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이어 이번엔 공매도?…전쟁터 몰려드는 개미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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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일 공매도 재개…개인투자자 참여 움직임에 들썩
ⓒ일러스트 정찬동
ⓒ일러스트 정찬동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가 재개된다. 역대 최장 공매도 금지 해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달라진 점은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로 증시 랠리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공매도라는 경험치가 낮은 투자 전쟁터에서 개인이 승전보를 울리려면 실적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나도 한번?" 공매도 준비하는 개인 투자자들

5월3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폭락장이 이어지자 공매도 금지를 실시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당국은 증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매도 대상 종목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에 포함된 대형주로 한정했다.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은 금융당국이 개인 공매도 접근성을 키웠다는 점이다. 내달 공매도 재개와 함께 개인대주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한 공매도 진입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며 공매도 재개에 강력 반발한 데 따른 보완책인 셈이다. 

직접 공매도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공매도에 첫 참여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금융투자협회 사전 교육에는 26일 기준 7000명 가량이 참여했다. 지난 23일 첫 개설된 이후 교육을 이수하는 투자자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그만큼 공매도에 관심을 갖는 개인이 늘었다는 뜻이다. 

공매도 가늠자로 여겨지는 대차잔고도 한달 새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 23일 기준 대차잔고는 13억4691만 주로, 금액 기준 54조335억원이다. 이는 지난달 23일(50조8889억원) 대비 한달새 3조1446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말(46조5980억원)과 비교하면 7조4356억원 증가했다. 

공매도 투자자는 대차거래로 미리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갚는다. 대차거래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면 공매도에 필요한 대차 물량을 늘리기 때문에 대차거래 잔고 규모는 통상 공매도 대기 물량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통한다. 

각종 주식 정보방과 커뮤니티에는 공매도 타깃이 될 종목 정보와 이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게시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유입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된 기업이나 전환사채(CB) 발행 잔액이 많은 종목을 꼽는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환사채를 공모 혹은 투자기관에 발행할 경우 공매도 유인이 높아진다"며 "전환사채가 외부 투자자에게 발행되면서 차익거래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4월1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업 관계기관·증권사 대표 간담회 전 손병두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준비현황 등을 점검했다. ⓒ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4월1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업 관계기관·증권사 대표 간담회 전 손병두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준비현황 등을 점검했다. ⓒ 연합뉴스

감시·관리한다지만…여전히 불안한 동학개미들

공매도를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공매도 재개를 반대해 온 한국주식투자연합회는 개인이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기관·외국인의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전에서 개인이 승률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매도 재개가 자칫 상승 랠리를 펼치는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도 내놓는다. 

한투연은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한투연 측은 "공매도는 우리 주식시장의 위험한 뇌관"이라며 "외국인과 기관의 개인 신용투자 대비 공매도 수익률은 39배, 승률 환산 97.5%에 달한다. 이 상태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또다시 박스피의 악몽에 시달리며 지속 상승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투연은 현재와 같은 공매도 제도로는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무결점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 60일 설정 ▲공매도 증거금 105%→140% 상향 ▲대차거래 전산화에 외국인 포함 ▲불법 공매도 점검주기 1일로 단축 등을 요구했다. 

4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7포인트(0.02%) 오른 3218.30에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0.23포인트(0.02%) 오른 1030.29로 개장했다. ⓒ 연합뉴스
4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7포인트(0.02%) 오른 3218.30에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0.23포인트(0.02%) 오른 1030.29로 개장했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 "공매도 파급 제한적일 것"

전문가들은 최근의 증시 환경을 고려하면 공매도 재개로 인한 파급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1년2개월 만에 재개되는 공매도지만 현재 시장의 유동성 수준과 기업실적 개선 국면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에 시스템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대차잔고가 늘어나는 만큼 공매도 재개 이후 초기 공매도 수요는 다소 있을 것으로 본다"이라며 "하지만 지수가 신고가인 만큼 공매도의 수급적 영향은 분명 예전보다 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개별 종목별로는 최근 실적 등을 유념해 공매도 취약 여부를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 전 연구원은 "종목별로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부담스럽고 연초 이후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된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공매도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돈 종목도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펀더멘털이 안 좋은 종목에 나올 것이고 현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확인할 지표는 1분기 실적"이라며 "이익 부진이 예상된 종목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면 경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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