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백신 리스크…“문제 없다” 호언장담이 ‘화’ 키웠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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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물량·접종 후속대응 문제 없다했지만…곳곳서 ‘이상 신호’
4월15일 서울 강남구 일원에코센터에 마련된 강남구 백신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15일 서울 강남구 일원에코센터에 마련된 강남구 백신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목전에 두고 백신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백신 수급과 접종 속도, 사후 관리까지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백신 도입·접종 계획이 상당부분 틀어지고 있는 데다 이상반응 논란이 더해지며 혼란이 가중됐다. 

정부는 여전히 '11월 집단면역'을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해외 국가가 본격 '부스터 샷' 논의를 시작하면서 백신 수급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터라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화자찬한 'K-방역'의 중심축인 백신 정책을 좀 더 세밀하고 투명하게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반응 논란 커지자…文 대통령 나서 긴급 진화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세를 보이며 입원한 40대 간호조무사에 대한 지원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정부의 부실한 후속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었다. 백신 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도 보완을 지시한 것이다. 

특히 건강했던 20대 공무원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뇌출혈을 일으켜 수술을 받은 사례도 함께 알려지면서 접종 공포감이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독감 백신 때도 부작용 관련 불안감이 증폭됐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위험도도 이번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또는 이상반응 사례가 속출했지만, 정부가 조사부터 후속 대응까지 적극 나서며 일단락됐다. 사망자 대부분이 고연령층이었다는 점도 불안감 해소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지마비나 혈전, 뇌출혈 증상을 보인 접종자들이 상당수 20~40대에 분포하면서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상황이다. 관련 중증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인지 여부는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정부를 믿고 접종해달라"고 했던 호소와 달리 관련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상반응 호소 접종자 가족들은 인과관계 입증 어려움은 물론 치료비 등 모든 부대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접종 전에는 "국가가 모두 책임진다" 했지만, 막상 이상이 생겼을 때는 이를 인정받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데다 이마저도 수 개월을 기다려야 지원 가능 여부가 최종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도와 참여율을 떨어뜨려 집단면역 도달을 늦추게 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특히 22일 0시 기준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는 총 52명으로, 이 중 27명이 '사인 미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이 사인 미상으로 분류됐는데, 이 경우에도 백신 접종으로 직접적인 사망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피해보상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심의와 보상 관련 범위, 체계 등을 재검토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자 부랴부랴 정책을 손질하며 개선에 나섰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당국은 접종 위험보다 이득이 더 크다는 논리를 펴는데 개개인 국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접종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 접종률이 3%인데, 앞으로 이 같은 사례는 더 나올 거다. 신속한 심의와 보상이 뒤따라야 접종률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월19일 서울 강서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접종 후 이상반응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19일 서울 강서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접종 후 이상반응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불발된 모더나 상반기 도입…'백신 가뭄' 우려도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 등 백신 접종률이 비교적 높은 국가들은 '부스터 샷'(추가 접종) 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백신 효과를 늘리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3~4차 접종 등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국 방역 당국의 공통된 견해다. 이렇게되면 전 세계 백신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자칫 '백신 가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백신 스와프 역시 미국 정부가 본격 부스터 샷 확보에 착수하면 엎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물량도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하며 백신 수급 SOS에 난색을 표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직접 CEO와 통화해 수급 기대감을 높였던 모더나 백신도 상반기 내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정부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을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할 예정"이라며 애초 기대됐던 상반기 공급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K-방역에 이은 백신 확보 성과를 자화자찬했지만, 도입 일정이 지연되면서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AZ백신과 얀센 백신이 혈전 논란으로 젊은층 접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화이자·모더나 백신 도입 차질은 전체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 도입 등 '플랜 B' 검토에 착수한 것도 현재의 백신 난맥상이 장기화 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여당은 백신 수급 차질과 접종 속도에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과도한 논란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2일 백브리핑에서 백신 수급 관련 논란이 소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상반기 12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예정대로 완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반장은 "올해 받기로 한 1억5000만 회분은 우리나라 인구수를 넘는 79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고, 이 외 변이 바이러스라든지 3차 접종 가능성, 백신 수급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점 등을 감안해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며 과도한 백신 수급 공방이 벌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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