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정세균, 사활 건 ‘호남 경쟁’ 본격화…세 확산 돌입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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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출신 민주당 대권주자, 전당대회 끝나자 호남 주도권 잡기 각축
李, 8일 광주서 ‘신복지 포럼’ 창립…각계 인사 2만 2000여명 회원 모여
丁, 4일 ‘나의 소원포럼’ 공식출범…광주·전남 2500여명 회원 참여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인 호남 출신 이낙연(전남 영광) 전 대표와 정세균(전북 진안) 전 국무총리의 텃밭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호남 경쟁’이 본격화됐다. 여권의 빅3로 거론되는 호남 두 주자가 5·2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대선 후보 경선 국면이 시작되기 전에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바닥 민심과 지역 당심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호남에서 주도권을 잡은 주자가 1강 독주 체제를 이어가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항마’로서 당내 경선에서 일합을 겨뤄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은 호남서 ‘선 세몰이 후 출마선언’을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두 대권주자의 지지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세 확산에 나서면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민심 잡기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낙연(왼쪽)과 정세균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왼쪽)과 정세균 ⓒ시사저널 박은숙

호남서 ‘세몰이 후 이재명 대항마 부상’ 포석

우선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잠행했던 이 전 대표는 신복지를 매개로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된 한달 동안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민심을 훑었던 비공개 행보를 했다. 이 같은 ‘민생 속으로 행보’를 끝내고, 지난 4일부터 첫 공식 대권 행보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지지세력 규합에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출마선언 시기는 6월초로 거론된다.

지난달 총리를 사임한 정 전 총리도 영남과 호남을 오가면서 본격적인 민심 잡기에 나서는 등 대권 행보에 들어가면서 팬클럽 등 다수의 지지 세력들이 세 확산에 돌입했다. 정 전 총리는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대구·경북에 이어 이달 초에는 호남도 찾았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바닥 민심 청취에 나선 것이다. 정 전 총리 측은 애초 이달 중순 출마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근 당내에서 불거진 경선 연기론에 따라 6월로 늦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낙연, 정책 메시지로 대역전 ‘절치부심’ 승부수

두 호남 주자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지지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개별 활동을 이어오던 지지 모임들이 잇따라 공식 출범식을 열면서 호남에서 본격적인 세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의 지지 모임인 ‘신복지2030 광주 포럼’은 8일 오후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발기인으로는 이개호·이병훈·이형석 의원, 광주 5개 구청장, 광주시의회 전·현 의장, 류한호 광주YMCA 이사장,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회 회장 등 1000여명이 참여했다. 창립총회에서 상임대표에 허정 광주전남연구원 이사장, 집행위원장에 김동찬 전반기 광주시의장이 선출됐다.

‘신복지 광주포럼’은 이 전 대표의 복지정책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회원들로 구성됐으며, 이날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정치권부터 문화계, 시민사회단체, 경제계를 비롯한 청년, 장애인, 여성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2만2000여명의 시민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신복지 광주포럼은 한국의 복지를 국민 삶에 직결되는 소득, 교육, 의료, 주거, 노동, 의료, 문화, 환경의 8대 영역에서 선진국 수준의 ‘국민생활 적정기준’을 보장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과 광주 만들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신복지 광주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주거 문제를 포함한 8대 영역에서의 신복지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이 전 대표 측이 채택한 국가비전이다. 그는 이날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지지 조직을 창립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텃밭인 광주를 수시로 찾아 5·18 유가족과 관계자를 만나며 호남 민심을 챙길 계획이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정책 메시지 행보’는 최근 침체에 빠진 여론조사 지지율로 인해 대권 가도에 선명한 적신호가 켜진 만큼 대역전이 절실한 시점에서 던진 ‘절치부심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측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반문과 야당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친문정권 재창출이란 명분 아래 자연스럽게 지지율이 옮겨올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낙연계 한 의원은 “지금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후 3시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신복지 광주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오후 3시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신복지 광주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정세균, ‘마(魔)의 벽’ 5% 근접존재감 부각·추격전

