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는 ‘의대생 한강 사망 사건’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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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그날의 행적…부친 “친구 A씨와 부모 대응 의심스러워”
4월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전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전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강공원 근처에서 술을 마신 후 실종됐다가 엿새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22)의 사망 원인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사망 직전 정민씨의 행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손씨 부친은 아들의 사인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대 재학생으로 알려진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 친구와 함께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가 실종됐다. 이후 6일째 한강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3일 서울 용산경찰서와 서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정민씨가 사건 당일 머물렀던 반포한강공원 등에 있던 목격자 찾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민씨의 사망 추정 시간인 25일 새벽 2시부터 4시 반 사이 한강공원을 오간 행인들을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정민씨 행적과 사인에 대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사망 당일 행적 온갖 추측 난무…경찰, 사인 규명에 수사력 총동원

정민씨의 사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민씨의 뒷머리에서 2~4군데 깊게 베인 상처가 발견되면서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아버지 손현씨(50)는 경찰에 부검을 요청했다. 지난 1일 서울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며 1차 구두소견을 냈다. 국과수는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채취한 시료를 정밀 검사할 예정이다. 결과는 빠르면 15일 정도 후에 나올 것으로 보이며, 부검 결과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일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민씨가 실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과 장소의 인근 CCTV 영상이 공개돼 실종 당일 상황에 의문을 더하기도 했다. 반포나들목 바깥 자전거대여소 쪽에서 한강공원 방면을 비추고 있는 이 CCTV에는 지난 25일 오전 4시30분부터 1분 5초가량 남자 3명이 자전거도로 쪽에서 한남대교 방향으로 급하게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정민씨의 실종 사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실종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고교생 1명과 중학생 2명으로 동네 선·후배 사이였으며, 정민씨 행적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기네들끼리 뛰고 쫓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정민씨 쪽을 바라봤는지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 정민씨 일행과 가장 가까이 있던 또 다른 그룹을 핵심 목격자로 지목하고 신원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한강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가 4월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게시물 ⓒ손현씨 블로그
한강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손정민씨 아버지 손현씨가 4월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게시물 ⓒ손현씨 블로그

한강에 같이 있던 친구, 신고 있던 신발 왜 버렸나

사고 당일 정민씨와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도 이번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사고 당일 신었던 신발을 버린 이유에 대한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A씨는 사고 이후 정민씨 아버지 손씨에게 “바지와 옷에 흙이 많이 묻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씨와 A씨가 함께 있던 위치를 파악하고,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손씨는 A씨 아버지에게 신발을 보여 달라고 물었지만 “신발을 버렸다”는 답변을 들었다.

손씨는 이에 대해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다. 손씨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통의 아빠가 아이의 신발을 버린 걸 물어보자마자 대답을 하는 건 이상하다”며 “그게 그렇게 얼마나 더러워서 버렸을까? 급할 건가? 형사 취조하듯이 따질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A씨도 조사할 예정이다. A씨의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실족사, 타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민씨의 사망 원인과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국과수의 공식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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