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종인, ‘압승’ 국민의힘에 회초리 들었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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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승리,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말라” 경고
선거 직후 부정 이슈 돌출에 당내서도 ‘자성’ 목소리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4·7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나며 매서운 경고를 던졌다. 연이은 선거 참패 뒤에 겨우 승전보를 울렸지만, 야권 혁신과 변화 없이는 '일회성 승리'에 그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의 우려를 증명하듯 국민의힘은 선거 압승 당일부터 논란을 생산하며 눈총을 받았다. 차기 대선 레이스와 야권 개편,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위한 당권 줄다리기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을 앞에 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새나온 것이다. 내부에서는 '승리 도취'를 경계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뼈 있는 메시지 남기고 떠난 김종인

김 위원장은 8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압승에 대해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봤듯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갈등과 욕심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재보선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특정 지역이나 집단만을 위한 과거 보수정당으로의 회귀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거를 앞두고 여러차례 호남 지역을 방문해 '무릎 사죄'를 했던 김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지역과 이념, 시야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이 극렬 투쟁한다고 해서 국민이 (정권의 문제점을) 더 잘 알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국민이 세상의 흐름을 더 잘 판단한다"며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와의 거리두기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거 직후 나타난 위기 징후에…"두려움 느껴야"

김 위원장이 선거 종료 하루 만에 국민의힘에 채찍을 든 것은 이번 결과가 '절반의 승리'에 해당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반사 효과를 거둔 측면이 있는 만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이 기세가 유지될 수 있으리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선거 당일인 7일 송언석(경북 김천·재선) 의원이 개표 상황실에서 본인의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당직자에게 폭언·폭행을 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승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들은 송 의원이 사무처 국장의 정강이를 수차례 발로 찼다는 목격담을 전하며 송 의원의 사과와 탈당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송 의원은 송구하다면서도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곽상도 의원은 서울시장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파구 장미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제3 투표소에서 서울시장선거 투표를 마쳤다"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곽 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모두 대구 중·남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 출마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곽 의원 스스로 '대구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구 민심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 이슈가 불거져 나오자 의원들은 이를 경계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이번 표심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이지, 저희에 대한 지지가 아닌 것을 안다"며 "민심 앞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윤희숙 의원은 "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하지 않다"며 "국민의 분노가 폭주하던 여당에 견제구를 날렸을 뿐, 야당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하다"고 쓴소리를 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에 지방선거를 압승하고도 6개월 뒤 대선에서 패한 전례가 있다. 민심은 호랑이만큼 무섭다"며 정권 교체와 성공적인 야권 개편 등을 위한 절치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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