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또 ‘인사 참사’…취임 한달간 막말·갑질 쏟아낸 마사회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4 17: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XX야” “모가지 잘라버린다” 수 차례 폭언
靑, 감찰 착수했지만…인사 리스크 또 돌출
직원들에게 폭언·갑질을 했다는 의혹으로 청와대 감찰을 받게 된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 시사저널 박은숙
직원들에게 폭언·갑질을 했다는 의혹으로 청와대 감찰을 받게 된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 시사저널 박은숙

'레임덕' 위기에 놓인 문재인 정부가 또 한번 인사 참사 변수를 맞닥뜨렸다. 여당 3선 출신의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이 직원에 폭언·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청와대는 즉각 감찰에 돌입했지만,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연이어 터진 이번 사태의 충격파는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사회장·靑 비서관, 동시 감찰 착수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의 직원 상대 폭언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김 회장과 함께 전효관 청와대 문화비서관의 서울시 재직 당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함께 감찰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김진국 민정수석에게 두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한 뒤 신속하고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을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는 청와대 내부는 물론 공공기관장 등의 기강을 다잡아 권력 누수를 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4·7 재보선 참패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내로남불' 행태를 좌시하면 임기 말 레임덕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김 회장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에서 3선을 지낸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청 모두에 부정적인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더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감찰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속히 결정한 많은 사례가 있다"며 "마땅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마사회 본관 ⓒ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 본관 ⓒ 한국마사회 제공

"이 XX야" 막말 일상이었던 마사회장

14일 마사회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김우남 마사회장은 지난 3월 초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폭언과 막말을 일삼았다.

또 노조는 김 회장이 지난 달 마사회 인사팀에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특별 채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마사회 내규에 따라 회장은 일부 비서실 직원 채용을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내규는 채용 비리 가능성을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오는 6월까지 개선 권고 조치를 받은 조항이다. 마사회 인사 담당자는 김 회장에게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고, 김 회장은 그 자리에서 폭언을 퍼부었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 XX야 내가 12년 국회의원을 그냥 한 줄 알아 이 자식아"라며 특채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담당자는 상급기관인 농식품부에 의견을 물었고, 역시 특별채용은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아 김 회장에 보고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정부지침이든 나발이든 이 XX야 법적 근거는 이 자식아, 저 마사회법이 우선이지, XX야"라며 재차 막말을 쏟아냈다. 또 "내가 장관 만나서 그 자식(농식품부 공무원) 모가지 짤라버리라고 할 테니까"라며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 회장은 담당자의 거듭된 만류가 이어지자 "내가 책임질 일이지 씨X. 니가 방해할 일은 아니잖아. 천하의 나쁜 놈의 XX야"라고 폭언했다. 그는 "내가 새벽 2시 반에 깨어나서 밤새 한숨도 못 잤어. 하도 분해서. 내가 너만한 XX한테 이렇게 기만당하면서 이 자식아"라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쏟아냈다. 이 외에도 김 회장은 직원들의 업무보고 등 과정에서 수 차례 폭언과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9대 국회에서 마사회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회장은 국정감사 등에서 마사회의 부정 채용 의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저격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자신의 측근 특채를 종용하고, 이 과정에서 온갖 막말과 폭언을 한 이번 사안에 '내로남불'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15~2016년 당시 저성과자 교육을 명분으로 일부 직원들을 분류해 보냈던 '가나안농군학교'까지 언급하며 사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인재교육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서울대 등 고급 교육기관이 아니라 가나안농군학교 같은 곳에 보내 정신 개조를 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노조 측은 "가나안농군학교는 마사회 직원들에게 저성과자 교육의 반인권적 교육프로그램을 상징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회장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제주 출신의 김 회장은 제주도의원을 거쳐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내 경선에서 오영훈 후보에게 패배해 불출마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