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지금] “EU와 독일의 대응,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 클레어함 유럽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2 14:00
  • 호수 16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얀마 사태 해법 둘러싼 독일 사회의 고민
‘평화유지군 파견’과 ‘제재 위주의 압박’ 주장 공존 

3월31일 현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민간인 사망만 최소 536명 이상으로 집계(정치범지원협회)되는 가운데 상황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태국 다음으로 미얀마의 큰 무역 상대인 유럽연합(EU)은 지난 22일 미얀마 쿠데타에 책임 있는 주요 군부 인사 11명에 대한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제재를 가했고, 모든 개발지원금 지급도 잠정 중단했다. EU는 이미 1996년 이래 무기 수출 금지, 2018년 이래 로힝야족 인권 탄압에 대한 제재를 시행 중이며 추가 조치도 논의 중이다. 

독일 내 시민사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찾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얀마인스티튜트’ ‘아시안하우스’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아시아개발은행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개서한과 군부 비난 성명서를 통해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지지를 보냈고, 3월27일에는 독일 주요 9개 도시에서 연대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독일 주요 언론매체에서도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시민불복종운동(CDM)은 내년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에 대해서는 시민사회 내부 의견이 다양하다.

3월27일(현지시간) ‘미얀마 민주주의와 함께하는 독일 연대 이니셔티브’가 독일 뮌헨의 지폐 인쇄사 G+D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Initiative German Solidarity with Myanmar Democracy
3월27일(현지시간) ‘미얀마 민주주의와 함께하는 독일 연대 이니셔티브’가 독일 뮌헨의 지폐 인쇄사 G+D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Initiative German Solidarity with Myanmar Democracy

“유엔 개입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 주장도

대략적으로 나눠보면 유엔의 ‘보호의 책임 메커니즘(R2P)’ 발동으로 국제사회가 평화유지군과 비무장유엔감시단을 보내야 한다는 적극적인 개입론이 있고, 무력 개입 없이 군부의 자금과 무기 제공을 단절함으로써 군부를 압박하자는 제재 위주의 해법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간헐적으로 군부와 임시정부 격인 미얀마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대화와 협상으로 유혈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된다. 또한 미얀마 현지 화폐인 ‘짯(kyat)’의 가치 절하 및 수입 식량 가격 상승 등 경제위기로 대기근이 예상되니 이를 위한 지원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미얀마 국민들이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는 ‘R2P’는 독일 사회에서도 의제로 떠올랐다. 이는 반인류 범죄나 인종 청소 등을 예방하거나 멈추기 위한 유엔의 책임을 규정하는 메커니즘으로 1990년대 르완다와 보스니아의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같은 실패를 막기 위해 2015년 처음 유엔에서 그 원칙이 채택되었다. 미얀마에서 평화운동을 몇 년간 해 온 헤슬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R2P는 국제사회가 좀 더 통일된 행동을 하는 데 유익하다”며 R2P 발동을 지지하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그는 “R2P 자체를 외부의 군사 개입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평화운동가로서 외부 군사 개입의 장점에는 다소 회의적이지만, R2P는 현재 진행 중인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거나 미얀마에 대한 국제 무기 금수 조치의 시행, 비무장유엔감시단 파견 등 중요한 절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콘스탄츠대학(HTWG)의 펠릭스 기어케(Felix Girke) 박사는 “안타깝게도 미얀마 사태와 유사한 세계사의 전례를 보면, 외부의 개입은 종종 갈등을 심화시키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가 공공연히 외부 개입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유엔의 개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EU의 미얀마 제재가 불충분하다는 데는 큰 공감대가 존재한다. 헤슬러는 EU도 미국과 영국처럼 미얀마 군부가 관여하는 두 대기업인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와 미얀마경제공사(MEC)를 제재 대상에 포함해야 하며, 토탈(TOTAL) 같은 프랑스 정유회사처럼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EU 회사에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어케 박사는 표적 제재가 중요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미얀마의 민주 세력을 적극 지지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전문가 모두 군정을 부정하고 CRPH를 미얀마의 합법정부로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어케 박사는 이 과정에서 아세안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 관련 기업·관계자에 대한 강력 제재 촉구

독일 정당들은 현재까지 인도주의적 군사 개입에 대한 공식 언급을 찾기 어렵다. 대신 미얀마특별자문위원회(SAC-M)가 조언하는 ‘자금·무기·면책 3대 단절 전략’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독일연방의회 프리요프 쉬미트(Frithjof Schmidt) 녹색당 외교상임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한 유엔평화유지군 배치는 아주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우리는 정치적 수단을 선호(favor)하고 있다”고 전했다.

녹색당은 3월29일 ‘미얀마: 쿠데타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늘려야 한다’는 제목의 언론 보도자료에서 독일 정부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압박을 요청했다. 녹색당은 제재 조치 대상에 군부 외에도 마이텔(Mytel) 텔레콤을 포함하는 군부 연루 대기업들도 포함할 것과 베를린 주재 미얀마 군무관 및 군 관련 직원 추방도 요구했다. 또한 미얀마 군부와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뮌헨 주재 독일 기업들에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얀마 군부에 트럭을 공급하는 중국의 트럭 제조사 시노트럭의 대주주인 맨-콘선(MAN-Konzern)그룹, 미얀마 군부 통제하의 중앙은행과 거래해 온 세계 최대 화폐 인쇄사 중 하나인 기세케&데브리언트(G+D), 통신사 ADVA 등을 향해서도 즉각 군부 범죄와의 관련 여부를 설명하고 인권 침해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가브리엘라 하인리히(Gabriela Heinrich) 독일연방의회 사민당 원내부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의 지나친 만행을 방관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얀마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유엔안보리의 평화유지 조치를 지지한다며 러시아와 중국도 동참할 것을 긴급히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얀마 국민들에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군부와 군부 자금을 차단하는 표적 제재의 필요성, 향후 군부의 범죄가 기소·처벌되도록 범죄 사실의 체계적이고 자세한 기록과 보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파업 중인 미얀마 은행을 우회해 군부에 자금을 제공한다는 우려에 따라 독일 시민사회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G+D는 3월31일 미얀마와의 거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연방 외교부 장관은 3월28일 “미얀마로부터의 뉴스와 사진 등은 아주 충격적”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독일의 시민사회와 정당은 EU와 독일 정부의 미얀마 사태 대응이 미약하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EU가 1990년대 나토를 통해 코소보 사태에 무력 개입한 것처럼 미얀마 사태에도 무력 개입할지 여부, 미얀마의 최대 무기 수출국인 중·러에 제재 조치를 추가할지 등은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 [미얀마는 지금] 연관기사

“어머니, 저의 죽음을 자랑해 주세요. 국민 주권 위한 것이니…” 

“성명서만으로는 시민 살릴 수 없습니다”  

“EU와 독일의 대응,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