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에서 피고인으로…靑 향하는 ‘이성윤 후폭풍’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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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임박한 이성윤, ‘사퇴 vs 잔류’ 기로에
유임·승진시 후폭풍 청와대로 직행할 전망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5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5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헌정 사상 첫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검찰과 정치권이 폭풍전야다.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재판에 넘겨지면 후폭풍은 청와대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와 반대 기류도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권 마지막 1년을 남기고 또 한번 검찰발(發)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기소 임박 이성윤, '사퇴 vs 잔류' 기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한 이 지검장은 현재까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지검장은 11일 오전 정상 출근했으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기소 권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조만간 이 지검장을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수사심의위는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기소의 적절성을 심의한 결과,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말고 재판에 넘길 것을 권고했다.

이 지검장의 공소 제기에 대해서는 13명의 위원 중 8명이 찬성, 4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1명은 기권했다.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해서는 8명이 반대, 3명이 찬성, 2명이 기권 의견을 냈다. 이 지검장은 직접 수사심의위에 참석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항변했지만, 수사심의위는 큰 표 차이로 수사팀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은 '표적 수사'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지검장이 기소되면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는 최초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5월10일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5월10일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자진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검찰 고위 간부가 수사 또는 감찰 대상이 된 경우 통상 자진 사의 표명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감찰 대상이 되자 곧바로 사표를 냈다. 감찰 대상자는 사직 처리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사표 수리는 되진 않았지만,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 조치됐다. 때문에 '현직 중앙지검장 기소'는 피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이 지검장이 법무부 차원의 인사 조치나 사퇴 없이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돼 최근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이나 이규원 검사는 그대로 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장인데다 주요 사건 수사·기소에 관여할 수 있는 인물이어서 '피고인 지검장'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지검장 기소 이후 청와대를 향하게 될 수사 공정성에 흠집이 생길 수 있고, 이 때문에 반등하지 못하는 정부·여당 지지율이 또 한번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월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윤 후폭풍,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 지검장의 거취 결정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후보자 역시 법무부 차관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서면 조사를 받은 상태다. 친정부 성향으로 꼽히는 검찰총장 후보자와 서울중앙지검장이 모두 동일한 사건에 연루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고리로 한 청문회에서의 난타전도 확실시된다.  

만일 이 지검장이 사퇴하지 않고 고검장으로 승진해 대검 차장이나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거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유임되면 후폭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 조직의 내홍도 격화할 수밖에 없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공무원 중 기소돼 재판받는 데 자리를 유지하거나 승진한 사람은 없다"며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 후에도 유임하거나 고검장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쁜 선례를 만들 뿐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도 레임덕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검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전·현직 검사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형국이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SNS에 글을 올려 "9급 공무원도 법원에 기소되면 보직 해임에 사표를 내는 게 당연한데, 피고인 신분의 서울중앙지검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즉각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 및 거취 문제에 대해 "대검으로부터 정식 보고를 받지 못해 뭐라고 말씀드릴 게 없다"며 "아직은 특별히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지검장이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검찰 일각에서 나오는 데 대해서는 "그런 의견을 직접 들은 바는 없다"고 답했다.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가 향후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야당은 이 지검장의 즉각 사퇴를 압박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정권 보위에 앞장섰던 이 지검장이 소환 거부도 모자라 수사심의위 소집이라는 꼼수까지 부렸지만 그 죄를 덮을 수는 없었다"며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할 검찰의 일원으로서 오히려 직위를 이용해 적법한 수사를 방해한 이 지검장의 행위는 반드시 단죄돼야 할 법치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본분을 내팽개친 채 국민을 기만한 이 지검장은 즉각 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함은 물론, 앞으로의 사법절차에 충실히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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