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7 10: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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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에 회초리 들었지만, 野에 그 회초리 넘겨주진 않아

4·7 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끝났으니 민심은 내년 3·9 대선에서도 야권의 손을 들어줄까? 확언할 수 없다. 흔히 대선은 ‘회고 투표’가 아니라 ‘전망 투표’라고 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했지만 내년 대선에서는 전혀 다른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심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민심은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다. 여권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야권에 그 회초리를 넘겨주진 않았다는 얘기다.

여론에서 가장 분명한 흐름은 하락세를 보이는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전국 지표조사·NBS)으로 5월3일부터 5일까지 18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를 보면, 부정평가가 56%로 긍정평가 37%를 압도한다. LH 사태가 터진 3월초부터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부정평가’가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심은 회초리를 제1야당에 맡기지도 않았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정당 지지도’에서 나타난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29%, 국민의힘 29%, 정의당 6%, 국민의당 4%, 태도 유보 27%로 나타났다. NBS가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국민의힘이 정당 지지도에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민주당을 앞지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아직 최악은 아니며, 반대로 제1야당은 분명한 대안으로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비슷한 여론의 흐름은 감지된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와 야권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비등비등하다. 

실제 민심은 4월 보궐선거에서는 여권을 심판했지만 차기 대선에 대한 판단에서는 아직 유보적이다. NBS는 4월 보궐선거 직후인 4월19~21일 차기 대선의 방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제1야당으로 정권교체’가 37%, ‘여당 정권 유지’가 31%였다. 오차 범위 내 격차다. 야당이 압승한 보궐선거 결과와는 온도 차가 있다. 오히려 여론은 ‘제3세력으로 정권교체’에 23%라는 응답률을 보이며 여야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윤 전 총장에게 기회와 숙제를 동시에 안겨준 조사라 할 수 있다. 

여론은 여야 모두에게 좀 더 유능한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 역할을 잘한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5%로 ‘그렇다(29%)’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8월초 조사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52%로 지금보다 크게 낮았다. 제1야당의 상황도 엄혹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 역할을 잘한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률은 62%로 ‘그렇다(30%)’의 두 배를 넘었다. 그나마 지난해 8월에 비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8%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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