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난리 난 담양…‘민주당 지역사무소’가 최초 감염원?
  • 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0 14: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적 확진자 41명…담양을 넘어 광주로 ‘n차 감염’ 확산
“그 쪽에서 넘어 왔다” 전남 vs 광주 감염경로 ‘시각 차’
최형식 담양군수 “광주에 미안하다…상호협력이 필요”

전남 담양이 ‘난리’ 났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 담양 지역사무소발 코로나19 감염은 확산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담양군을 비롯해 광주, 전북, 서울 등 타 시도까지 n차 감염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최초 집단 감염 경로를 놓고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일 전남도와 광주시 방역당국에 따르면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난 이개호 의원 담양사무소 관련 확진자는 이 의원을 비롯해 당원, 가족, 지인, 초·중학생 등 43명에 달한다. 지난 14일, 민주당 담양사무소 관련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엿새만이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남에서 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 16명, 광주 24명, 전북 2명, 서울 1명(이개호 의원) 등이다.

​현역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의 전남 담양사무소가 16일 오전 폐쇄됐다. 19일 오후 주인 잃은 조간신문이 출입문 손잡이에 꽂혀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현역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의 전남 담양사무소가 16일 오전 폐쇄됐다. 이 의원은 수행비서가 확진 통보를 받음에 따라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전날 15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19일 오후 주인 잃은 조간신문이 출입문 손잡이에 꽂혀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민주당 담양사무소에서 시작한 감염은 현직 국회의원에 이어 당직자, 당원 등 확진자가 다녀간 광주의 주점과 음식점 등 ‘n차 감염’으로 빠르게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주와 담양은 동일 생활권으로 주민의 출·퇴근이 잦고 동일 생활권으로 급격히 옮겨 붙는 모습이다.

특히 초기 확진자들이 광주와 가까운 담양의 당원들이고, 수시로 모임과 행사에 참여하는 등 동선도 복잡해 광주에서 양성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이 사무소 직원과 관련해 파생한 코로나19 연쇄 감염이 광산구 한 중국음식점과 서구 유흥주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명이 해당 주점과 음식점 관련 확진 사례다. 민주당 담양사무소 관련 확진자와 같은 광산구 중식당을 다녀간 부모로부터 광산구 초등학생 2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은 중학생 1명도 확진됐다.

다행히 광주에서는 전날 오후 6시 이후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n차 감염’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광주시 방역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선 이렇다 저렇다 장담할 수 없다”며 “확진자 동선을 중심으로 계속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고 했다.

이번 집단 감염의 경우 민주당 당직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집단 유세에 동참한 이 의원 담양사무소 당직자들 중 일부는 다음날인 7일 지역의 한 건설업자 초청으로 그의 집에서 회식을 한 뒤 2차로 읍내 포장마차로 옮겨 음주 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포장마차 주인 부부와 종업원 등 3명이 확진됐다. 

특히 지표 환자로 추정되는 이개호 의원의 지역구 수행비서 A(40 전남 989번)씨의 경우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유흥주점에 간 사실이 드러났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서 A씨는 지난 9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유흥주점에 방문, 본인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오후 10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한 방에서 술을 마셨다.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방역 수칙을 위반한 채 유흥을 즐긴 셈이다.

​전남 담양군이 군민 4만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19일 낮 아버지와 함께 담양보건소를 찾은 10대 소녀와 90대 어르신이 검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담양군이 군민 4만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19일 낮 아버지와 함께 담양보건소를 찾은 10대 소녀와 90대 어르신이 검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배윤영​

지역정치권도 화들짝 놀랐다. 이 의원이 확진하면서 농협 행사 등에서 접촉했던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용섭 광주시장, 김종식 목포시장, 신우철 완도군수, 구충곤 화순군수, 이상익 함평군수 등도 잇따라 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온 뒤에야 겨우 안도했다. 

현역 의원 중 첫 확진자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 의원은 “지역구 당직자를 비롯해 저까지 확진돼 송구스럽다”며 “14일 확진 판정을 받은 수행비서와 같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감염한 것으로 보인다. 역학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와중에 광주시와 전남도는 최초 집단 감염원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남도는 감염원이 광주 관할 구역이라는 입장이다. 집단감염의 최초 감염경로가 광주 상무지구의 식당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지난 1일 여자 친구와 광주 상무지구의 한 식당을 찾아 광주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고 이후 11일 증세가 나타난 뒤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이 의원의 수행비서인 A씨와 접촉한 완도지역 지인이 양성 판정을 받은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식당에서는 8일 확진자가 나왔다. 

반면에 광주시는 증세 발현 시점 등을 고려해볼 때 광주에서 담양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A씨가 담양 모임에서 감염된 뒤 광주에서 잇단 지인 모임을 가져 확산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A씨와 접촉한 완도지역 지인의 양성 판정은 반증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19일 “코로나19 증세가 통상 3~4일 뒤면 바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11일에야 증세가 발현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A씨가 담양에서 감염된 후 광주 지인모임에서 전파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전남도가 오늘 오전 기정사실화해 발표하는 바람에 시청 간부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4월 19일 오후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후문 매표소에서 시사저널 취재진과 우연히 조우한 최형식 담양군수는 “담양군정 책임자로서 이유 불문하고 이웃 광주에 미안하다”고 밝혔다. 최 군수가 수행원과 함께 메타세쿼이아길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4월 19일 오후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후문 매표소에서 시사저널 취재진과 우연히 조우한 최형식 담양군수는 “담양군정 책임자로서 이유 불문하고 이웃 광주에 미안하다”고 밝혔다. 최 군수가 수행원과 함께 메타세쿼이아길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방역 전문가들은 양 측 주장 모두가 확실한 증거의 뒷받침이 없는 가설에 불과한 것으로, 지금 단계에서는 최초 감염원을 오리무중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광주·전남이 소모적 논란으로 한가롭게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19일 오후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후문 매표소에서 시사저널 취재진과 우연히 조우한 최형식 담양군수는 “담양 군정 책임자로서 이유 불문하고 이웃 광주에 미안하다”고 밝혔다. 최 군수는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광주와 전남의 상호협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소모적 갈등이 우려되는 감염원 논란은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