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때로 총알보다 강하다 [쓴소리 곧은 소리]
  •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과)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2 10:00
  • 호수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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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선에서 1가구 1주택, 청년 세대가 야당을 택한 이유
부동산 조세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정권 위협할 수 있어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는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1년 전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을 거의 싹쓸이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강남과 강북 가리지 않고 25개 구 전역에서 야당에 크게 밀렸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을 입안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 정부의 무능(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부동산 대책을 25차례 발표하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음)과 무지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기피했다고 본다.

4월13일 서울 강남구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4월13일 서울 강남구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세금은 형벌 아니고, 세법도 형법 아니다

사실 부동산 투기 근절은 세금의 주된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세금 정책의 정수리는 정부 지출을 충당하는 재원 마련에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 세력과 세금의 전쟁 과정을 보면 정책 시행 초기에는 세금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집값 급등에서 보듯,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세력을 이기지 못했다. 양도소득세율을 올리면 투기 세력이 물러날까? 천만의 말씀이다. 양도소득세는 해당 부동산을 팔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다. 설사 양도소득세율을 70%로 인상한다고 하자. 그래도 30%는 남는다. 은행이나 주식에 투자한 것보다 여전히 수익률이 높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세금만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야말로 무지에 무능을 더한 중대한 착각이다.

부동산에 매기는 세금이 많아지면 세금이 부담스러워 해당 부동산의 처분을 미루는 봉쇄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난다. 부동산에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면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공급에 차질을 빚고, 결국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부동산값이 오르게 된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된다. 수요는 줄이고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최선이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1가구 1주택 세금은 과감하게 낮춰야

부동산에 중과세한다고 해도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 ‘1가구 1주택’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중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과 관련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자신이 거주하는 ‘주된 주택(main house)’의 양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거나 아주 낮은 수준으로 과세한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 거주하려고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해 살아왔는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부담스러워하는 1가구 1주택 보유 정년 퇴직자가 상당수다. 이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라면 이는 세금이 과세물건인 재산의 원본(元本)을 침해하는 ‘사실상 재산 수용(收用)’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아울러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계선인 고가주택 기준 9억원(소득세법 시행령 제156조 제1항, 2008년 10월7일부터 시행)은 현실을 반영해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집값이 급등해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9억원을 넘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를 조정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부동산 세제의 기본으로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세)는 인하하되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는 인상하는 방안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공시가격이 급등했어도 직전 연도 납부세액에 물가상승률 정도만 추가해 납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누가 집값을 올려 달라고 했는가.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집값이 오른 것을 왜 가만히 앉아 있던 시민이 부담해야 하는가. 

한편, 다주택자(1가구 1주택은 제외)의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은 투기 방지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소급 과세의 여지가 있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2020년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으로 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됐고, 이 세율이 2020년 6월 기준 다주택자(2018년도에 주택을 여러 채 구입한 자)에게 적용된다고 하자. 결국 2020년 세법 개정이 2018년에 주택을 구입한 행위에까지 적용되는데, 이는 개정 세법이 다주택자에게 ‘세금 내기 싫으면 집을 팔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같다. 세법은 이런 권한이 없다. 이는 소급 과세일 뿐만 아니라 위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2020년도에 개정된 세법은 2020년 이후에 주택을 구입한 행위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어떻게 할 것인가

혹여 현 정부의 세금 정책 담당자는 서울 강남 지역 부동산 보유자는 모두 ‘나쁜’ 사람들이니 이들이 얻은 양도차익을 전부 세금으로 환수해야 마땅하다는 발상에서 세금 정책을 수립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세법은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이익 전부에 대해 몰수와 같은 행정행위를 하는 것은 도둑 등 범법행위자에게만 적용될 뿐이다. 세법은 형법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결정되는데 공급이 제한적이다 보니 세금 정책 개편을 통해서라도 수요를 억제하려고 드는 행정 욕구는 일견 이해도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가구 1주택자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 더욱 암울한 것은 청년층이다. 대한민국의 2030세대 청년층은 도대체 언제쯤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가? 기성세대는 젊었을 때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땅의 청년세대에게 부동산 급등을 초래한 정책을 펴서 내 집 마련의 희망이 사라지게 한 정책 당국자들은 사죄해야 한다.

4·7 보궐선거에서 1가구 1주택 소유 서민들과 2030세대들이 왜 대거 야당을 선택했는지를 모르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도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다. 부동산 세금 정책은 비둘기처럼 순결하고(세금 본래 목적에 충실) 뱀같이 지혜로워야(착한 서민과 투기자를 구별해 과세) 한다. 부동산 세금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저항을 간과했다가는 정권도 흔들린다. 프랑스 대혁명이나 미국 독립전쟁 그리고 동학농민운동도 세금 때문에 일어났다. 세금은 때로는 총알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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