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저 둘러싼 현수막 전쟁…“일상 파괴” vs “여기로 오시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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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건립 반대 현수막 뗀 50대 “文대통령 사랑해서”
현 사저 주민들, 찬성 현수막 맞불…靑, 공사 일시중단
문재인 대통령 양산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양산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한 쪽에서는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을, 또 다른 쪽에서는 '환영' 현수막을 내걸면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청와대는 결국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고, 경찰은 현수막 철거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사저 반대 현수막 임의 철거한 남성 수사

28일 경남 양산경찰서는 이장단협의회가 진정을 접수한 '문 대통령 양산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 철거'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현수막 철거 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차량을 추적해 용의자 A(50대·양산 거주)씨를 특정했다.

A씨는 지난 21일 면사무소 인근과 국도변에 설치된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 43장 중 23장을 무단 철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문 대통령을 사랑해서 현수막을 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문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현수막은 양산 하북면이장단협의회 등 하북지역 17개 단체가 사저 공사로 교통 혼잡 등 문제가 우려되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면민과 소통하지 않는다며 제작한 것이다. 현수막에는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사저 건립을 중단하라', '사저건립 반대를 적극 지지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수막은 사저, 통도사 신평버스터미널 사거리 등 하북면 일대 43곳에 부착됐다 현재는 모두 철거됐다. 23장은 A씨가, 나머지는 불법 게시물이라고 판단한 양산시가 모두 철거했다.

4월2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 사저·경호 시설 건립지에 흰 담장(붉은 선)과 중장비가 보인다. ⓒ 연합뉴스
4월2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 사저·경호 시설 건립지에 흰 담장(붉은 선)과 중장비가 보인다. ⓒ 연합뉴스

김일권 양산시장은 지난 23일 사저 건립을 놓고 간담회를 열었지만, 현수막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단체 대표가 보이콧하면서 '반쪽'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사저는 청와대 경호처가 움직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논의하는 게 아니며 법적 사항만 검토한다"고 말했다. 공사 반발에 시가 소극적인 대처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을 경청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저 건립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환영' 현수막을 내걸며 맞불을 놨다. 문 대통령의 현재 사저가 있는 양산 덕계동 매곡마을 주민들은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매곡주민은 기다립니다', '예전처럼 농사짓고 사십시다', '현 사저로 오시라'는 응원 현수막을 부착했다. 

4월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현 사저 입구에 '해당 건물은 국유재산'이라고 적힌 팻말이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4월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사저 입구에 '해당 건물은 국유재산'이라고 적힌 팻말이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사저 공사 멈춰세운 문 대통령 

일단 청와대는 지역 내 반발을 우려해 사저 공사를 일시 중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 23일 양산시에 공사중지 사실을 신고한 뒤 현장에 상주하던 경호처 일부 요원도 철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8일 하북면 평산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착공보고회를 열고, 지하 1층-지상 1층 2개동 규모의 사저 경호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연말까지 사저를 준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지역 내 반발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공사 중단을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공사를 잠시 스톱한 것은 맞다. 절대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라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하지 말고, 잠깐 멈추고 점검해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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