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격 앞둔 윤석열, ‘검증의 무대’에 오르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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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옥죄는 라임 술접대 검사 재판…‘술값 계산’ 논쟁 커질수록 입지 영향
국민의힘 내부서도 과거 수사 이력 거론하며 ‘사과’ 요구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암초를 맞닥뜨렸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술 접대'가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다. 윤 전 총장이 라임 사태 당시 검찰 수장이었고,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도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탓에, 재판이 진행될수록 그를 둘러싼 책임론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발 담그고 있던 검찰의 비위, 앞으로 발을 담글 야권에서의 집중 견제가 동시 표출되면서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고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가족 비리 의혹 검증과 검찰 비위, 과거 수사 이력에 대한 보수세력 공세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 지가 윤 전 총장의 첫 정치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술값 계산 다시해야" 꼼수부린 검사들

기소 4개월 만인 27일 진행된 검사 술접대 사건 첫 재판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당초 혐의를 부인하던 피고인 A검사 측이 법정에서 술자리 참석을 인정하는 동시에 '참석 인원'에 대한 이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A검사의 변호인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서 당시 술자리 참석자 수가 7명으로, 1인당 향응 수수액이 형사처벌 대상 액수(100만원)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이아무개 변호사가 주선한 김봉현 전 회장과 검사들과의 술자리 참석 인원을 5명으로 보고 이에 맞춰 개인별 향응 금액을 산출했다. 이 계산법으로 96만원의 향응을 접대받은 2명은 기소를 피했고, A검사만 115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A검사 측은 술자리 참석자 수가 7명이기 때문에 접대금액 산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수사 당시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증거인멸 시도까지 했던 피고인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향응 금액을 낮춰 처벌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재판 직전 또 다른 검사 1명이 법무부에 자신도 술자리에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A검사 측의 "참석자는 7명"이라는 법정 진술을 뒷받침하는 주장인 셈이다. 법무부 징계를 감안하면서까지 재판 직전 A검사 구하기에 동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A검사 기소 직후에도 검찰의 행태를 두고 '불기소 세트'라는 조롱과 비아냥이 쏟아졌다. 검사가 외부인으로부터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은 것만으로도 지탄받아야 하는데, '기적의 계산법'으로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사건 연루 검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휴대폰 폐기 또는 분실을 주장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면서 비판 수위는 더 높아졌다. 

1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1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판매되고 있다. ⓒ 연합뉴스

'사과' 없이 퇴임한 윤석열 재소환

검사들의 술접대가 당사자들의 진술과 법무부의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검증대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건 관련 여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검사 술접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사과해야 하지만…"이라고 언급했다. 수사 결과가 나오고 검사 비위가 확인되면 사과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고, A검사가 기소된 이후에도 윤 전 총장은 이를 공식사과 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직에서 퇴임하는 순간 역시 검찰 비위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해당 재판이 윤 전 총장이 대권행보를 가시화 할 5월 이후로 계속될 전망이어서 어떤 식으로는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을 스스로 깨트렸다는 역공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선 유력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향한 집중 견제구를 보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을 넘어 전체 후보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잇달아 발표되면서 수위도 한층 높아질 공산이 크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외압을 넣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외압을 넣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거 붙잡고 견제구 날리는 野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지, 아니면 '제3지대'로 갈 지 장고가 길어지면서 야권 내부에서의 비판도 꿈틀대는 양상이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일조한 인물이라는 점과 각종 수사 이력을 거론하는 공세도 흘러 나오고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기대를 높여주는 소중한 우파의 자산이라는 관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진정성 있는 고해성사가 있어야 윤 전 총장도 새로운 힘을 얻고 수많은 우국 인사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과거 수사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보수 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 윤 전 총장이 수사한 사건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한때 저에게 국기문란범이라는 누명을 씌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사과할 일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물탄개(過勿憚改·잘못을 깨닫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해 대선에 영향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 전 총장은 2013년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팀장으로 기용됐다가 6달 만에 팀장 업무에서 배제됐다.

여권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돌파 시험대'에 오른 윤 전 총장을 평가절하하며 '정치적 맷집'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 전 총리는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앞에 놓인 위기 상황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 극복할 수 있다"며 "그냥 인기가 있다고 해서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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