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대’가 아니라 ‘부산진성’이 맞습니다”…역사 바로잡는 100인 릴레이
  • 권대오 영남본부 기자 (sisa521@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3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병길 의원 61번째, 김석준 부산교육감 65번째 등 부산지역 인사들 릴레이 참가
부산진성 100인 릴레이 참가자. 안병길 서구동구 국회의원,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 김성식 동구의회 의장, 최형욱 동구청장 ⓒ래추고도시재생주민협의체 정순태
안병길 서구동구 국회의원,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 김성식 동구의회 의장, 최형욱 동구청장 ⓒ래추고도시재생주민협의체 정순태

4월24일 안병길 의원(국민의힘, 부산 서·동구)은 자신의 지역구 의원실에서 ‘자성대가 아니라 부산진성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축성된 일본성에서 유래된 ‘자성대’ 대신 우리 역사가 담긴 ‘부산진성’으로 이름을 바로 잡는 '부산진성 100인 릴레이'의 일환이었다. 안 의원은 61번째 참여자가 됐다. 첫 참가자는 박승지 래추고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장이 맡았다. 10번째 릴레이는 최형욱 동구청장이 참여했고, 김성식 동구의회 의장이 20번째 주자로 나섰다. 65번째 릴레이에는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참가했다.

부산진성 릴레이는 한 주민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래추고자성대 도시재생뉴딜사업 주민협의체 정순태 주민회장이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자성대’가 일본성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산진성 이름 찾기 릴레이’를 제안했고, 지금까지 릴레이를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1972년 부산진성은 부산시 문화재 7호로 등록됐다. 문화재 5호 동래읍성은 성곽을 복원하며 그 가치를 보전하려고 노력 중인 반면 부산진성은 제 이름도 못 찾고 방치돼 있다. 자성대는 왜성에서 따온 개념인데, 부산진성을 아직도 자성대라고 부르고 있다. 부산시 등에 민원을 넣어도 변화가 없어 릴레이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은 행정당국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했다. 그는 “부산진성의 동문은 진동문이다. 1975년 복원 당시 옛 문의 이름을 알 수 없어 건춘문 현판을 달았다. 그 후 진동문임이 확인돼 안내문도 수정됐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현판 정정 심의를 보류했다”고 했다.

부산진성 릴레이에는 래추고도시재생주민협의체와 협동조합 회원과 부산진시장 주변 한복 상인과 재봉틀 상인, 부산진성에서 이름이 유래된 성남초·성북초·성동중학교 학생과 교사, 행정복지센터 동장, 장학사, 천만리 장군 후손, 119안전센터, 부산진교회, 흥사단, 동구청, 교육청, 조선통신사역사관 등 다양한 직종의 주민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부산진성 릴레이를 이끄는 주민들 ⓒ래추고도시재생주민협의체 정순태
부산진성 릴레이를 이끄는 주민들 ⓒ래추고도시재생주민협의체 정순태

지난해 1월15일 부산시는 ‘부산진지성’에서 ‘부산진성’으로 문화재 명칭을 변경 고시했다. 명칭을 변경한 이유로 ‘우리나라 성곽 체계에서 본성(本城)과 지성(支城)을 구분하여 쓰는 용례가 없다. 왜군이 부산진성을 허물고 증산 왜성과 자성대 왜성을 설치하면서 증산 왜성이 본성(本城)으로, 자성대 왜성이 지성(支城)으로 설명되었으므로 부산진지성(釜山鎭支城)은 한국의 전통 성곽 시설과 무관한 용어로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지정문화재 명칭 변경 고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자성대’가 아니라 ‘부산진성’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오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주민들은 부산시 홈페이지의 잘못된 안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사례로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부산진성 남문이 '진남문'이 아니라 '종남문'으로 잘못 올라가 있었다. 주민이 발견해 집필자에게 알리고, 집필자와 함께 수정을 요구했음에도 오류가 수정되지 않았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운영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확인 결과, 부산시 홈페이지 자료를 근거로 했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시는 취재에 나서자 오류를 인정했다. ‘종남문’은 ‘진남문’으로 제 이름을 찾았다.

나동욱 복천박물관장은 “자성대는 임진왜란 때 장대 시설(천수각)이 있었던 부산진성의 산 정상에 일본식 성벽으로 둘러싸인 제한된 공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부산진성을 가리키는 용어는 아닌 것이다. 비록 임진왜란 이후 조선 정부가 피폐한 경제 사정으로 인해 새로운 성을 쌓을 여력이 없어 자성대 왜성을 부산진성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왜성의 정상부 일부를 가리키는 '자성대'라는 용어가 '부산진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 관장은 부산진성을 내성과 외성으로 구분한 것은 3단 일본 성벽 구조의 자성대 왜성 공간을 각각 만공단·동헌·객사의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추모의 공간인 만공단 공간(자성대)을 제외한 동헌을 중심으로 한 관아 공간을 내성·객사를 중심으로 한 공간을 외성으로 사용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부산진성을 알리기 위해 주민들이 만든 지도 ⓒ부산진성탐사대
부산진성을 알리기 위해 주민들이 만든 지도 ⓒ부산진성탐사대

주민들의 움직임에 호응해 부산 동구의회는 의원연구모임 결성을 준비 중이다. 의원연구모임을 제안한 이희자 의원은 “부산진성을 포함한 지역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진성이 제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의회도 함께 노력하겠다. 버스 정류장과 도로 이름에 부산진성을 넣는 방안도 알아보겠다"라며 부산진성 릴레이에 힘을 더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