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완성…공수처 앞에 놓인 험로 셋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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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채용 미달부터 수사력·공정성 논란
1호 사건 앞에 놓인 첩첩산중 난제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부장검사 2명, 평검사 11명 등 13명의 검사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부장검사 2명, 평검사 11명 등 13명의 검사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3개월 만에 수사팀을 꾸렸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검사 채용 정원 미달에 더해 임용 검사들 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사가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가 검찰과 사건 이첩 시기·기준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당초 4월로 예상됐던 공수처 ‘1호 사건’ 역시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6일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수사팀 구성을 마쳤다. 부장검사 2인 모두 수사부를 맡되 검사 출신 김성문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수사를 전담하고 판사 출신 최석규 부장검사(29기)가 공소부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잡음이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당초 정원인 23명(처·차장 제외)에 한참 모자라 ‘반쪽 출발’을 하게 된 데다 선발 검사 중 9명이 비검사 출신이어서 ‘경험 부족’도 우려되고 있어서다.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김성문 부장검사와 평검사 3명 등 총 4명으로 이번에 임용된 공수처 검사 중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검사 출신인 김숙정(변호사시험 1회), 김수정(30기), 예상균 검사(30기) 등 이들의 검찰 재직 기간은 5~10년 사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법무연수원 측과 신임 검사들의 수사 실무 등 교육을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미달에 자질·공정성 논란도…‘반쪽짜리’ 출발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 외에 공수처 검사들의 이력도 논란거리다. 김숙정 검사의 경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변호를 맡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김성문 부장검사는 패스트트랙 사건에서 옛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변호사로 활동하다 임명장을 받은 16일 사임했다.

공수처 검사 13명 중 7명이 대형로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성문 변호사와 최석규 변호사는 직전까지 각각 법무법인 서평과 동인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평검사들이 근무했던 로펌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사법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를 비롯해 김앤장·세종·태평양 등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줄줄이 발탁됐다. 

공수처 수사 선상에 오른 피의자들이 검사들이 속해 있던 대형 로펌의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검사와 변호인의 친분 등을 이유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공수처는 검사의 ‘회피 신청’ 등으로 이해충돌을 방지하겠다고 하지만, 이렇게 되면 13명의 공수처 검사 중 사건을 맡아 수사할 인력 풀이 좁아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수사검사 13명만으로 출발하는 공수처가 이해충돌 회피까지 적용한다면 정상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사건 이첩 조항도 난제 

공수처는 검찰과 사건 이첩 조항을 두고 갈등도 빚고 있다. 검찰이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압수수색·구속 등 강제수사에 착수할 경우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김 공수처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수사 지연과 중복 수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공수처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1호 사건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검찰과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공수처는 이날부터 그동안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16일 기준 888건)을 검토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부터 처리하는 등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검사 출신 인력을 중심으로 1개 수사팀을 먼저 꾸려 직접수사 개시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공수처 검사 대상 수사 교육과 수사 인원 미달 등으로 4월 중 예상됐던 1호 사건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정원 미달 등 첫 발부터 스텝이 꼬인 데 대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13명이 있다.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의 어부 출신들이 많은데 그 13명이 세상을 바꾸지 않았나”라며 “공수처도 13명이다. 13명이면 충분할 수도 있다. 거의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보다 훨씬 양호하지 않나”며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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