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文정부 정면 비판 “위임받은 권력이 우상의 정치 앞세워”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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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향한 질타 쏟아낸 4·19 민주평화상 수상자들
반 전 유엔 사무총장 “현 정부의 인권, 국제사회 비난받는 건 개탄스러워”
김정남 전 靑수석 “文정부, 4·19 정신 흔들어”
서울대 문리대 동창회가 제정한 4·19 민주평화상 수상한 반기문(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과 김정남(오른쪽) 전 청와대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김종섭 동창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서울대 문리대 동창회가 제정한 4·19 민주평화상 수상한 반기문(왼쪽) 전 유엔 사무총장과 김정남(오른쪽) 전 청와대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김종섭 동창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4·19 민주화 혁명으로부터 61년된 이 날, 4월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대 문리대 동창회가 제정한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행사가 열리지 못하면서 1회 수상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과 올해 2회 수상자로 선정된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함께 상을 받았다. 민주주의를 향한 공로가 인정돼 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이곳에서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4·19 민주화 혁명 정신을 흔들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반기문 “헌법적 가치, 국정 담당 세력 의해 크게 흔들려”

4·19 민주평화상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 공헌한 공로로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소감을 밝히기 위해 연단에 오른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아 세계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4·19 민주혁명의 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정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를 위한 길이 제게 운명적으로 예정돼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 “미얀마 민주세력의 목숨을 건 투쟁에 연대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4·19 민주이념이 내재된 헌법적 가치가 국정을 담당하고 있는 세력에 의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을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위임받은 권력이 편향된 이념과 진영에 얽매여 ‘국민의 정치’가 아닌 우상의 정치를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을 깊이 성찰해 보기 바란다”며 “창의와 경쟁으로 끌어가야 할 시장경제는 온통 규제뿐이다. 옳고 정당함으로 다스려야 할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로 변질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북전단금지에서 보듯이 현 정부의 인권이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실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북한의 비핵화는 감상적 민족주의와 평화지상주의만 요란할 뿐 유효한 대안도 비전도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일들이 공정과 상식을 벗어나서 위선과 오만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잘못을 시정할 의지와 능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재보선 결과를 언급하며 “민심은 무섭되 정의롭다. 국민은 지금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화운동의 대부’ 김정남 전 靑수석 “이런 나라 만들려고…”

2회 수상자인 김정남 전 수석은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 공로가 인정됐다. 학창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에 진력한 김 전 수석은 세간에서 ‘민주화운동 대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 시절 4·19 혁명에 참여했다는 그는 “4·19와 숙명적 인연을 맺고 있는 저로선 이번 수상이 더 없는 영광”이라며 감격을 표했다. 이어 김 전 수석은 “제가 참여했고 우리가 발표한 4·19 선언문엔 이런 표현이 있다. 4월의 하늘이 이토록 청명한데 우리를 둘러싼 대기는 어이 이처럼 암울한가. 민주화 30여 년을 경과하고 있는 오늘의 감회 또한 그렇다. 거짓과 위선, 분열과 독선, 부패와 무능이 4월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런 나라를 만들려고 우리가 그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헤쳐 왔던가 생각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아래 우린 인사청문회 때마다 한없이 부끄러웠다. 선우후락(先憂後樂)은 못할지언정 체질화된 내로남불, 특권과 독선, 부패와 탄압부터 먼저 배웠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또 “저 사람들이 과연 민주화 과정에서 조국의 현실을 끌어안고 울어본 적이 있을까. 저 사람들이 과연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놓고 밤새워 고민하는 사람들인가”라며 “과연 저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양극화 등 지구적 국가적 위기 극복해낼 수 있을까. 저들이 혁명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자유·민주·정의의 대로를 걷는다면 우린 미국이나 중국 앞에서도 북한을 향해서도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는데 왜 우린 이처럼 비루하고 구차한가”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김 전 수석은 “아, 또다시 맞는 4월 하늘 아래서 우린 왜 이렇게 답답하고 불안한가. 암울한 의문은 끝이 없다”며 “우린 자유·민주·정의·인도의 떳떳하고 당당한 나라, 하늘을 우러러 땅을 굽어보며 도덕적으로 부끄럼 없는 반듯한 나라, 인류 문명을 선도하는 선진문화 도덕국가 향해 4·19혁명은 지금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엔 김종섭 동창회장, 이경영 상임부회장, 임현진 운영위원장, 유홍림 심사위원장 등 서울대 문리대 동창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 이희범 서울대 총동창회장,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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