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신동주, 분쟁 동력 잃었지만 불씨 여전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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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측이 일본서 제기한 신동빈 이사 해임 소송 패소
최근 상속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1 이상 확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연합뉴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연합뉴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이사 해임 소송에서 고배를 마셨다. 재계에서는 이번 패소로 신동주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견해도 있다. 신동주 회장이 최근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 받으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1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23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지난 22일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한 결격 사유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해 7월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들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신동빈 회장을 이사로 선임해 결격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신동주 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그는 그동안 신동빈 회장과의 법적 공방에서 번번이 패소해왔다. 신동주 회장은 (주)롯데와 롯데물산 등 일본 내 4개 계열사과 한국 호텔롯데 등을 상대로 자신의 이사 해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에 앞서 자신의 경영 복귀와 신동빈 회장 및 기존 이사진의 해임 등의 안건을 놓고 6차례에 걸친 주총 표 대결을 벌였지만, 승리는 모두 신동빈 회장의 몫이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 임직원과 주주의 신뢰마저 잃은 상황이다.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개한 ‘프로젝트L’로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고 임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했다는 까닭에서다. 여기엔 △검찰 자료 제공을 통한 신동빈 회장 구속 △국적 논란 프레임 만들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등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롯데 흔들기’ 전략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신격호 명예회장의 도쿄 집무실에서 유언장까지 발견되면서 후계자로서의 정통성까지 잃었다. 신 명예회장이 2000년 3월 작성한 자필 유언장에는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황이 이렇자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자신과 신동빈 회장이 각각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맡아 경영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이런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신동주 회장은 꺼져가는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패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동주 회장이 최근 신 명예회장이 보유 중이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일부를 상속 받으며 보유 지분율이 33.31%에서 33.48%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늘어난 지분율 자체는 미미하지만 3분의 1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에 대한 키를 신동주 회장이 쥐게 된 것이다.

특별결의 사안에는 주식발행이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관변경, 합병과 관련된 주식변경, 이사회 내 임원 해임 등이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신동빈 회장이 추진 중인 호텔롯데과 롯데렌탈 등을 상장해 국내 계열사 지주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들 계열사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만큼, 신동빈 회장과 추가적인 분쟁 내지는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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