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못 찾은 ‘고덕 아파트 택배 갈등’…결국 파업 불렀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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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파업 찬반투표 결과 77.0% 찬성 가결
“2000명 부분파업…시기는 위원장이 결정”
5월7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배송갈등' 택배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택배노조는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77.0%로 가결됐다"면서 파업 돌입 시기는 위원장에게 위임하며 부분 파업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5월7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배송갈등' 택배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택배노조는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77.0%로 가결됐다"면서 파업 돌입 시기는 위원장에게 위임하며 부분 파업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결국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택배노조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77.0%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체 재적인원 6404명 중 투표인원은 5835명이며 투표 결과 찬성 4078명, 반대 1151명, 무효 69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투표율은 90.8%로 집계됐다. 

다만, 파업 돌입 시기는 위원장에게 위임하며 부분 파업으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가 구체적 파업 돌입 일정은 위원장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정치권이 택배사들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고 정부가 중재하겠다는 의사도 감안해 파업 돌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부분 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택배물량 10% 남짓한, 생물 위주로 운송을 거부할 것"이라며 "국민 불편은 최소화하면서 생물은 당일 배송이라 택배사에 부담을 주는 전술"이라고 전했다.

택배노조는 이미 단체협약을 체결해 쟁의권이 없는 우체국 조합원들과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파업권 미확보 조합원들을 파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파업 참가 인원은 2000여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택배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형 아파트 단지 앞에 쌓여있는 택배 상자들 ⓒ 연합뉴스
'택배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형 아파트 단지 앞에 쌓여있는 택배 상자들 ⓒ 연합뉴스

접점 못 찾는 '택배차 지상 진입 금지'

이번 파업 계획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하면서 빚어진 갈등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1일 해당 아파트는 단지 내 택배 차량의 지상도로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지상으로 택배차가 출입할 경우 어린이 등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되고 보도블럭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주자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아파트 측은 긴급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 택배차량(탑차)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높이인 2.3m보다 높아 사실상 지하주차장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5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택배 운송 방안이 막힌 택배기사들은 결국 정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는 등 대치를 이어갔다. 이후 일부 주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문자로 강력 항의하면서 다시 손수레를 이용해 문 앞까지 배송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아파트 측은 2019년 9월 아파트 입주 시작 직후부터 민원이 들어와 택배차량 출입 제한 방침을 충분히 예고해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택배 기사들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4차례 출입 통제 통보를 받았다.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측의 요구가 기사들의 시간적·육체적 부담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저상차량은 짐칸 높이가 127㎝에 불과해 180㎝인 일반 차량보다 짐을 많이 실을 수 없다. 기사들이 짐칸 앞에서 몸을 굽힌 채 물건을 옮겨야 하는 점도 문제다. 저상차량에서는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 다니면서 작업을 해야 해 허리는 물론 목, 어깨, 무릎 등의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손수레 역시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옮기기 어려워 배송 시간이 늘어난다. 노조는 "손수레를 쓰면 배송 시간이 3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물품이 손상돼 기사들이 배상해야 할 우려도 커진다"고 했다.

접점을 찾지 못한 택배 기사와 주민 측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파트 측은 택배 기사들이 각 가정 문 앞에 호소문을 붙이자 무단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 측은 택배사가 아파트 측과 저상차량을 이용한 지하주차장 배송에 합의했다며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와 대리점장을 고발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는 택배사와 입주민이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며 개입에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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