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누가 내나요”…혼란 키우는 오세훈표 방역 실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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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정확도에 비용도 문제…현실성 떨어진다는 지적 잇달아
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형 거리두기'나 '신속진단 키트' 도입 등 방역 당국과 엇갈린 오 시장의 발언이 벌써부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생 방역'이 자칫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더 큰 비용과 희생을 치르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루 만에 노래방→학교로 시범사업 변경?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화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학이나 학교, 종교시설 등에 신속진단키트를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오 시장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 장기화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되고 학력 격차 또한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님들도 가정에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오 시장이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신속진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서울시는 하루 만에 신속진단 중점 도입 대상이 전환된 데 대해 "전날 브리핑에서 노래방이 예시로 거론됐으나, 어떤 곳을 할지는 관련 회의를 열어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시 차원에서 명확한 교통정리를 한 뒤 방역 관련 시책을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대상과 진행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섣부른 발표는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내에서 승인된 신속항원검사키트는 모두 '전문가용'으로, 보건소나 선별진료소에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콧 속이나 목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가검사 정확도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온다. 

이날 학교가 신속진단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에서는 초등생과 청소년들이 과연 자가진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교사 등이 모두 검사에 동원될 수밖에 없고, 검사 시간까지 감안하면 현장 수업의 기대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전날 시범사업 대상으로 거론된 노래방 업주들 역시 방역 완화에 반색하면서도 비용과 현실 적용 가능 여부에는 의문을 표했다. 노래방 업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손님들 중에는 취객도 상당수 있는데 이들이 신속진단에 순순히 응할 지 모르겠다"며 "결국 업주가 검사를 권하고, 자가검사에 서툰 시민들을 상대로 검사 실행부터 대기, 후처리까지 모두 도맡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비용 분담도 문제다. 서울시는 진단키트 가격을 개당 5000원으로 예상하고 시범사업 기간에는 무상제공 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후다. 서울시가 시범사업 종료 후 신속검사 대상 범위를 늘리고 제도를 본격 시행하면 진단키트를 계속 무상으로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나 정부 예산이 상당부분 투입되거나 사업주 또는 고객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만일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토록 하면 검사와 비용 부담을 이중으로 떠안아야 하는 고객이 발길을 돌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팽팽한 상황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을 기록한 4월1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줄지어 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을 기록한 4월1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줄지어 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4차 대유행 앞두고…전문가들도 우려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을 앞둔 시점에서 시행될 '서울형 상생방역'이 자칫 방역망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방역 당국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 경계감을 느슨하게 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 역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가 지나치게 낮은 점을 지적하면서 "자가진단키트로 노래연습장에서 양성이 나오면 그 업소도 이미 오염에 노출된 걸 의미하는데, 방역당국이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업주가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서울시 방침에 따라 검사자의 출입을 허용한 뒤 위음성(가짜 음성)으로 나오게 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증상 확진자를 찾아내는 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자가진단키트에 수 천억원을 쓸 바에 그 돈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하는 게 감염 확산을 막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신속항원검사법은 유전자 증폭 검사 대비 민감도가 17.5%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동전 던지기로 확진 여부를 맞힐 확률이 더 높다고 할 정도"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 시장의 신속진단 키트 활성화 방안에 대해 "문제는 신뢰도로, 만약 '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 계속 활동하고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시고 대화하다가 전체가 감염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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