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자코뱅식 개혁의 역설 [쓴소리 곧은 소리]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7 16: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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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검찰 개혁,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 낳아
인사청문회의 문제적 인물들 임명 철회돼야

4·7 보궐선거가 민주당의 참패,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한국갤럽이 조사한 대로 29%로 떨어졌고, 이에 문재인 정부는 개각을 통한 반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이어서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노형욱을, 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문승욱을,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는 박준영을 각각 내정했다.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는 안경덕을, 과기부 장관 후보자에는 임혜숙을 각각 발탁했다. 그리고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5월4일 국회에선 5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가족 동반 출장 등 10개가 넘는 의혹으로 ‘낙마 1순위’에 꼽힌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그야말로 난타전이었다.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한편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세종시 아파트 투기 의혹 등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5월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5월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김오수는 최재형 감사원장도 거부한 인사

국민의힘은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정했다. 정의당도 임혜숙·박준영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장관 후보자 5명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할 태세다. 여야 공방전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검증에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5월4일 국민의힘은 김오수 내정에 대해 “친정권 인사이자 피의자 신분인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설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라”며 “현 정권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김오수 후보자에 대한 여야 공방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권 말 검찰총장은 퇴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여권은 그를 임명해 정권과 관련한 수사를 막으려 하고, 야권은 그를 탈락시켜 권력형 비리를 들추려고 한다. 야권이 김 후보자를 두고 부적격자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그는 조국 전 장관 수사에 윤석열 당시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제안했으며, 인사 때마다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를 만큼 권력 지향적인 인사라는 것이다. 둘째, 그는 지난해 감사위원으로 추천받았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적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한 ‘친정부 성향 인사’라는 것이다. 셋째, 그는 스스로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데 부적합한 인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권력과 야합하는 정치검찰의 타파를 소신 있게 주장해 왔다. 그의 소신에 비춰볼 때, 김오수를 정치권력과 야합해 온 정치검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김오수 지명은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2011년 12월7일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발간을 기념해 열린 검찰 개혁 콘서트에서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권력과 유착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하고 무죄가 되어도 문책을 받지 않고 오히려 인사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 또 검찰은 자신의 권한을 키우기 위해 정치권력과 유착하고 야합을 한다. 권력의 비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권력과 입장을 달리하는 반대파에 대해선 표적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는, 검찰의 정치화 혹은 정치편향이 문제다.”

많은 전문가는 개각이 되더라도 선거 패인으로 드러난 부동산 정책과 당·정·청 원팀 노선 및 코드 인사 등이 변경되지 않고 종전 기조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권여당이 대선 패배를 원하지 않는다면, 국정운영과 정책기조의 변화를 꾀하는 게 최선이다. 상황 반전을 위해서는 ‘검찰 개혁’이 가정하고 있는 논리적 전제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추구한 검찰 개혁이 로베스피에르가 추진한 ‘자코뱅식 개혁의 역설’에 빠진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로베스피에르는 급진적 개혁을 위해 국민적 동의 없는 ‘도덕적 이상주의’를 명분으로 내걸고 혁명적 독재와 공포정치의 수단으로서 ‘공안위원회’라는 기구를 설립해 많은 동료를 반혁명분자로 몰아 처형했다. 결국 그 역시 단두대에서 죽어가면서 자신이 만든 ‘중앙집권화된 권력구조’를 의도와 달리 다른 권력자들에게 건네주는 역설적 오류를 남겼다. 이런 오류는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의 공수처 설립이 ‘국민주권 원리’에 충실한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그 원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미국의 주와 카운티는 검찰청 조직에 대한 주민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검사장인 지방검사(District Attorney)를 주민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중앙집권주의 원리에 따른 ‘옥상옥(屋上屋)’의 조직인 공수처 설립이 아닌 검사장 주민직선제와 대배심제를 실현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공수처 설립도 국민주권 원리에서 이탈

그리고 그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및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검찰총장과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현행법 규정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면, 검사장 주민직선제와 대배심제는 더욱 적실한 선택일 것이다.

이처럼 ‘국민주권 원리’에서 이탈한 공수처 설립은 정권 수호를 위해 정치권력과 결탁한 정치검찰을 사용하지 않고 이를 타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을 현행법규상 구조적으로 실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의 소신대로 정치검찰을 타파할 목적으로 제시된 공수처 설립이 옳았다면, 김오수와 같은 정치검사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필요도 없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 편향성’이 강하다고 평가한 김 후보자를 내정했고, 그대로 임명된다면 문재인 역시 기존 권력자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오수를 정권 수호의 방패막이로 내세워 검찰권력을 사유화하면서 ‘내로남불’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양심에 따라 부적격 장관과 김오수 후보자 임명을 철회하는 반전에 나설 것을 기대해 본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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