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본격적인 법정 다툼과 공방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선거 기간 상대 진영을 향해 쏟아낸 각종 공세와 비방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다. 특히 여당은 야당 소속 서울·부산시장에 대해 ‘당선 무효’ 가능성까지 엄포하며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8일 당선 확정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정 파악과 함께 수사기관 소환에도 대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소속 서울·부산시장 후보 4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이유로 제기한 고소·고발 건수는 14건에 달한다. 여기에 시민단체가 낸 고소·고발까지 더하면 20건에 육박한다. 일각에서는 또다시 ‘검찰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고소·고발 20건 육박
서울시장 선거에선 오 시장의 내곡동 처가 상속 땅 ‘셀프 보상’ 의혹을 둘러싼 고소·고발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은 “내곡동 개발을 결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 “내곡동 땅의 존재와 위치를 알지 못했다” “내곡동 보상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등 오 시장의 해명이 거짓 주장이라며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내곡동 땅 측량’에 관여했다고 보도한 KBS도 법적 다툼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오 시장의 내곡동 측량 현장 방문 의혹을 제기한 KBS 법인·사장·보도본부장·정치부장 등을 대검에 고발한 상태다. 오 시장의 ‘투기 의혹’을 주장한 민주당 의원들도 고발 대상에 올랐다.
부산시장 선거에서의 소송전은 더욱 치열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박 시장 측에 따르면, 선거 기간 양측이 접수한 고소·고발과 수사의뢰는 총 16건(각 8건)에 이른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박 시장 일가 의혹을 ‘6대 비리 게이트’로 규정하고 수사의뢰했다.
박 후보는 부인을 ‘복부인’ ‘투기꾼’으로 묘사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을 비방죄로 고발했다.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 후보도 무고죄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진영을 대변하는 단체들도 고소·고발전에 가세했다. 변호사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배우자 명의의 일본 도쿄 아파트 매각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민생경제연구소와 광화문촛불연대는 “용산참사는 철거민들의 폭력 때문”이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오 시장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선거 전 고소·고발…검찰로 넘어간 공
일각에서는 보궐선거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의 시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수사 과정 정치인이 기소될 경우 정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소·고발건과 관련한 기록을 검토하며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선거 관련 범죄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포함된다. 경찰이 수사 중인 엘시티 의혹 등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검찰의 역할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국면에서 발생한 고소·고발 사건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선거 도중 양측이 과열된 상태에서 발생한 송사는 통상 선거가 끝나면 상호 합의해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내년 대선(3월)·지방선거(6월)까지 소송전을 끌고 가야 각종 의혹과 논란을 재환기시켜 상대 진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검찰 수사를 정쟁 도구로 삼아 ‘정치 사법화’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