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돌입’ 이성윤…親與 검사들 거취는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5 14:00
  • 호수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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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심재철·이종근·한동수 등 인사 주목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다. ‘검찰 수사의 정점’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오히려 수사 대상이 되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 때문에 다가올 검찰 인사에서 이 지검장의 퇴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지검장은 기소 직후 재판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각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채 ‘버티기’에 나섰다.

이 지검장뿐만 아니라 검찰 내 ‘친정권 인사’들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심재철 남부지검장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박은정 대검 감찰담당관 등이 거론된다. 심 지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으며, 이 형사부장은 부인인 박 감찰담당관과 함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됐고, 친정권 검찰 인사들은 모두 신임을 잃었다”며 이들의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도 “이성윤, 자리 물러나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못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5월12일 수원지검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의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현직 상태에서 피고인 신분이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에 이 지검장을 기소했다. 이 지검장의 주소지와 범죄지가 서울중앙지법 관할이고, 앞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건과 병합 신청하기 위해서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의 기소 이후 입장문을 통해 “재판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퇴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그는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은 송구스럽다”면서도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 재판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 회복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지검장이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검찰청은 5월13일 이 지검장의 혐의가 감찰·징계 대상인 비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현행 검사징계법 8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징계 청구가 예상되는 검사의 직무정지를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대검이 이 지검장의 수사 외압 의혹이 감찰 대상이라고 판단할 경우, 박범계 장관에게 이 지검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이 지검장의 거취 문제를 언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백 의원은 5월11일 “이 지검장의 결단도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 이 지검장의 자진 사퇴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백 의원은 “이 지검장 본인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했고, 그 결과 기소 권고가 나왔다”며 “법무부의 입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가 좀 결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 지검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중앙지검장 신분을 유지한 채 재판을 받는 일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보직을 변경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인사 역시 “이 지검장의 사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도 수사와 무관한 보직으로 이동한 뒤에 재판을 받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대검 형사부장으로 있던 2018년 직권남용죄와 관련한 해설서를 만들어 배포했던 일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해설’이라는 제목의 해설서에는 관련 법리 소개와 함께 유죄 사례 22건이 나온다. 이 중 상당수는 이 지검장이 연루된 ‘김학의 불법 출금 무마’ 사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해설서엔 ‘지자체장이 부하 직원에게 공문서 변조를 지시한 경우도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돼 있는데,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서류도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지검장의 징계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 지검장의 직무배제나 징계 청구 문제에 대해 “쉽게 결론 낼 문제가 아니다. 좀 더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이 서울중앙지법에 이 지검장을 기소한 것에 대해서는 “수원지검에서 수사했으면 수원지검에서 기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수사는 수원지검에서 다 해 놓고, 정작 기소는 중앙지검이 하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말했다.

(왼쪽부터)심재철 남부지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요직 차지한 ‘추미애 라인’의 미래는

이 지검장 외에도 현재 검찰 내 주요 보직에 자리하고 있는 ‘친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검찰 주요 보직 상당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이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로 꼽힌다. 심 지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했다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이 부장은 이른바 ‘추미애 라인’의 핵심으로 불리며, 대검 참모임에도 윤 전 총장 징계 과정에 관여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종근2’라는 인물과 윤 총장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이 부장은 채팅방 속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며 “‘이종근2’는 부인인 박은정 감찰담당관”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일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다만 한 부장의 경우 외부에서 임명한 인사라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와 관련해 일어난 검사들의 반발 이후 검찰 내 ‘친정권 인사’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김오수 총장 후보자가 정식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내부 불만을 가라앉힐 인사 카드를 어느 정도는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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