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식당 조리원들, 피켓들었다…화순 대학병원서 무슨 일이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4.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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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전남대병원 직원식당 ‘남은 음식물 재사용’ 논란
노조 “더 많은 흑자 내려고 조리된 음식물 재사용”
업체 “음식물 재사용한 적 없어…원재료 재고 쓴 것”

전남의 한 대학병원 직원 식당에서 ‘남은 음식물(잔식) 재사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직원 식당에서 일하는 일부 조리원들이 배식 후 남은 조리된 반찬을 폐기하지 않고 다른 음식 조리 시 섞어서 재사용했다며 항의 피켓시위를 벌이면서다. 반면 식당 운영업체는 재사용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나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 지부는 28일 오후 화순전남대병원 본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내 직원 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가 배식하고 남은 음식물을 재사용하고 있다”면서 해당 업체에 대한 위탁 중단과 함께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 지부는 28일 오후 화순전남대병원 본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내 직원 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가 배식하고 남은 음식물을 재사용하고 있다”면서 해당 업체에 대한 위탁 중단과 함께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사사건건 엇갈리는 ‘진실 공방’

외주업체 위탁 운영하는 화순전남대병원 직원 식당은 뷔페형 한식당으로 배식대의 밥과 반찬을 필요한 만큼 가져다가 먹는 구조다. 매일 700~800명에 달하는 병원 직원들이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 이용하고 있다. 

‘음식물 재사용’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조리된 음식물을 재사용했는지 여부다. 노조 측은 조리된 음식물을 냉장고에 보관한 뒤 재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운영업체는 조리하지 않은 원물(원재료)을 냉장고에 일시 보관한 뒤 재고부터 사용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논란은 냉장고 안에 보관된 게 조리된 음식물인지, 아니면 원물인지에 대한 다툼으로 귀결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 지부는 28일 오후 화순전남대병원 본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부터 병원 직원식당을 위탁운영 중인 업체가 이미 조리된 반찬을 버리지 않고 냉장·냉동 보관했다가 다른 음식 조리 시 섞어서 조리했다”고 밝혔다. 

 

냉장고 보관물 “조리된 음식물” vs “쓰고 남은 원물” 

이날 보건의료노조 소속 일부 조리원들은 ‘음식 재사용’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폭로했다. 조리원들에 따르면,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한 두부조림 잔반을 2~3일 내지 그 이상 기간 동안 냉장고 넣어서 보관했다가 부대찌개에 넣어서 병원 직원들에게 식사로 제공했다. 간장양념을 한 불고기 잔식을 냉장실에 넣어두었다가 며칠 뒤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추가로 넣어서 ‘빨간 주물럭’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업체 측의 입장은 달랐다. 음식물 재사용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시사저널과 29일 오후 병원 식당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는 “잔식 재사용 문제는 일부 조리원들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배송관계 상 전날 입고된 원물(원재료)에 대한 잔여분을 냉장 보관한 뒤 재고 날짜순으로 사용한 것이지 조리가 끝난 잔식을 재사용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점장의 지시에 따라 어쩔수 없이 실행에 옮긴 조리원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양념이 된 음식물을 냉장고에 보관한 사진도 보유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 지부는 28일 오후 화순전남대병원 본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내 직원 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가 배식하고 남은 음식물을 재사용하고 있다”면서 해당 업체에 대한 위탁 중단과 함께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지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 지부는 28일 오후 화순전남대병원 본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내 직원 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가 배식하고 남은 음식물을 재사용하고 있다”면서 해당 업체에 대한 위탁 중단과 함께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지부

뭘 지시했나 “재사용 지시” vs “재고 사용 숙지”  

식당 점장의 ‘재사용 지시’가 있었느냐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이 엇갈린다. 공익제보에 나선 조리원들은 잔식 재사용이 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지시 내용이 다르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리원들은 “점장이 남은 음식은 냉동실과 냉장실에 넣어둘 것과 재고 확인 후 재고 포함해서 조리할 것도 지시했다”며 “식단 메뉴표에는 재고를 먼저 사용하라는 지시가 (점장의)펜으로 적혀 있었고, 자신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해당 식당 점장은 “배식 후 남은 음식물의 재사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관련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다만, 식자재 신선도 유지를 위해 원물 재고를 입고 순서대로 사용해야 함에도 조리원들이 가끔씩 놓치는 경우가 있어 숙지시키기 위해 메모를 남겼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갈등 원인 “배반” vs “오해”

광주에 본점을 두고 화순전남대병원 직원 식당을 지난 2004년부터 17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외식업체 A사는 이 병원 내 여미푸드와 전남대 의과대 명학회관, 빛고을전남대병원 식당 등의 운영도 맡고 있다. 하지만 잔식 재사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악의 경우 이별 상황까지 맞았다. 노조는 음식 맛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속았다는 배반감이, 업체는 메시지 전달이 잘못된데서 비롯된 오해가 갈등의 이유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당 위탁운영 업체인 A사가 2019년 기준 영업이익 13억 5207만원, 당기순이익 9억 9396만원을 기록했는데도 더 많은 흑자를 내기 위해 식당 직원들에게 매번 재료 아끼기를 요구했고, 결국 병원 직원들에게 재사용 반찬을 제공하는 등 “음식가지고 장난쳤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업체는 이 또한 부인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노조가 제시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우리 회사 전체의 영업실적으로 사실과 다르다”며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잔식을 재사용했다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형병원 식당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화순전남대병원 직원식당 일부 조리원들은 28일 오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잔식 재사용은 식당 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고 주장했다. 조리원들은 식단 메뉴에는 재고를 먼저 사용하라는 지시가 펜으로 적혀 있었고, 자신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점장의 자필 지사항이 기록됐다는 식단 메뉴표.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지부
화순전남대병원 직원식당 일부 조리원들은 28일 오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잔식 재사용은 식당 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고 주장했다. 조리원들은 식단 메뉴에는 재고를 먼저 사용하라는 지시가 펜으로 적혀 있었고, 자신들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점장의 자필 지사항이 기록됐다는 식단 메뉴표.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지부

병원 측 소극적 대응도 도마에

병원 측의 소극적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석연찮다는 게 노조의 시선이다. 노조는 “3월 26일 병원 고위 간부들을 연이어 만나 제보된 사실과 조합원이 직접 촬영한 사진까지 공개했는데도 병원 측은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사태해결에 미온적이었다”며 “공익제보(내부고발)에도 불구하고 A사와 재계약 불가 방침을 결정하지 못하는 병원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성토했다. 노조 측은 해당 업체에 대한 위탁을 중단은 물론 향후 업체 선정 시 입찰참여 원천 배제와 함께 관련자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는 “직원식당에서 대한 기존 불시 현장점검 방식에서 노조의 문제제기에 따라 매일 위생 점검으로 변경해 시행 중이다”며 “노조 측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수차례 노사 합동점검반 구성을 제의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 운영업체와의 계약이 6월 말 만료돼 향후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달 3일 내는 등 (계약만료) 3주 전까지 공개입찰하기로 이미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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