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취임 이후 ‘토지거래허가’ 구역 추가 지정…시장 안정 효과는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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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17대책 때 지정된 잠실·삼성·대치 등은 ‘최고가’ 경신
소형 아파트·인근 지역 ‘풍선효과’ 우려도
4월21일 서울시가 압구정동·여의도·목동·성수동 등 4곳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역을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연합뉴스
4월21일 서울시가 압구정동·여의도·목동·성수동 등 4곳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역을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내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가운데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단지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 구역을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6·17 대책 당시 허가 구역으로 지정된 지역들은 오히려 최고가를 경신해, 서울시의 이번 대책이 실제 시장 안정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21일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역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정 대상 구역은 △압구정아파트지구(24개 단지)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단지(16개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총 4.57㎢이다. 지정기간은 1년이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아파트값이 들썩인데 따른 조치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용 18㎡·상업용 20㎡ 규모를 초과하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구매 후 2년 동안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고, 이에 전·월세 임대도 불가능하다. 즉, 투자가 아닌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을 개편하기 위한 대책이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 이후 거래는 급감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데도 집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똘똘한 한 채’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커진 탓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미 실거주로 성격이 바뀌었다. 도심 아파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거래량은 줄어도 가격 안정 측면에서는 약발이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가 유사한 내용의 6·17 부동산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는 작년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124.22㎡는 이달 3일 30억5000만원(9층)에 거래되며 처음 30억원을 넘어섰다. 이 면적은 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되기 전만 하더라도 24~25억 원 수준이었으나, 약 10개월 만에 5억5000만원 이상 가격이 뛴 것이다. 

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84.236㎡는 지난달 20일 25억9000만원(13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도 지난달 22억4000만원(8층)에 매매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이 면적은 지난해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최고 매매 가격이 19억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10개월 만에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 전용 273.96㎡는 지난달 4일 115억원(14층)에 거래됐다.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이후 아파트 기준으로 역대 최고 매매가다. 같은 주택형 분양권이 지난해 10월 9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0억원이 더 오른 셈이다.

4월21일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4개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4월21일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4개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소형 면적·인근 지역 ‘풍선효과’ 우려도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이 오히려 허가 대상이 아닌 소형 면적이나 지정 구역과 인접한 지역 부동산에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6·17대책 이후 소형 면적의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68㎡는 지난 2월 1일 12억2000만원(31층)에 팔려 처음으로 12억원을 넘어섰다. 이 주택형은 대지면적이 18㎡를 넘지 않아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잠실동과 인접한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이 단지 전용 84.9㎡는 작년 6월 초만 해도 16억∼17억원대에서 거래되다가 지정 직후 19억원, 작년 7월에는 20억원을 돌파했다.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지난달 13일에는 22억2000만원(22층)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시장 불안이 지속되거나 풍선효과가 발생하면 추가 지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화 도시계획국장은 전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토지거래허가 구역은 실거주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하는데 굉장히 효과적인 대책이었다고 판단한다”며 “풍선효과를 많이 우려하지만, 시장 불안이 야기되거나 투기세력 유입이 의심되면 즉각 추가 지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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