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선언한 ‘피고인’ 이성윤…초유의 사태에 난감해진 與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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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불법 출금 의혹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이 지검장 기소
이 지검장, 혐의 부인하며 버티기 돌입…여당서도 ‘사퇴’ 목소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5월12일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관련 수사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 지검장을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5월12일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관련 수사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 지검장을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지며 '피고인' 신세가 됐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된 것은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이 지검장이 사실상 자진사퇴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헌정사 첫 '피고인 서울지검장' 된 이성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수사팀은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김 전 차관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당시 안양지청 지휘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수사 외압을 행사하고 수사 결과를 왜곡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3월 말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세웠지만 4·7 재보선 등 정치 일정과 차기 검찰총장 인선 시기가 맞물린 점을 고려해 기소 시점을 미뤄왔다.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탈락하고, 이 지검장이 소집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10일 '기소 권고' 의결을 하자 이틀 만에 대검 승인을 받아 그를 전격 기소했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의 주소지 등을 고려해 수원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대검은 공소 유지를 위해 이번 수사를 맡아 온 이정섭 형사3부장을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행 발령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기소한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건에 이 지검장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지검장을 기소하며 수사의 가장 큰 난관을 넘은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성윤 신임 중앙지검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이성윤 "명예회복 하겠다"…여권서도 거취 결정 목소리

이 지검장은 12일 자신의 기소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수사 외압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 향후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사건 수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송구스럽다"면서 "수사 과정을 통해 사건 당시 반부패강력부 및 대검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나 결국 기소에 이르게 돼 매우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 지검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때문에 이 지검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과 공방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도 이 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이 된 만큼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이 지검장의 사퇴 요구 목소리에 "(이 지검장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학의 사건의 절차적인 부분에서 실체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가 충돌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과 관련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3일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두번째),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5월3일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두번째),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野, 즉각 사퇴 촉구하며 "방탄 검사의 자충수"

야당은 즉각 이 지검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르자,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 시키라 엄포를 놓고서는 공수처에서 공수처장 차를 타고 다녀 ‘황제 조사’까지 받고, 검찰 소환을 4차례나 불응하며 무시했다"면서 "총장 후보 추천위를 코앞에 두고서야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표적 수사’ 운운하며 수사심의위를 꺼내 들고 소집하는 꼼수까지 부린 후안무치의 전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검장은) 정권을 겨눈 수사 때마다 브레이크를 걸었던 방탄막 그 자체였다"면서 "꼼수를 피하려다 자충수를 두게 됐다"고 질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무혐의 한동훈은 유배되고 기소된 이성윤은 서울에서 떵떵거리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식 공정인가"라며 "문 대통령은 이성윤 지검장을 직무해제하라고 지시하고 한동훈 검사장을 즉각 불러와야 한다. 그래야 삐뚤어진 공정을 바로잡고 산으로 간 검찰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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