 차별하는 데 시장직을 걸었던 사람이 오세훈이다. 그 아이들이 지금 20대다”라고 저격했다. 박 후보는 “차별이 있다면 상처를 입혔을 것”이라며 “유치원 무상 급식을 세금 급식이라고 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후보가 다시 서울 시장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면서 결국 시장직 사퇴까지 했던 오 후보로선 이 같은 프레임이 부각될수록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에 비해 박 후보는 보란 듯이 유치원 무상급식까지 추진하며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이번 선거는 이미 10년 전에 아이들을 차별하는 무상급식 등의 낡은 행정으로 퇴출당한 실패한 시장과 혁신을 이끌 새 시장을 나누는 대결”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 경수초등학교 앞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합니다' 정책공약 발표 뒤 이 학교 식당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 경수초등학교 앞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합니다' 정책공약 발표 뒤 이 학교 식당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다만 박 후보의 20대 구애 전략이 통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미 20대 표심이 돌아설 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오마이뉴스 의뢰, 24일 진행,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20대에서 오 후보 지지율은 60.1%, 박 후보는 21.1%로 나타났다. 무려 3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20대의 박 후보 지지율은 야당지지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및 노인층(26.7%)보다도 낮은 수치다.

최악의 여론조사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박 후보 측은 “결국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는 지지도가 수렴해가는 과정이 많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서민의 고통을 빨리 완화해 경제적 위축 상태를 벗어나려면 우리 박영선 후보가 가장 적임자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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