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가 돌아왔다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1.05.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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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ㅣ강은교 외 76인 지음ㅣ정은출판 펴냄ㅣ336쪽ㅣ1만3000원

콩트가 돌아왔다. 콩트라 하니 식자(識者) 중에는 ‘프랑스 철학자 콩트 말인가? 공자의 중국식 발음인가?’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콩트(conte)는 문학의 한 장르인데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있는 아주 짧은 이야기’로 작은 나뭇잎에 비유해 엽편소설(葉篇小說)이라고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콩트를 골계미(滑稽美) 문학이라고 했다.

20세기 정보통신시대를 지나 21세기 콘텐츠시대에 진입하면서 문학에서 상당한 지위를 인정받았던 시(詩)와 콩트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독자들로부터 슬그머니 멀어졌다. 시가 멀어진 것은 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백만 번을 읽어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를 시 앞에서 독자들은 당황했다. 이를 두고 ‘시가 어려워 이해를 못한다면 그건 수준 낮은 독자 탓’이라는 어떤 시인의 발언이 동네 서점에서 시집 전용 서가가 사라지는 것을 재촉했다.

콩트가 왜 멀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굳이 문학 아니라도 유튜브의 동영상 등 골계미 가득한 콘텐츠들이 범람하게 된 것이 주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문장이 세 줄만 넘어가도 고개를 흔든다는 동영상 세대들에게 문학으로서 콩트는 ‘개그 콘서트’의 식상한 코너보다 더 매력 없는 콘텐츠일 것임은 분명하니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은 여러 가지로 가치를 부여할 만한 책이다. 일단 저자로 참여한 작가들 숫자가 압도적이다. 대표저자인 강은교 시인 외에 송유나, 백승권 등 신춘문예 당선 시인, 소설가 33명, 일러스트레이터 32명, 어린이 그림작가 10명 등 총 76명이다. 이들이 쓴 단편소설, 시, 시조, 산문, 수필, 콩트가 그림작가들의 그림과 함께 실렸다. 거의 모든 문학 장르를 섭렵했다. 다분히 ‘현대식 작가’들이라 작품들 또한 재기발랄하다.

그런데 주제가 ‘코로나 시대’로 통일적이다. 그러니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은 ‘(인간을 향한) 사랑’인데 코로나 시대에 그 사랑이 얼마나 힘들면서도 위대했는가를 기록한 문학전집이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이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것들’ (백영), ‘안드로메다’ (신호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김선희) 등 보기 힘들었던 콩트를 다시 만나게 돼 무척 반갑다.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 [문학]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

코로나19 전염병은 21세기 상반기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이 남을 것이다. 역사와 의약학을 넘어 문학과 예술로 그 기록이 확산됨으로써 ‘위기를 맞아 빛났던 인류애’를 21세기 하반기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은 그 시작의 일부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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