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4·7 재보선 승리 이후에도 감정의 골을 좁히지 못한 양측은 '막말 대리전'까지 벌이며 진흙탕 공방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12일 당 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오만불손하고 건방지다"며 "화합의 정치에 처음부터 끝까지 흙탕물만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전력까지 언급하며 "애초에 범죄자 신분"이라고 비꼬았다.
구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해 “건방지다”며 맹비난을 퍼부은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도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13일 SNS에 "(구 최고위원이) 사과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더 크게 문제 삼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구 최고위원과 이 당협위원장이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된 것이다.
양측의 말싸움은 서울시장 재보선 야권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상왕' 논쟁을 연상시켰다. 당시 안 대표는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오세훈) 후보 뒤에 상왕"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공격했고, 이 당협위원장이 안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를 겨냥해 "여자 상황제"라고 받아쳤다. 이에 안 대표는 동명이인인 김 전 위원장 부인(김미경 명예교수)을 지칭해 "그 분과 착각했나"라고 되받아쳤고,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이 양당 통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야권 재편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힘 자강을 촉구하는 김 전 위원장과 야권 내에서 더 큰 지분을 노리는 안 대표가 일부러 갈등을 점화시키고 있단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은 없다"며 이번 선거에서 안 대표가 기여한 부분을 평가절하했다. 이에 안 대표는 13일 기자들에게 "야권의 혁신, 대통합,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다.
한편 안 대표는 당내 여론을 기준으로 야권 합당 요구사항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3일 최고위를 통해 앞으로 2∼3주 동안 당원들과 만나 합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