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이성윤, 文정부 ‘방탄 라인’ 구축하나…변수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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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낙점
이성윤 기소 여부에 따라 ‘투톱’ 체제 윤곽 나올 전망
문재인 대통령은 4월3일 신임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2월 3일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월3일 신임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2월 3일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김오수(58·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5수생’ 타이틀을 가진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줄곧 검찰총장을 포함한 주요 기관장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망이 그만큼 두텁다는 의미다. 결국 차기 검찰총장으로 낙점되며 김 후보자로서는 최상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정권과 이에 힘 싣는 특수통 출신 신임 총장. ‘완벽한 코드 인사’라는 비판 속에 김 후보자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코드’가 윤곽을 드러내면 검찰 내부와 정치권, 청와대로까지 상당 기간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예견된 文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성윤 거취에 촉각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은 반전 없는 결과였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 4인이 공개된 직후 김 후보자가 ‘최후의 1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 후보자가 22개월 간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들과 호흡을 맞춘 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역설해 왔던 점도 지명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었다.

김 후보자가 지난 검찰총장 인선 과정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경쟁했고 이후 금융감독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청와대 추천까지 받았던 이례적인 상황도 이같은 결과를 예견하는 가늠자가 됐다.

김 후보자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무엇보다 조직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검찰 인사폭도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관건은 이성윤(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다. 자신보다 선배인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 지명되면서 이 지검장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오히려 이 지검장 운신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 이 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여(親與) 인사로 꼽힌다. 취임 초반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김 후보자와 호흡을 맞춰갈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데, 이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이 지검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3일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두번째),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5월3일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두번째),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 이 지검장과 연합전선 구축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법무부 차관이던 김 후보자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던 이 지검장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빼고 ‘조국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일로 김 후보자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해 수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지검장이 김 후보자 취임 이후 고검장으로 승진한 뒤 대검 차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검찰총장과 전국 검찰청을 지휘할 대검 요직을 친정부 인사가 꿰차게 된다. 검찰 내부 반발 목소리는 거세지겠지만, 정권 기획 사정이나 현재 진행 중인 각종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어 청와대의 부담은 한층 덜게 된다. 여권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를 고려했을 때도 김오수-이성윤 ‘투톱 체제’가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야당은 김 후보자 지명을 두고 ‘방탄 검찰’, ‘검찰 장악’ 시도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4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 투표에서 꼴지한 사람을 1등으로 만든 신기한 기술이 어디서 나온 건지 참으로 궁금하다”며 “자신들의 불법을 뭉개고 정치적 편향성을 가중해 나간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5월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5월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임 총장 행보에 변수될 수사심의위원회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정권을 겨누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등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김 후보자는 이 사건 관련 출석 조사를 거부하다 최근 서면 조사를 받았고, 이 지검장은 ‘피의자 신분’이다. 사건 처리를 놓고 신임 총장과 검찰 조직이 충돌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최종 변수는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다. 오는 10일 진행될 수사심의위에서는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 타당성 여부를 논의한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를 수사하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수사 무마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일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권고가 나오면 검찰은 이 지검장을 계획대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강제사항이 아니기에 불기소 권고가 나오더라도 검찰이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검찰은 이 지검장 기소에 무게를 실은 상태로, 수사심의위 논의 결과를 확인한 뒤 최종 방침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 지검장이 결국 기소되면 ‘투톱 체제’에도 균열이 갈 수밖에 없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김 후보자가 안팎의 우려를 뒤로 하고 이 지검장과 계속 동행한다면 그가 약속했던 ‘조직 안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검찰은 물론 청와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가 과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만일 김 후보자가 총장 취임 이후 법무부 차관 때처럼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당한 반발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정권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검찰총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켠에서는 개혁적 성향에 의구심을 표하는 지적도 잇따랐다. 검찰 내부의 자성을 요구해 온 진혜원(46·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김 후보자 지명 소식이 전해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을 쒀서 개에게 줄 때가 있다. 개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고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진 검사는 과거 자신에 대한 법무부 징계 추진 과정을 언급하며 “실체 진실에 전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동료인 간부들에 대해 감찰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보복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싶어 구토가 나왔다. 아울러, 이런 사람이 법무차관이었다는 현실에 분노가 밀려왔다”고 김 후보자를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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