최근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 정 전 총리 측의 지지단체들도 새롭게 출범하면서 세 확산을 꾀하고 있다. 지난 4일 정 전 총리의 지원조직인 ‘나의 소원 포럼’이 공식 출범해 활동에 들어갔다. 포럼은 김명술 전 언론사 대표, 김용권 사회복지법인 진산 이사장, 유재한 전남대 교수, 윤오남 조선대 교수, 정영재 백범문화재단 상임이사를 상임대표로 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학계·언론·종교·예술계 인사 등 각계 20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의 소원 포럼’은 일상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코로나 위기 극복과 촛불 민심의 개혁 완수, 경제회복과 포용사회 구현의 공동체 사회를 목표로 설립됐다.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광주·전남지역의 의제에 대한 폭넓은 토론과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에 비해 늦게 레이스에 합류했지만 정 전 총리의 추격세에 따라 호남 대선판이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전 총리 측은 이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통해 답보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정 전 총리 측은 본선 경쟁력도 내세운다. 정세균계 의원은 “호남 민심은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쪽을 밀어주게 될 것”이라며 “민생회복에 경제통인 정 전 총리만큼 경쟁력 있는 주자는 없다”고 했다.

특히 정 전 총리 측은 아직 공식적인 대권 도전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魔)의 벽’ 5%에 근접한 4.6%가 나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아시아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일 전국 18살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적합도에서는 이 전 대표 15.3%, 정 전 총리가 지지율 두자릿수에 근접한 8.6%였다. 

‘민주당 후보 중 향후 지지율 확장성’은 이 전 대표 14.2%, 정 전 총리 8.8%, 추 전 장관 5.4%였다. 특히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호남지역(광주·전남·전북) 확장성에서 이 전 대표 18.9%, 정 전 총리 16.4%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안에서 팽팽해 사활을 건 주도권 경쟁을 예고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광주 금남로 찾은 정세균, 시민과 ‘주먹인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4월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퇴임 이후 대권 행보에 나선 정 전 총리는 전날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금남로 찾은 정세균, 시민과 ‘주먹인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4월 2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퇴임 이후 대권 행보에 나선 정 전 총리는 전날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DJ 적통’ 민심 얻기 경쟁도

호남출신 두 대권주자의 호남민심 공략은 ‘DJ 향수’를 자극하며 더욱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상적인 지도자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꼽았다. 이는 여전히 존재하는 일각의 DJ적통론과 추모정서를 함께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신복지 광주포럼 특강에서 DJ를 10여 차례나 언급했다. 이는 호남민에게 ‘DJ의 적통’임을 환기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행위로 읽혀진다. 그는 특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여년 전 IMF 외환위기 때 IT에 투자해서 IT강국의 초석을 놓았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먼 미래를 보고 필요한 일을 준비한 것, 이것이 진정 지도자의 할 일이다”며 “상상을 할 수 없이 놀라운 혜안을 갖고 계신 분이 김 전 대통령이다. 그런 혜안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다”고 추켜세우며 청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정 전 총리도 지난 4월, 총리 사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를 찾았다. DJ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만큼 정치 입문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면서 동시에 DJ의 적자임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그는 총리 이임사에서 DJ로부터 ‘애민정신’을 배웠다고 강조한 점도 DJ의 적자론과 일치한다. 또한 그의 페이스북에 “‘다시 김대중’으로 돌아가기 위한 다짐”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찾아 뵌 이유는 다시 김대중으로 돌아가기 위한 다짐입니다“라고 적어 더욱 분명했다. 

두 후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만큼 호남 민심을 놓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여당 대권 주자로 자리 잡으려면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의 선택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 총리라는 같은 이력을 가진 두 후보 중 누가 호남의 선택을 받아 이재명 지사의 경쟁자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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