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장’은 시장·소비자·배달 노동자가 상생하는 플랫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8 10:00
  • 호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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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놀러와요시장’ 운영하는 임주성 위주 대표
“시장의 가치 모으고, 잇고, 공유하겠다”

임주성 위주 대표의 어린 시절은 시장과 맞닿아 있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셨고, 아버지는 청과물 시장의 도매상이었다. 임 대표는 미국에서 중대형 유통사의 세일 정보를 제공하는 IT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던 중, 한국의 전통시장을 살려보자는 한 교수님의 제안을 받고 한국에 들어왔다. 다시 접한 시장은 어릴 때의 시장과 달랐다. 휑했고, 사람이 없었고, 멈춰 있었다. 유통업계가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동안 시장은 정체돼 있었다. 전통시장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놀러와요시장(놀장)’ 서비스는 이 고민에서 시작했다.

유통시장을 스마트폰이 움직인다면 앱을 도입하면 된다. 배달 수요가 많다면 시장도 배달을 하면 된다. 그는 IT와 시장의 결합이 주효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위주’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인 놀장을 내놨다. 앱을 통해 집 근처 시장 안에 있는 농산물, 청과, 먹거리, 생필품을 주문하면 그날 바로 배달된다. 놀장의 직원이 직접 장을 본 뒤 고객의 집 앞으로 가져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이제 시장은 놀장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임 대표가 발견한 시장의 ‘가치’는 무엇이고, 놀장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그를 만나 ‘전통시장의 진화 과정’을 물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전통시장에서 어떤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했나.

“지붕 사업, 주차장 사업, 도로 정비 사업 등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들은 있었지만, 트렌드에 맞춰 공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공급은 지금까지 없었다. 시장은 불편한 결제 방식이나 노후된 시설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가려진 분명한 장점이 있다. 시장은 그 지역의 많은 것을 담는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도 있다. 그 자체가 오프라인 매장이면서 물류창고다. 소비자를 모으고, 소비자와 시장을 이어주고, 서비스를 공유했을 때 나오는 문제들을 개선하면 된다. 판로를 확보해 주면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 판단했다.”

놀장 서비스에 참여하는 시장들은 어디인가.

“경기도 광명전통시장, 서울 수유시장과 용산용문시장, 충남 서천특화시장 등 전국 45개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놀장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의 연령대는.

“시장의 주 이용 고객은 5060세대였다. 2030세대의 소비자들을 늘려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실제로 서비스를 도입해 보니 30대 여성 고객층이 많이 늘었고, 현재 20~40대 고객들이 전체 이용 고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고객층이 전통시장의 소비자가 되는 효과를 창출했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제품은 뭔가.

“대부분 장을 보는 개념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농산물과 청과 비중이 높다. 또 음식 재료를 구매하면서 전통시장 먹거리도 같이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놀장의 장점이다. 닭강정, 호떡, 떡볶이 등 각 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 주문도 많이 이뤄진다.”

상인들에게 책정하는 서비스 이용 수수료도 궁금하다.

“상인들의 입점 수수료는 없다. 중개 수수료나 광고비 등 건당 수수료도 없다. PG사(결제대행업체)에 내는 결제 수수료만 부가세를 포함해 건당 2.2% 발생한다. 상인들이 놀장에 내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판매가격을 온라인 판매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플랫폼이 지금 당장의 수익에 집중하게 되면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피해를 본다. 배달 플랫폼은 하나의 환경을 만드는 수단이 돼야지 수익을 내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서비스를 연결하고 공유한 이후에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놀장의 수익 구조는 무엇인가.

“지역 광고다. 지역 업체들은 광고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거의 없다. 놀장 배달에 사용하는 종이봉투에 지역업체들의 광고를 싣고 있다. 재활용도 되고, 필요한 방면으로 재사용도 할 수 있는 데다 광고 효과도 있다. 앱을 통한 푸시 광고도 있다. 광고비를 100원 받는다면 광고를 본 소비자에게 50원을 포인트로 주고, 놀장이 50원을 가져가는 식이다.”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

“밀키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험 삼아 삼계탕 3인분을 1만1000원에 판매했는데 100세트가 모두 매진됐다. 시장의 닭집에서 닭을, 채소 가게에서 채소를 구매해 밀키트를 만드는 것이다. 시장만의 먹거리를 조합한 ‘전통시장 먹거리 간식 세트’도 구상 중이다. 금융사업도 진행한다. 현재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 국민은행과 협약을 맺고, 국민은행 스타 플랫폼을 통해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1500개 시장의 상점 수만 35만 곳이다. 점주 앱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특성화시장을 통한 특산물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는데.

“지역 특산물의 판로를 늘리고자 했다. 지역마다 특성화된 전통시장들이 있고, 그것을 알리고 싶었다. 도심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해당 지역 시장의 특산물을 택배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서천특화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포털, 음식배달 앱도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놀장만의 경쟁력은 뭔가.

“배달 앱에 입점한 많은 상인이 중개 수수료나 배달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이를 상품 가격에 반영해 판매한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는 1만원인 음식 가격이 앱 내에서는 1만1000원, 1만2000원으로 책정되는 것이다. 놀장은 현장과 온라인의 판매가가 동일하다. 여기에 배달료 4000원만 더해진다. 닭집, 정육점, 채소 가게, 시장 내 맛집에서 모두 주문하더라도 한 번의 배달료만 내면 된다. 서비스 진입성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 좋은 데다, 최소 주문 금액이 없어 원하는 금액 내에서 장을 볼 수도 있다. 온누리모바일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온누리모바일상품권을 구매한 뒤 놀장 배달을 주문하면 10% 할인된 금액으로 장을 볼 수 있다.”

놀장의 직원 채용과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놀장 배달 직원들이 직접 시장을 돌며 상품을 픽업해 소비자의 집으로 배달한다. 놀장의 직원들은 모두 20대 청년들이다. 지자체 일자리 지역센터를 통해 해당 시장이 있는 지역에 오래 거주한 청년들을 우선 채용한다. 모두 정규직이고 4대 보험, 주 5일 근무를 보장받는다.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놀장의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고, 주말은 운영을 하지 않는다. 순환 근무가 가능해질 정도로 인력이 충원되면 운영 시간을 확장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부터 테스트를 거쳐 ‘놀장 크루’도 도입하려고 한다. 장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배달원이 될 수 있다. 가까운 거리는 도보로, 1.5km부터는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온라인 유통 플랫폼 등이 제공하는 혜택에 익숙하다. 이용자를 위한 혜택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물품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100% 환불·교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컴플레인을 걸면 놀장 측에서 확인해 3회 이상 컴플레인을 받은 가게에 제재를 한다. 각 상점의 단골 수와 ‘좋아요’ 수도 확인할 수 있도록 앱을 개편하고 있다. 여기에 ‘단골’ ‘찐단골’ ‘왕단골’ 등으로 등급을 분류해 구매금액의 1~1.5%를 적립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놀장의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 150개 이상의 시장이 놀장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고, 7월 말부터는 새로 개편된 놀장 앱이 이용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IT와 유통을 연계한 비즈니스는 항상 문제가 있었다. 배달 직원 처우 문제, 가게의 수수료 문제, 이런 부담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가중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중개 수수료를 올리면 기본적으로 마진을 올릴 수 있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는 시장에도,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올해는 시장의 매력을 알리는, 그리고 그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배경인 놀장의 장점을 알리는 마케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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