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호 광산구청장 “금호타이어 공장, 전남 이전 반대 않겠다”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1 07:3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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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린(逆鱗)’ 정면 돌파 나선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실사구시 행정 펼칠 것”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기업 유치는 피할 수 없는 상수다. 그런 측면에서 기존 기업의 역외 이전은 선출직 정치인으로선 건드려선 안 되는 역린(逆鱗)에 가깝다. 더구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 주력 공장의 이전 사안이라면 자칫 정치적으로 내상을 입을 수도 있어 임기 중 피하고 싶은 위험 변수다. 이토록 민감한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 얘기다. 

김 구청장은 20대에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그의 정치철학은 ‘서생(書生)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DJ의 지론과 맞닿아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 평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구정 철학이 사뭇 궁금했다. 김 구청장과의 인터뷰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4월22일 만난 김 구청장은 사전 질문지 없이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논리정연하게 토해 냈다. 

ⓒ광주광산구청 제공

“대승적 차원에서 역외 이전 받아들이겠다”

최근 김삼호 구청장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문제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국내 타이어 업계를 양분하는 금호타이어의 현 송정공장은 1974년 광산구 소촌동에 터를 잡았다. 설립 당시에는 도시 외곽이었지만 도심이 확장되며 자연스럽게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광주시와 광산구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현 공장 부지를 송정역 고속철도(KTX) 투자 선도지구 개발사업에 포함시켰다. 시설 확장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금호타이어 측의 필요성도 크지만, 광주시와 광산구의 도시개발 현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옮겨갈 부지가 여의치 않아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이전 후보지는 빛그린국가산업단지다. 전체 지정면적 407만1000㎡ 중 광주 권역에 있는 부지가 184만7000㎡로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행정구역상 함평군에 속한 전남 권역의 부지가 222만4000㎡로 55%에 달한다. 만약 이곳으로 옮겨 간다면 산단의 광주 권역 잔여 부지가 협소해 함평 구간으로의 이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경우 광주시와 광산구 입장에선 난감한 처지에 빠진다. 단순하게 보자면 광주에 있던 대규모 산업시설이 전남으로 넘어가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기업을 전남으로 내몰았다”는 광주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역세권 개발사업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도시 경쟁력이 확장되는 이점과 비교해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사안이지만 일단 이용섭 광주시장이나 김삼호 광산구청장 입장에선 정치적 내상을 입을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김 구청장은 금호타이어 송정공장 이전이 그렇게라도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궁극적으로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권역 밖(전남 함평산단)으로의 이전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금이 금호타이어 이전의 적기”이라며 이전 논의에 군불을 지폈다.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온 자신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금호타이어로 인한 광산구의 세수가 연간 23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KTX 송정역세권 개발을 통한 이득이 훨씬 크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그의 현실감각적 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원론적 얘기지만 금호타이어 이전 여부는 전적으로 광주시도, 광산구도 아닌 기업 측의 사업이다. 어디로 갈 것인지도 전적으로 기업이 결정할 일이다. 어찌 보면 이전 필요성은 기업이 더 절박할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 생산으로 막 바뀌어가고 있어서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측도 노후시설을 대체할 신규 설비투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5년 이내에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현 송정공장에 새로운 설비를 투자하기에는 한계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이 이전에 적절한 타이밍이다. 

광산구 입장에서도 금호타이어가 이전할 게 분명한데, 그것을 빼놓고 KTX 송정역세권 개발을 설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송정역세권 개발사업에는 금호타이어를 포함해 좀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금호타이어 이전 문제는 절박하다. 이전 후보지로 평동3차산단 등 서너 군데가 거론되는데 금호타이어 입장에선 빛그린국가산단으로 가고 싶어 한다. 현 송정공장에서 그곳까지는 불과 5~10분 거리다. 문제는 빛그린산단이지만 함평 구간이라는 데 있다. 광산구청장으로서 분명히 말하는데,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개발한 산단이기에 지역을 뛰어넘는 공간이다. 이런 개념에서 그곳으로의 이전을 반대하거나 그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번 광산 구민과의 대화 시간에 이런 입장을 제안했고, 이용섭 시장도 동의했다. 기업 측에서 공식적으로 (이전 문제를) 제안해 오면 시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기업도 성공하고 지역도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논의를 전개할 계획이다.”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광주 광산구 송정역과 금호타이어 송정공장 모습ⓒ연합뉴스

“질 좋은 상품 내놓고 주민 선택 기다려야”

‘원칙을 중시하고 옳은 것을 지켜야 하지만, 그걸로 충분조건은 아니다’는 것이 김 구청장의 소신이다. 단적인 예로 5~6기 전임 구청장 시절, 광산구와 상급 지자체인 광주시의 관계는 말이 아니었다. 공무원 인사 교류 거부 등 광주시와 수차례 마찰을 빚었다. 구민 삶과 직결되는 민생 문제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우선 자신의 그릇부터 비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임 구청장이) 많이 싸웠으니 이젠 (광주시와) 친하게 지내야지(웃음). 흔히 정치인은 싸우면서 몸집을 불린다고 한다. 광주시와 다투면 나의 캐릭터는 돋보이겠지만 괴로운 것은 공무원과 주민들이다. 꼭 그러지 않아도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다. 나는 어색해서 그렇게는 못 한다. 내 스타일대로 밀고 가겠다.” 명분에 집착한 상대와의 극한 대립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소신 행정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화제를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로 돌렸다. 전남 곡성 출신인 김 구청장이 정치인 출신 단체장이어서다. 그의 정치적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정치 풍운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30년 정치적 동지다. 그는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를 지지했다. 고려대 학생운동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안희정을 외면하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김 구청장은 의리와 인정을 지키기 위해 어렵고 힘든 길을 택했다.

이후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당원 모집 문제로 1심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4월29일, 비당원에게 투표권을 주는 당내 경선에서 시설공단 상근직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법원이 김 구청장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근거 조항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호남은 ‘포스트 DJ’의 부재로 인해 대권 ‘불임(不姙)’ 지역으로 인식됐다. 이와 관련해, 김 구청장은 진단 겸 대안으로 ‘정치인 품질론’을 꺼내들었다.

“광주의 정치 과잉이 큰 것을 놓치고 있다고 본다. 광주는 선택과 결정에선 보수적이다. 지역 풍토나 정치 환경이 바른말을 하는 정치인을 인정해 주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선거철만 되면 호남선 타고 내려오는 중앙에서 출세한 명망가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 정치 구조이다 보니 풀뿌리 지역 정치인들이 치열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줄곧 싹둑 잘려 나가곤 했다. 그러나 정치 환경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인 스스로 지역에서 꾸준히 실력을 키워나가는 자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질 좋은 상품을 내놓고 정치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지역민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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